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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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1월 29일 23시 34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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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무실에 있던 세 사람의 등줄기에 오한이 느껴졌다. 그렌이 레오루드 쪽으로 얼굴을 향하자, 레오루드도 그렌에게 얼굴을 돌려 서로를 마주 본다. 최악의 경우 두 사람은 동시에 마법을 쓸 기세였다.

     

     그리고 의무실의 문이 열렸다. 그곳에 서 있던 자는 다름아닌 실비아였다. 레오루드는 의무실에 온 사람이 실비아였다며 안심했지만, 왠지 모르게 노려보고 있다는 걸 느끼고 당황해버린다.

     

     (어? 왜 노려봐? 내가 뭘 했길래?)

     

     "평안하셨나요, 레오루드 님. 몸상태는 어떠세요?"

     

     생글거리며 미소짓고 있는 시비아였지만, 내면은 마그마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침대 위라서 죄송하지만, 오래간만입니다, 전하. 몸은 순조롭게 회복 중입니다."

     "그런가요. 그거 다행이네요."

     

     레오루드가 무사한 것을 알자, 실비아는 약간 분노를 진정시키며 기뻐했다. 하지만 정말로 잠시만이었다.

     

     "그런데 레오루드 님. 부하한테서 이야기를 들었지만 제국 분과 사이가 좋으시다면서요?"

     레오루드는 누구를 말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같은 방에서 치료받고 있는 그렌의 일이라 생각해서 아무런 의심 없이 말했다.

     

     "예. 처음에는 서로가 적이었지만 지금은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레오루드가 미소를 짓자, 실비아는 더욱 분노의 불길을 지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한번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그때, 최고라고 말해야 좋을지 최악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게 세츠나가 평소대로 의무실에 찾아왔다.

     

     "야호~ 레오루드. 놀러 왔어."

     

     "세츠나. 미안하지만 상대해줄 수 없겠는데. 지금은 전하께서 오셨으니까."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실비아는 깜짝 놀랐다. 편하게 말을 거는 세츠나와 사이좋은 친구처럼 말을 거는 레오루드라니.

     하지만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눌렀다. 레오루드한테 질투녀라고 생각되지 않도록 미소의 가면을 쓰고서.

     

     "저쪽 분이 제국 수호신으로 이름 높은 영원의 세츠나 님이시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아르카베인 왕국 제4왕녀 실비아 아르카베인이랍니다. 잘 부탁드려요."

     숙녀이자 왕녀로서 완벽하게 행동하는 실비아는,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로 세츠나에게 인사했다.

     

     "음, 안녕하세요. 세츠나예요."

     반면 세츠나는 아무 의심도 없이 간소한 인사를 했다.

     

     "그래서 전하. 제국에는 무슨 일로 오셨지요?"

     

     여기서 눈치 없는 레오루드의 말이 실비아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실비아는 레오루드를 병문안 왔다고는 부끄러워서 말할 수 없었다. 그런 말을 해버리면 자신의 마음을 폭로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레오루드 님이 무사히 작전을 이행했으니, 격려의 말을 해줄까 싶어서요."

     

     "그렇습니까. 일부러 저 같은 사람을 위해 오시다니 감사합니다."

     "아뇨, 레오루드 님은 구국의 영웅인걸요. 이 정도는 당연하답니다. 레오루드 님. 부디 이 기회에 편히 쉬도록 하세요. 그럼, 저는 이만."

     미션 컴플리트다. 실비아는 멋지게 질투를 숨기고서 무난한 모습을 보이며 대화를 끝내는 데 성공했다.

     

     실비아는 우아하게 방을 나갔다. 그리고 찾아오는 침묵의 시간. 그러자, 시종일관 가만히 보고 있던 카렌과 도중에 나타난 세츠나가 동시에 레오루드의 이름을 부른다.

     

     "레오루드 님!"
     "레오루드."

     "우왓! 갑자기 둘이 함께 내 이름을 부르다니, 왜 그러지?"

     "움직일 수 있다면 지금 바로 실비아 님을 쫓아가야 해요!"

     "서두르는 편이 좋아."

     "뭐? 왜? 전하는 격려의 말을 전하러 왔을 뿐인데."

     "그,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가보는 편이 좋다고 저는 생각해요!"

     "나도. 레오루드는 조금 더 전하와 대화해야 돼."

     "그, 그렇게 말해도...... 적어도 이유는 가르쳐줄 수 없을까?"

     세츠나와 카렌이 얼굴을 마주 보지만.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이것은 본인의 입으로 말할 일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닌 두 사람은 묵비를 지키기로 했다.

     

     "그건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다시 한번 실비아 전하와 대화해야 돼요."

     "으, 음......"

     

     카렌은 그렇게 말하지만 레오루드는 역시 모른다. 그래서 전혀 움직이려 들지 않는 것이다.

     

     "레오루드. 안 쫓아간다면, 얼려버린다?"

     "뭐!? 아니, 왜!?"

     "말은 필요 없어. 지금 바로 갈 건지, 여기서 꽁꽁얼던지 선택해."

     세츠나는 진심이다. 손에서 냉기가 흘러나오자, 의무실의 온도가 내려간다.

     

     "아아~ 알았다 알았다고. 전하를 만나러 가면 되잖아. 그러니 세츠나. 그 손을 내려."

     "응. 그럼 빨리 가봐."

     "예예."

     레오루드도 완치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회복된 상태라서, 약간 불편한 몸으로 실비아를 뒤를 쫓고자 의무실에서 나왔다.

     

     남겨진 세 명 중,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그렌이 두 사람이 어째서 무리하게 나갈 것을 권유했는지 물었다.

     

     "왜, 그에게 실비아 전하를 뒤쫓게 한 건가?"

     "그건 여자만 알 수 있거든요."

     "그래요. 분명 남자는 평생 모를 거예요."

     "그, 그런가?"

     결국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그렌은 그 이상 묻지 않고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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