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92 탈출을 위해
    2022년 10월 29일 22시 17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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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탈출을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먼저 주변 상황을 파악해야만 한다.

     

     그를 위해 이 제지아에 매스커레이드 스웜을 들일 방법을 떠올렸다.

     

     먼저 디거 스웜한테 땅굴을 파게 하여 하수도 등에 구멍을 낸다. 그리고 디거 스웜이 판 구멍을 워커 스웜이 보강해서 터널로 만들고, 그곳을 매스커레이드 스웜이 통과하여 제지아 내부에 침입한다.

     

     그리고 나서 노이에 제지아 성의 주위를 관찰시켜서, 탈출의 실마리가 될 장소가 없는 지를 찾게 한다. 이걸로 정보수집은 훨씬 진척될 것이다.

     

     "그렇게 되었으니, 잘 부탁해, 세리니안."
     [알겠습니다, 폐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세리니안은 지금이라도 날 구하러 오고 싶어 했지만, 그럼 안 된다. 제대로 준비를 갖추지 않으면, 나는 이 성에 갇힌 채 세리니안만 잃게 된다.

     

     "그레빌레아."

     그렇게 세리니안과 탈출의 계획을 세우고 있자, 문에서 게오르기우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지, 게오르기우스?"

     "오늘도 성을 안내해주려고 생각하는데, 어때?"

     "좋다."

     나 자신도 정보 수집 활동은 거를 수 없다.

     

     기회가 있으면 성안을 둘러보고 탈출할만한 장소가 없나를 찾는다. 지금까지는 성과가 없었지만, 이제부터 더욱 성에 대해 알게 된다면 탈출의 기회는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래. 와이번이라고 보러 가볼까?"
     "와이번을 내게 보여도 괜찮은가?"

     와이번은 군사기밀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는데.

     

     "상관없어. 네가 와이번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운이 좋다면 관광비행을 시켜줄지도 모른다고."

     

     "아니. 날 관광을 위해 여기 데려온 건가? 그럴 거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데려오지 그랬나."

     

     게오르기우스가 작게 웃자, 난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살다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라고. 역사의 흐름에 거스르는 것도 즐거울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도 편하고 좋아."

     "난 역사에 몸을 맡길 셈인데."

     나와 게오르기우스는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노이에 베지아 성을 나아갔다.

     

     도중에 베르톨트와 만났지만, 그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나와 게오르기우스를 보내주었다.

     

     "뒤뜰을 지나면 와이번의 정류장이 있다. 요즘은 작전도 없어서 한가하겠지. 녀석들이 한가한 모습이나 보러 가자고."

     심술궂은 꼬마처럼 말한 게오르기우스는, 뒤뜰을 지나 비룡의 정류장으로 향했다. 확실히 그곳에는 중간 규모의 활주로와 비룡들을 사육하는 외양간이 있었다. 와이번들이 외양간 안에서 발길질하고 때때로 울음소리를 내면, 기수들이 그걸 달랜다.

     

     "제대로 일하고 있냐, 하늘의 용사들."

     게오르기우스는 그 안에 들어가서 기수들한테 말을 걸었다.

     

     "게오르기우스 님! 시찰이십니까?"
     "그래. 이 아라크네아의 여왕한테 우리 제국이 자랑하는 비행 도마뱀을 보여주려고 생각해서 말이야."

     젊은 기수가 게오르기우스한테 경례를 하며 묻자, 그는 그렇게 대답했다.

     

     "와이번이 지금까지의 전쟁에서 얼마나 활약했는가, 여왕 폐하한테 가르쳐주라고."

     "예!"

     젊은 기수는 영웅과 대화해서 기쁜 모양이다.

     

     "남부통일전쟁에서는 미스테랄 회전에서 남부연합군 20만을 공대지 공격으로 일방적인 몰살. 그 후에도 각지의 싸움에서 와이번 부대는 공대지 공격으로 전과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 부대가 승리에 공헌한 전투는 100 이상에 달합니다!"

     

     그건 또 대단한 일이다. 이 제국은 자신들만 보유한 비행 전력으로 약자들을 괴롭혀왔다는 말이다. 뭐, 스웜이라는 반칙적인 능력을 가진 유닛으로 승리해 온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라크네아와의 전쟁에서도, 벌레들을 많이 끝장냈습니다. 구 마르크 왕국령의 전투에서는 그야말로 일방적인 승리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의 슈트라우트 공국전선에서는 고전하는 모양이던데. 공국은 아직 탈취하지 못했다. 맞지?"

     젊은 기사가 자랑스럽게 말하자, 나는 찬물을 끼얹었다.

     

     "......확실히 슈트라우트 공국에서는 이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문제입니다. 공국전선에는 원군을 보내서 돌파를 모색한다고 들었습니다. 와이번 부대의 대규모 공격으로 적을 쳐부순다고 합니다."

     오. 적은 엘프의 숲의 돌파를 완전히 포기하고 그 지옥의 산길을 돌파하기로 모양이네. 로랑한테는 이 정보를 전해야겠어. 대공사격이 가능한 포이즌 스웜과 케미컬 스웜을 늘리도록 해야지.

     

     하지만, 그들도 설마 내가 지금도 아라크네아와 연락을 취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는 모양이다. 군사기밀을 술술 내뱉는다.

     

     "어이, 한가한 와이번 있냐? 아라크네아의 여왕한테 말이 아닌 실제로 와이번의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옙! 그렇다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기다려주십시오!"

     젊은 기수는 게오르기우스의 말에 따라 외양간으로 달려갔다.

     

     "너무 괴롭히지 마. 와이번의 기수가 되려면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흥. 실례는. 난 괴롭힌 기억이 없다."

     "말괄량이 씨. 와이번의 기수가 되려면 먼저 기병으로 3년을 근무하고 합격률 3%의 시험을 쳐서 그에 합격한 뒤, 더욱 엄격한 훈련을 이겨내야만 해."

     

     사법시험보다 힘들어 보여.

     

     "그러니 녀석들은 다른 녀석들보다 강하게 와이번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런 중요한 건 네게도 있겠지."

     

     게오르기우스의 말에, 난 생각에 잠겼다.

     

     난 그다지 단번에 노력하는 타입은 아니다. 자기 페이스로 조금씩 쌓아나가는 타입이다. 그래서 손에 닿는 범위로 만족해왔다. 와이번의 기수처럼 소중히 하는 것이 과연 있을까?

     

     아아. 맞아. 하나 있었지.

     

     "알겠다. 그 마음은 이해해. 나도 구체적으로는 말 못 하겠지만, 노력 끝에 손에 넣은 소중한 것이 있었다."

     게임에서 최종 진화 형태가 된 세리니안. 그 최종 진화로 나아갔을 때는, 여태까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그녀에게 한층 강한 애착을 가진 일도 있다.

     

     지금의 세리니안은 [페일나이트 스웜 세리니안]이지만, 슬슬 다음 진화 형태로 나아가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럼, 녀석들의 마음도 이해해 주라고. 지금은 적이지만, 녀석들도 노력해온 것은 말이야."

     이해는 한다. 하지만 용서할 생각은 없다.

     

     하르하를 불태운 것은 바로 와이번이다. 와이번의 기수가 아무리 노력을 거듭해 기수가 되었는지는 알아도, 마을을 불태운 것은 절대 잊지 않았고 보답도 제대로 해줄 생각이다.

     

     "그 표정, 뭔가 안 좋은 일을 생각하고 있구만?"
     "무례한 남자구나, 너는. 난 언제나 이런 표정이다."

     게오르기우스는 의외로 날카롭다. 방심은 못하겠어.

     

     "이거 실례. 마녀 할멈이 가마를 휘젓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정말 무례하구나, 넌......."

     하지만, 이렇게 농담을 나누는 상대가 있는 건 좋다.

     

     "비룡을 준비했습니다, 게오르기우스 님!"
     "수고했어. 잠시 빌려도 될까?"
     "문제없습니다."

     

     젊은 기수가 와이번과 함께 돌아왔다.

     

     와이번이라. 여기서 날아서 도망칠 수 있다면 편할 텐데.

     

     음? 날아서 도망쳐......?

     

     "자, 관광비행이다. 베지아를 하늘에서 안내해줄게."
     "그거 고맙게도 해라."

     난 그의 재촉으로 와이번에 오르게 되었다.

     

     "음? 네가 뒤에 타는 건가?"

     "숙녀를 태울 때는 이게 기본이라고. 납치했을 때는 강제였으니 뒤에 탔지만, 보통은 흔들림이 적은 앞에 태우는 거다."

     게오르기우스는 날 앞에 태우고서 와이번의 고삐를 잡았다.

     

     "그럼, 하늘을 누벼볼까.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기분 좋을 거라고."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 와이번한테 활주로를 달리게 한 다음 하늘로 날아올랐다.

     

     확실히 바람이 기분 좋다. 오늘은 쾌청한 날씨라서, 하늘을 나는 것도 확실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 저기가 베지아의 성문이다. 지금은 닫혀있지만 말이지. 상인들은 쪽문으로 물자를 반힙하고 있다더만. 전시에는 성문을 닫아놓는다고는 하지만, 적이 멀리 있을 때도 저렇게 하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냐?"

     

     그 성문이 닫힌 덕분에 우리는 터널을 파야만 한다고.

     

     "그리고 저곳이 베지아의 중앙시장이다. 프란츠 교황국산 와인은 이제 손에 넣을 수 없지만, 구 마르크 왕국령에 있던 와인은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이 나라의 와인은 맛이 없나?"
     "맛이 없진 않지만, 교황국산에 비하면 조금은. 역사가 다른 탓일까."

     와인의 품질도 역사에 따라 다르다라.

     

     "그리고, 저쪽에 보이는 게 베지아의 중앙광장이다. 옛날에는 광대가 곡예를 하거나 했지만, 맥시밀리언이 그런 건 제국에 어울리지 않다며 금지시켰지."

     "속 좁은 황제구나."

     중앙시장은 조용하다. 사람이 오고 가기만 하고 아무것도 없다. 노점조차도.

     

     "그리고 저곳이 근위병의 주둔지다. 3개 연대의 근위병이 주둔하고 있지. 탈주하게 되면 녀석들한테 민폐를 끼치게 되니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한 게오르기우스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웃어넘길 수 없었다.

     

     "어이, 게오르기우스."
     "뭐야, 부탁인가?"

     그래. 부탁이고 말고.

     

     "이대로 날 아라크네아까지 데려다줄 수 없겠나?"

     

     나의 마레, 게오르기우스는 침묵했다.

     

     "네가 황제에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음은 알고 있다. 그리고 날 붙잡아둬도 아라크네아는 변함없이 전쟁을 계속하고. 날 붙잡아둬도 의미가 없다. 난 저 성에서 감시당하며 지내는 건 진절머리가 나. 아라크네아로 돌아가고 싶다."

     난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안 돼."

     하지만 게오르기우스는 예스라고는 말해주지 않았다.

     

     "널 저곳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어. 적어도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날 붙잡아두면 전쟁에서 우위에 설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게 아냐. 아라크네아는 닐나르 제국에 질지도 몰라. 그때 아라크네아에 네가 있으면 널 죽이라는 명령이 나올 거다. 난 널 죽이고 싶지 않아. 그래서 여기에 있어, 그레빌레아."

     그런가...... 그렇게까지 날 걱정해주는 건가, 너는.

     

     "무리한 말을 해서 미안했다, 게오르기우스. 하지만 이렇게 하늘을 날고 있자니 어디로든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하늘을 날고 있을 때가 가장 자유로는 시간이니까. 그 마음은 모르는 것도 아냐. 나도 그레고리아의 영웅이라는 신분을 내던지고 도망치고 싶어질 때가 있으니까."

     "당분간은 사로잡힌 몸으로 있도록 하지. 하지만 난 결국 아라크네아로 돌아가게 된다. 그때는 날 죽일 건가, 게오르기우스?"

     

     "그런 잔혹한 선택지는 묻지 말라고."

     

     우리는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베지아의 상공을 선회하고는 낙하하여 활주로로 돌아왔다.

     

     게오르기우스는 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상냥하다.

     

     하지만, 적이다. 그것도 강대한 적.

     

     우리들은 그를 쓰러트릴 수 있을까?

     

     하지만, 그보다 이전에 걱정해야 할 일이 있다. 내가 여기서 탈출할 수 있을 지다.

     

     난 그걸 위해 계획을 짰다.

     

     잘 될지는 오늘 저녁 무렵이면 알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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