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15 백발의 계집아이
    2021년 09월 27일 17시 04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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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530cy/422/

     막간 「아리스의 아이들」

     ※ 분량으로 볼 때 막간이라기보다는 외전으로 봐야한다.


     [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라면서, 한 계집아이가 머리를 싸매고 있다.

     계집아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노파처럼도 보인다. 기묘한 소녀다.

     그것도 그럴 터. 그녀의 머리카락은, 그 근본부터가 백색. 피부색은 유백색이어서, 그야말로 인간의 형상같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요괴나 그런 부류는 (아마도) 아니다.

     흔히 말하는 선천성 백피증ㅡㅡ알비노일 것이다.

     

     갑자기 우리 집에 나타난 침입자를 보고도, 난 당황하지 않았다.

     어딘가의 미아라고 생각하여 딱하다는 정도의 마음으로 있을 뿐이다.

     

     "여어."

     

     하면서 테이블 위에 아침식사를 늘어놓자,

     

     [으음]

     

     하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순간, 아침의 식탁에 꼬르르르르르륵 하는 뱃소리가 울려퍼졌다.

     

     "먹을래."

     [괜찮은가?]

     "응."

     [고마우이]

     

     그리고 그녀는 주저없이 나의 아침식사를 먹기 시작했다.

     식량을 잃은 나는 탄식을 하며 따스한 블랙커피를 마셨다.

     

     ㅡㅡ넌 누구?

     ㅡㅡ네 목적은?

     ㅡㅡ어떻게 내 집에 들어왔지?

     

     말하고 싶은 일은 산더미처럼 있었지만, 먼저 입을 연 쪽은 그녀였다.

     

     [하지만 정말이지ㅡㅡ곤란하구먼]

     "무엇이?"

     [그야 뭐, 그대가 선 위치가 아니겠는가]

     "호오."

     [그대는 그. 약하지 않은가]

     "음......뭐."

     

     나는 자신의 가느다란 팔을 보았다.

     동생에게 '마치 여자같다' 라고 놀림당했던 일도 있었던 그 팔은, 단 한번의 턱걸이도 못 한다.

     

     [그 팔로는 최초의 '적대적 생명체'도 쓰러트릴 수 없을 테고......흐음]

     "적대적.......?"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며,

     

     "혹시 넌ㅡㅡ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을 말하고 있는 거니?"

     

     커텐으로 가려놓은 창문 틈으로, 잠시 바깥을 들여다본다.

     그곳에서는 지금도 몇 마리의 '좀비' 가 흐느적거리며 산책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무 도와주는 것도.....음~ 어렵구먼~]

     

     아무래도 그녀는, 그다지 나와의 의사소통을 원하지 않는 모양이다.

     

     [원래는 인간 한 마리 정도야 내비둬도 상관없다는 느낌도 들지만. 조금 아까운 면도 있으니]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그대는 약해ㅡㅡ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강할지도 몰라]

     "헤에. 내가 강하다니. 인생 처음으로 들은 대사인데."

     

     나는 지금도 스스로 다 셀 수 없을 만큼의 공포증을 끌어안고 있다.

     일반인과 비하면 아득히 '약한' 존재일 터.

     여태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발목을 잡아왔을 뿐의 존재였다.

     그리고 그 업보는 아마 지금부터 며칠 이내에 돌아오게 될 것이다.

     

     아사라던가.

     바깥을 서성거리는 '좀비'의 난입이라던가.

     

     아니면.

     2층에서 '좀비'로 변이되어 괴로워하고 있는 동생에게 몸을 내어주는 종말일지도 모른다.

     

     [잘 모르겠지만, 그대는 재능이 있다네. 살해의 재능ㅡㅡ그리고 '플레이어'로서의 재능이. 그래서 그게, 나한테는 조금 두려워]

     "구체적으로......뭐가 어떻게 두려운데?"

     [이야기 도중에 불쑥 튀어나와서는 사태를 전부 손쉽게 해결해버리는 캐릭터가 될 것 같아서]

     "흐음."

     [아니면 너무 강해서 쓰러트릴 수 없는 적 캐릭터. 작가로서도 도중에 퇴장시키는 것 외의 수단이 사라져버린 타입]

     

     팔짱을 끼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확실히 그건 흥이 깨지겠는데."

     [그렇지?]

     

     아무래도 그녀가 미쳐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아마 미친 것은 세상 쪽일 것이다. 지금와서는 그쪽을 의심하는 편이 빠르다.

     

     [난, 장난삼아 국면을 휘젓는 짓은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네~]

     "흠......국면이라."

     [그래서, 고민되는 게야. 지금 여기서 자네를 콱 죽여버버릴지. 아니면 일단 뭔가를 위해 살려둘지]

     

     세상에.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날 죽일 셈인 모양이다.

     

     "사람이 기대하고 있던......마지막 식사를 빼앗아 놓고서는, 꽤나 심한 말을 하는 녀석이구만."

     [그거라고ㅡㅡ자네는 지금, 어떻게든 사수해야만 하는 중요한 식량을, 얼굴도 모르는 내게 태연히 내어주었네. 그런 점이 자네의 기분 나쁜 점. 행동을 읽을 수 없는 점이지]

     "호오."

     [그 행동이 너무나 랜덤성을 띄게 된다면, 나는ㅡㅡ차라리 자네를 끝장내는게 나아보여]

     

     은연 중, 그녀의 사고회로를 상상해본다.

     정체를 모르겠다. 그것은 알겠다.

     .......하지만 하나의 가설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이 사람은 어쩌면,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말'적 사태의 관계자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것은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걱정하지 않아도, 난 그렇게 랜덤한 게 아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방금 썼던 계란 말인데, 조금 오래된 거라서 먹어야할지 말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그걸 내게 먹게 한 게냐]

     "배탈날 정도는 아냐. 그리고 너도 맛있게 먹었잖아."

     [으으으으으으음........]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난 애써 밝은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런데, 너의 이름은?"

     [아리스ㅡㅡ'마녀' 아리스]

     "난 카이리. 사키미츠 카이리. 일단은 탐정을 하고 있지. 이름 뿐이지만."

     [알고 있네, 그 정도는]

     

     시부야에서 첫 '좀비' 가 발생한 뒤, 딱 3일 째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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