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3 Lane+우정≒사랑+Line scene2
    2022년 04월 27일 10시 53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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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98/

     

     

     

     ㅡㅡ아버지다, 돌아오지 않는다.

     

     그 사건으로부터 3일이 지났다. 나는 츠지구치 씨의 방침으로 요양기간을 취하며, 집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슬슬 인방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감기로 쉬는 중이라고 되어있는데.

     아니, 내가 내게 아니게 된다면, 이대로 잊혀지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슬며시 안갯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요튜브도 지금은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분명, 나 따윈 곧장 누구도 돌아보지 않게 될 거다.

     

     '안 되겠어...... 이래서는.'

     

     지금까지 '친구와의 추억'으로서 마음의 지주로 삼고 있던 오백엔 동전은, 우가키한테 던져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되면 이 초커만이 기댈 곳이다. 소리가 안 나는 방울. 츠구미가 준, 나의 부적.

     어떻게 하면 좋지. 지금 사이에 어머니의 일기를 찾아봐? 아니, 찾지 못한데 더해 찾았던 흔적이 보이면 처분할지도 몰라. 신중하게 진행시켜야......

     

     ㅡㅡPiPiPiPiPiPi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일을 생각하고 있자, 갑자기 스마트폰에 통화가 걸린다. 아버지..... 였다면 문자로 끝냈을 거다. 누구지? 쭈뼛거리며 화면을 보자, 그곳에는 [로로]의 두 글자가.

     

     

     "여보세요?"

     『야호~ 츠나기! 자 지냈니?』

     "으, 응."

     『그럼 다행이다. 하지만 안 돼!』

     "이잉!?"

     『집에만 있으면 폐인이 되어버릴 거야!』

     

     

     갑자기 부정하길래 깜짝 놀랐다. 그보다 전화인데도 텐션이 높네. 전화는, 지시를 전하는 도구에 불과한데.

     

     

     "그렇게 말해도, 집에서 나갈 수는 없어."
     『괜찮아, 내게 맡겨. 사토루 군한테 차를 빌릴게』

     "차.....?"

     『그래. 그리고 그는 당분간 돌아오지 않아. 무슨 조사를 하는 모양이라서』

     "그, 래?"

     

     아버지, 돌아오지 않는구나. 그럼 일기...... 아니 아니, 안 돼, 안 된다. 밀랍인형 주변을 어지럽혔다간, 자칫 하면 나도 밀랍인형이 된다.

     

     

     『그런고로, 나가자. 음후후, 좀이 쑤시네~』

     "저기?"

     『적당한 복장으로 나오렴. 집 앞에 검은 승합차가 있을 테니까, 그걸 타.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아, 잠깐, 로로ㅡㅡ끊어버렸네."

     

     너무 억지잖아. 아니, 억지로 하지 않으면 나도 움직이지 않을 테지만.

     옷장에서 적당히 옷을 꺼낸다. 데님 상하의면 될까. 적당하게 하라고 말했으니. 로로는 항상 그런 것에 시끄럽지만...... 승합차라고 쓰는 걸까. 어쩌면 차 안에서 옷 입히기 인형으로 확정일 지도.

     가발도 제대로 쓰고서 위에서 꾹 누르도록 모자를 쓴다. 거울에 비친 것은, 평소의 나다. 어머니와 많이 비슷한 내 얼굴.

     

     

     키리오 츠구미와 비슷하다고 들었던 어머니를, 닮았다.

     

     

     준비하고서 집을 나선다. 스튜디오로 사용한 적도 있다는 이 집은, 모니터 룸과 방음실 등, 일반 가정에 없는 시설도 많다. 아버지는 기본적으로 프라이빗 룸과 모니터 룸의 벽을 철거한 방에서 지내고 있고, 나는 방음실이 주된 활동장소. 내 방은 원래 가수면실이었다고 한다. 현관 같은 것은 억지로 떼어낸 느낌이라서, 문에는 우체통 같은 것이 없다. 적당한 스니커즈를 신고 바깥으로 나서자, 곧장 검은 승합차가 보였다.

     

     "기다리고 있었어, 츠 나 기."
     "일단, 오긴 했지만."

     "자, 들어와."
     "으, 응."

     

     뒷좌석에 올라타자, 그곳은 간소한 드레스룸으로 되어있었다. 대면식 의자에 갖춰진 메이크업 세트. 그리고 커튼과 쇼윈도. 운전석에는 츠지구치 씨...... 가 아닌, 모르는 남자.

     

     "저기, 저 사람은?"

     "아아, 그는 우리 협력자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지로 군이라고 해."
     "하아...... 음, 뭐, 알았어."

     로로한테 그렇게 대답하고는, 잠시 운전석의 남자를 훔쳐봤다. 검은 머리를 빗질한 체격 좋은 남자인데, 무뚝뚝한 분위기가 풍긴다. 그렇게 생각하자 츠지구치 씨가 연상되어서 조금 진정되었다.

     

     "자, 모처럼의 자유인걸. 하고 싶은 일, 즐기자."

     

     그렇게 묘한 윙크와 함께 말을 거는 로로의 모습에, 볼에 경련이 일어난다. 괜찮을까. 아버지한테 혼나지 않으려나. 외출했다는 걸 들키면, 또 맞지 않을까. 싫은데. 아픈 것도, 괴로운 것도, 힘든 것도ㅡㅡ슬픈 것도.

     

     "츠나기."

     

     자연스럽게 발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떨어져 있던 시선이, 로로의 말에 되돌아온다. 로로는 여전히 화장이 짙지만 그 눈은 왠지 정말 예뻤다.

     

     "잘 들어? '즐거움'을 배우렴. '괴로움' 과 '아픔'만 알면, 좋은 여자..... 좋은 남자는 될 수 없는걸. 예쁜 것도 추한 것도, 즐거운 것도 괴로운 것도...... 사랑도 증오도, 양쪽 모두 알지 못하면 새로운 무대에는 설 수 없어. 기억해 둬, 츠나기. 지금은 몰라도 괜찮아. 하지만 언젠가, 내 말이 네 하트를 갈고닦을 수 있게."

     잘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로로는 진지하다. 진지하게 날 생각해주고 있다. 그러니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배신하고 싶지 않다. 싫어하지 않게 하고 싶다. 이제, 어떤 것도 잃고 싶지 않다.

     

     "알겠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그래. 그래서 물어봤잖아. 하고 싶은 일은 있니? 라고."
     "아...... 하고 싶은, 일."
     "떠오르는 것을 팍팍 말해봐. 응?'

     

     하고 싶은 일ㅡㅡ그렇게 듣고 떠오른 것은, 그날 나를 안아줬던 소녀의 모습이었다. 먼지 냄새나는 콘크리트의 방. 새어드는 빛이 비치는 은발. 똑바로 나를 바라보는, 하늘색의 두 눈. 상냥하고 강하고 예쁜, 여자애.

     

     "츠구미를, 만나고 싶어."

     "어머나! 후, 후후후후, 그래야지!"

     "엥, 아, 아! 지, 지금 것은 그 저기 음."

     "괜찮아 괜찮아! 아아, 정말 기대되는데."

      기도하는 것처럼 양손을 깍지 끼고서 반짝거리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로로. 그 박력에 한걸음 물러서고 만다.

     

     "자자, 그 상태로 다음, 다음!"

     "으음...... 갑자기 그렇게 말해도. 아, 하지만, 어머니를 알고 싶을, 지도."

     "엑셀레에에에에에엔트!! 그거야 츠나기! 너의 여자력, 보여줘 봐!"

     "나, 남자라고...... 아, 그래. 츠구미한테 남자인걸 들켰는데, 아버지한테는 말하지 마."

     "그걸 왜 말해!? 음후후후후후후후후!"

     

     시, 시끄러. 미안하지만, 정말 시끄러. 이것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라며 중얼거리는 로로한테서 눈을 돌려서,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그날, 무사한지 묻는 츠구미의 문자가 도착했었지만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게 되어버렸으니까.

     말과 목소리와 모습과 냄새 전부 다. 생각날 때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말을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게 되어버린다.

     

     "어라, 잠깐만 빌릴게."

     "엥?"

     그런 나의 손에서, 로로가 스마트폰을 휙 낚아챈다. 뭔가를 타다다닥 하며 손가락을 놀리더니, 당황하는 내게 스마트폰을 돌려줬다.

     

     "무, 무슨."
     "후후, 착한 아이네."
     "뭐ㅡㅡ앗."

     영문을 모르는 채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어째선지 늘어난 문자. 하나는 보낸 기억이 없......다고나 할까, 방금 로로가 보낸 것. 또 하나는 츠구미의, 답신.

     

     

     『츠나기? 괜찮아? 무사해? 다친 데는 없어?』

     『답신이 늦어서 미안. 무사해. 제대로 감사를 말하고 싶어. 오늘 시간 돼?』

     『3시 이후라면 괜찮아! 어디서 만나?』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얼굴이 뜨거워진다. 무슨, 무슨 짓을 한 거야!

     

     "무, 무무무, 무, 무슨ㅡㅡ"

     "자, 준비해야지?"

     "ㅡㅡ준비라니, 멋대로 이런 짓! 아."

     다시 스마트폰을 빼앗긴다. 이번에는 제멋대로 만지지는 않았다. 왜냐면, 로로의 손에는 이미 화장도구가 있었으니까.

     

     "자, 쓴맛 단맛 다보기 전에, 남자도 여자도 알아두자. 응?"

     

     그 기세에, 쓴맛도 단맛도 모르는 나로서는 이길 여지가 없어서, 손쉽게 로로한테 붙잡히고 말았다.

     어쩌다 이런 일이. 아, 아니, 그보다도,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두려움과 떨림과 당황스러움을 덧칠하는 것만 같은 가슴의 고동소리를 얼버무리기 위해, 로로한테 몸을 맡기는 일 외에는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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