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장 7 어떻게 되고 싶은가
    2022년 07월 15일 10시 46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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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470gm/29/

     

     

     

     어쨌든, 나는 왕궁에 가게 되었다.

     

     왕립 공군 소속의 비공전함 [아가피야] 의 갑판 위에 서서, 난 한숨을 짓고 있다.

     강한 바람이 불어와서 내 짙은 갈색 머리를 나부끼게 만든다.

     아가피야는 공군의 전함인 만큼, 그 크기가 하늘을 나는 요새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세련된 기능미가 있는 배다.

     

     비공정을 좋아하는 나라서, 평소였다면 들떴을지도 모르지만.

     지난번 인생에서 날 버린 상대한테 끌려가는 여행이라서, 기분은 착잡하다.

     

     하지만, 필과 앨리스도 날 따라와 줬다. 시아도 따라오긴 했지만, 병이라면서 방에 틀어박히고 말았다. 왕태자의 이름을 들은 이후로 시아의 상태가 좀 이상하다.

     

     난 멀리 구름 저편에서 빛나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이제 곧, 밤이 찾아온다.

     

     "......클레어 누나?"

     고개를 돌리니, 필이 있었다. 필은 주춤거리는 기색으로 걸어오고 있다.

     하늘을 나는 배의 위라서 무서운 거겠지.

     난 싱긋 미소짓고는 필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필을 끌어안았다.

     

     "이제 무섭지 않지?"

     

     필은 부끄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난 난간이 붙어있는 울타리 건너편을 가리켰다.

     

     "저긴, 아마 앵커스트렘 공작령일 거야."

     아래에 보이는 것은,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였다.

     전체적으로는 설경이지만, 교회의 첨탑과 공작 저택 같은 대규모 건물은 몇몇 보인다.

     

     이 공작령을 건너면, 드디어 왕도가 나온다.

     

     "왕도에서 여기로 올 때, 비공정에서 경치를 보지 못했니?"

     "응...... 계속 방에 틀어박혀 있었어."

     

     리얼리스 공작령으로 오기 전의 필은 고독했다.

     

     "왕도에도...... 좋은 추억이 없어."

     

     "미안해. 내 고집 땜에 필까지 오게 해 버렸네."

     필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도...... 누나랑 함께 있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누나가 있으니, 왕도도 분명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렇구나."

     난 기뻐하며 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발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왕태자 알폰소가 내 뒤에 있었다.

     왕태자의 금발 몇 가닥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여기 있었나...... 클레어. 찾고 있었어."

     "죄송해요. 뭔가 용건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래, 뭐......"

     그렇게 대답한 왕태자는 흘끗 필을 바라보았다.

     

     "동생과 사이가 좋은 모양인데."

     "네."

     왕태자의 얼굴에 우울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갑판의 울타리에 기댔다. 그리고 그 푸른 눈동자로 날 바라보았다.

     저녁노을에 물든 전하는, 다시 봐도 아름다웠다.

     

     "......클레어는, 어른이 되면 뭘 하고 싶지?"

     

     갑작스런 질문에, 난 비공정의 바깥을 가리켰다.

     

     하늘에서 한 마리의 비둘기가 천천히 날고 있다. 비둘기는 비공정보다도 느려서, 점점 작아지더니 이윽고 안 보이게 되었다.

     

     "저런 식으로 되고 싶네요."

     왕태자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난 어깨를 으쓱였다.

     

     "저는, 독수리나 매 같은 위대한 새가 되고 싶다고는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비둘기라도 좋으니, 자유로이 하늘을 날아보고 싶네요."

     

     "이상한 대답이로군."

     왕태자가 깜짝 놀란 눈을 하는 것을 보니,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더 평범한 대답을 하면 좋았을지도.

     하지만.

     

     "뭘 하고 싶은지는 몰라요. 하지만 어떻게 되고 싶은지는 알아요. 저는 자유롭게 있고 싶을뿐이니까요."

     

     왕비가 되려는 소망은 없다.

     다만, 자유롭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리고 필과 앨리스가 옆에 있다면 행복하다.

     

     왕태자는 우수가 깃든 눈동자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랬군...... 나도 자유롭게 되고 싶어. 하지만......"

     그건 이룰 수 없다.

     왕태자한테는 그에 따르는 책임이 있으니.

     하지만 왕태자도 그럴 마음이 생긴다면,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전하를 자유롭게 해 줄 분이 나타날 거예요."

     

     "그럴까?"

     

     "네."

     

     내가 미소 짓자, 왕태자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미소 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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