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가져갈 수 있다고 해서 조금 비싸게 견적을 냈습니다."
"액자가 비싼가?"
"농담도. 그림 자체의 가치입니다."
"흐음. 니콜의 그림은 인기가 많나 보지?
"물론입니다.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적으니까요. 게다가 찰스 님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모두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구나, 니콜은 자신의 작품 중에서도 잘 그린 것을 선물해 왔던 모양이다.
"이렇게 밋밋한 그림이 말이지."
"차분해서, 어디에 걸어 두어도 방해가 되지 않지요."
"아, 그런 표현도 할 수 있겠군."
"그럼 어떻습니까?"
"좋지 않으냐? 찰스, 미련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이죠, 아버지."
그 음침한 여자와 드디어 인연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상쾌해진다.
"......하나 여쭙겠는데요, 찰스 님과 니콜 양이 약혼을 해지한 이유는 어디에 있었는지요?"
"남의 사정에 자꾸 끼어드는구만."
"죄송합니다. 니콜 양에게 하자가 있다면 앞으로 그녀의 그림 수요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상인으로서 정보를 얻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아아, 그렇군."
"공짜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응접실의 그림이 없어지면 허전하시겠죠? 이걸 대신 가져왔습니다."
"오호, 주는 건가?"
"예."
내민 것은, 붉은색을 바탕으로 한 웅장한 그림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장사를 잘하는군."
"백작 님이야말로. 올콕 가문에 활력을 불어넣은 경영 솜씨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하하. 뭐, 우리 가문도 힘든 시기가 있었지. 헌팅턴 무역과 손을 잡아야만 했지만."
"그래서 찰스 님과 니콜 양이 약혼에 이르게 된 거군요?"
"그래. 하지만 우리 가문도 완전히 회복했어. 굳이 평민과 손을 잡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찰스 님은 어떠신지요?"
"원래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니콜은 음침하고 궁상맞아서, 마력이 높은 것 말고는 장점이 없잖아?"
"그렇군요."
음? 동의하지 않나?
평민의 가치관은 모르겠다.
"그럼 찰스 님은 어느 귀족 아가씨와 약혼을 하시게 되는 걸까요?"
"그렇게 되겠지. 아직 예정은 없지만."
"안심했습니다."
"응? 뭐가?"
"아니요, 니콜 양에게 심각한 결점이 있으면 아까 말씀드린 평가금액을 낮춰야 하기 때문에."
"하하하."
그런 함정이었나.
상인은 방심할 틈이 없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
----------그림 상인의 시점.
"나으리, 어서 오세요. 어떠셨어요?"
올콕 백작 저택에서 방금 돌아왔다.
"그래, 좋은 거래가 이루어졌어."
"하하하, 후려쳤군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백작도 그 아들도 니콜 헌팅턴의 가치를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까."
"역시 그랬군요."
"그런 놈들에게 니콜 아가씨의 그림은 아깝지."
화려하기만 한 그림을 던져주었다.
그놈들한테는 그 정도가 딱 어울린다.
"니콜 양을 평하면서, 음침하고 궁상맞고 마력이 높은 정도밖에 장점이 없다고 하더라."
"예? 그렇게 예쁘고 겸손한 아가씨를요?"
"그래. 생각도 못하겠지?"
"귀족의 생각은 도무지 모르겠네요. 아니, 귀족이라고 한꺼번에 묶어서는 안 되겠지만."
귀족이라도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은 있다.
니콜 양의 그림의 진가를 알아본 아그리파 마술경도 귀족이다.
"개인전에서 만났을 때 잠깐 이야기했지만, 니콜 양은 욕심이 없는 것 같았어요."
"자신의 그림의 가치를 모르는 것 같아. 크레이그 공도 가르치지 않는 것 같고."
"아, 그랬군요. 어쩐지."
"자신의 그림의 가치를 알고 동요하면 지금처럼 그림을 그릴 수 없을지도 몰라. 뭐, 가능성이지만."
그것을 알기 때문에, 사정을 아는 사람은 니콜 양에게 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황금알을 낳는 닭을 짓밟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또한 크레이그 헌팅턴도 무시 못할 장사꾼이다.
딸의 그림의 가치를 충분히 알면서도 값을 올리지 않는다.
이익을 관련 업자들에게 분산시켜 인맥을 쌓고, 나중에 장사를 위한 포석을 깔아놓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술은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
"니콜 양의 그림이 있으면 실패하지 않겠지만."
"그래요. 하지만 대단하네요. 퇴마의 그림, 행운의 그림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