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장 132화 에리카와 코쿠토(3)
    2023년 01월 12일 10시 31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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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에리카 공주와 마주 보며 말없이 시선만 맞추고 있다.

     

     ......어,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난 단지, 리리아와 하쿠토의 모습을 한번 보고 나서 돌아갈까 생각해서, 이 마을에서 휴가를 만끽하려는 것뿐이었는데.

     

     "......나, 정말 흥미 있어."

     자주 드나들던 식당의 아저씨가 허리를 삐어버려서, 내가 대신 요리했을뿐인데.

     

     그 이외에는 유적을 스케치하거나 카게하의 특훈에 어울려주거나 미스트와 놀아주거나...... 전혀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고!

     

     "이날은 위해 영주가 바깥 마을에서 일부러 고용한 요리사의 저녁식사인데? 좀처럼 먹어볼 수 없는 것을 먹을 수 있다는데도 왜 그렇게 싫어해?"

     거기다, 그 타이밍에 아저씨의 허리가 나아버렸기 때문에, 에리카 공주가 나를 억지로 마차에 태워버리고 말았다.

     

     아직 아저씨가 걱정이라서 카게하를 남기고 왔지만, 어떻게 탈출해야 하나......

     

     왕도에서도 이 모습으로 여러 가지로 생활한 탓에, 섣불리 힘을 쓸 수 없는 것이 뼈아프다. 지명수배라도 당하면 너무 성가시니까.

     

     "맛난 과자도 있다구? 따스한 밀크티도 대접해 줄게. 너는 착한 아이니까 많이 먹었으면 해."
     "동화 속 마녀가 어린이를 납치할 때 말하는 대사인데요?"

     서로 가만히 바라본다.

     

     "..........."

     "..........."

     

     서로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마주 본다.

     

     "저기...... 이런 때는 묻는 편이 좋을지 모르겠는데, 네 부모님은......"
     

     하쿠토가 말하기를 주저하며 물어봤다.

     

     "제 부모님이요? 부모님은 고향에서 형 부부와 함께 농가를 하고 있는데요."
     "전혀 두 사람만이 아니잖아!!"

     

     아, 아뿔싸......

     

     "어, 어이 에리카! 거짓말했다고, 이 아이!!"
     "둘만으로 시골에서 나왔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옹알대는 어린이답게 그만 잘못 말해버린 거예요! ......그걸 말꼬리를 붙잡아버리면, 저는 이제.............. 아무 말도 안 해요~"
     "오, 옹알대는 어린이의 말투라고는 보이지 않는데......"

     어깨를 으쓱이며 깊은 한숨을 짓는 나를 보고, 하쿠토는 왠지 땀을 흘리고 있다.

     

     "저기 너, 혹시...... 그라스 쿠로부치라고 아니?"

     하지만 여전히 나를 응시하던 에리카 공주가, 갑자기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해왔다.

     

     "검은테 안경을 쓴 별난 남자인데."
     "아, 아뇨......? 뭔가요, 그 욕조에서 쉬고 있을 때 문득 떠올린 듯한 저렴한 이름은. 그리고 저, 시골뜨기라서 지인이 적단 말이에요, 어휴......"

     "......똑같은 말투를 쓰고, 검은 머리고, 건방진 걸 보면 분명 그라스의 동생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참고로 저도 좀 여쭙고 싶은데...... 지금부터 가는 곳에 [검성]님은 계신가요?"
     "음? 잘 아는군. [흉검의 연회]에 검성이 불려 오니까, 공주님과 마찬가지로 영주의 저택에 묵을 거라 예상한 건가? 공주님 정도는 아니지만  머리가 잘 돌아가는 총명한 아이로군."

     감탄한 기색의 기사가 대답해 줬지만...... 큰일인데.

     

     "참고로...... 엄청나게 무서운 사람도 있어요?"
     "음, 음...... 협박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무서운 오니족 분이 있네요."

     오즈왈드가 걱정스러운 듯 나를 바라본다. 오니를 만나면 울어버릴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대로 한심한 모습을 보이면 정말로 울지도.....

     

     이런 계집한테 붙잡혔다고 알게 되면, 모처럼의 마왕의 위엄이 무너져버린다.

     

     여태까지는 전투력과 운으로 어떻게든 무마해 왔는데.

     

     엉뚱한 일로 이 마왕이나 되는 자가 궁지에 내몰려버렸다...... 에리카 공주 단 한 명에 의해서.

     

     "왜? 무서워? 괜찮아, 누나가 곁에 있어줄 테니까."
     "......훗."
     "코웃음 쳤어!? 나 왕녀인데!"

     그러자, 마차가 무정하게도 정지해 버린다.

     

     어쩔 수 없네...... 문이 열린 순간에 도망칠까. 섣불리 도망치면 이 모습을 쓰기 어려워져서, 그다지 문제는 일으키고 싶지 않았지만......

     

     "......오, 오? 공주님?"

     에리카 공주가, 문이 열림과 동시에 신속하게 탈출하려는 나를 안아버리고 만다.

     

     "그다지 시간은 없지만, 검성이나 무진장 강한 오니족, 그리고 평소라면 절대 못 만날 사람을 만나게 해 줄게."
     "안 돼!?"

     섬뜩해졌다. 어째서 그런, 지금까지의 내 노력을 수포로 만드는 잔혹한 짓을 떠올린 것일까. 마왕으로서 조금 동경하는 마음까지 들어버린다.

     

     "달릴 테니까 입 다물어야 된다? 혀 깨물면 큰일 나니까."
     "잠깐잠깐! 다시 생각해 주세요! 부디 자비를!"
     "어이, 날뛰지 마ㅡㅡ"

     마부가, 바깥에서 문을 연다.

     

     "타앗!!"

     영주의 저택 현관 앞에다 정차했는데도, 망설임 없이 옆으로 달려 나갔다.

     

     평소의 내 훈련의 성과인지, 에리카 공주는 날 옆구리에 낀 채로 바람처럼 팍팍 달려가고 만다.

     

     "쓰, 쓸데없는 걸 가르치고 말았다. 잠깐 일단 멈춰줄 수 없나요!"
     "저 모퉁이를 돌아가면, 검성 리리아가 훈련하고 있을 거야!!"
     "에엑!? 생각보다 가까워!"

     이런! 큰일 났다! 졸업하기 직전의 첫사랑 수준으로 시간이 없어!!

     

     "......자, 잠까안!!"
     "아야아아!!"

     안긴 채 뛰어가던 도중에, 재주껏 에리카 공주의 엉덩이를 팡~! 하고 쳐서 멈추게 했다.

     

     "와, 왕녀의 엉덩이......를, 만져도 된다고 생각하는ㅡㅡ"
     "에리카 전하를 생각한 일이옵니다."

     엉덩이를 맞자 새빨간 얼굴로 부끄러워하는 에리카 공주에게, 나는 의연하게 고했다.

     

     "요즘의 에리카 전하는, 세레스티아 전하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검의 명수. 그런 분께서 검성님의 수련을 방해한다면, 검사로서 바보가 아닐까 하는 소리를 듣고 맙니다."
     "그, 그런 느낌으로 들을 일이야......?"
     "저는, 에리카 전하께서 직접 초대해 주신 영예로운 국민으로서, 당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그런 일만은 지나칠 수 없었던 것입니다."
     "............"

     진지한 얼굴로 말하고는, 조금 간격울 두고서 재차 말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에리카 전하의 엉덩이를 만진 일은 사실. 충언을 한 저를 벌하는 비정함을 가지셨다면, 부디 자유롭게...... 그 각오는 해두었습니다."

     "......대단해!!"

     나를 고양이처럼 눈앞에 들어 올리며 외쳤다.

     

     그럴듯한 말을 하면, 에리카 공주는 납득해 주는 것이다. 그라스 때도 정말 잘 들어줬다.

     

     어쨌든, 이걸로 한 건 해결~~~~!?

     

     나의 마왕적 화술로 저택의 모퉁이 직전에 들어서야 위기를 모면했지만, 곧장 다른 방향으로 다시 달려갔다.

     

     "그럼 빨리 허가를 받아야겠네? 1인분 더 만들게 해야만 하고."
     "뭣하면, 저는 소금 친 주먹밥으로도 충분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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