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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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2월 06일 03시 32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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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님께서 약혼 해지를 제안하셨다."

    "그, 그런가요."



     하아, 아무리 재산이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집은 평민입니다.

     백작 영식인 찰스 님과 잘 될 리가 없다고 생각은 했었죠.



    "사실상 약혼 파기지만. 귀족의 제안이니 거절할 수 없어."

    "네..."



     찰스 님과 제가 약혼했을 당시의 올콕 백작가의 재정은 매우 열악했다고 합니다.

     재정적 지원을 받고 싶은 올콕 백작 가문과, 상류층에 진입하고 싶은 헌팅턴 집안.

     우리의 약혼은 서로에게 이득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백작가가 회복되었다고 하니까요.

     찰스 님도 저처럼 어둡고 수수한 여자와 약혼할 의미가 없어졌겠죠.



    "어둡고 수수한 여자가 싫증이 났다고 하더라."

    "그, 그런가요."



     상상했던 대로의 이유였습니다.

     찰스 님, 죄송해요.

     저로서는 백작영식의 약혼녀에 걸맞은 교육을 받거나, 그림 상인도 소개받았으니 나름대로 충실했다고 생각해요.



     정작 찰스 님은 어땠냐고요?

     무뚝뚝한 얼굴만 봤던지라 잘.



    "우리 집으로서는 이 약혼 해지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어."

    "네."



     올콕 백작가에 불평할 수는 없지요.

     아버지께 죄송한 일을 해버렸네요.

     헌팅턴 집안의 장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겠죠.



    "아버지 죄송합......"

    "니콜, 미안하다!"

    "네?"



     아버지가 사과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제가 다 잘못한 건데.



    "니콜의 장점도 모르는 그런 놈을 약혼남으로 삼게 되다니, 일생일대의 실수였다. 어리석은 아버지를 용서해 다오."

    "네? 저기 ......"



     왜 아버지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걸까요?

     제 장점이라고 해봐야, 마력이 높다는 것과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뿐이잖아요?

     귀족의 아들을 묶어둘 수 있는 여자로서의 매력은 그다지 .......



     아, 약혼 해지 얘기를 듣고 제가 충격을 받았을 거라며 배려해 주시는 거군요.

     자상한 아버지.



    "저라면 괜찮아요."

    "그렇구나. 무리할 필요는 없다. 니콜이 좋아하는 딸기가 맛있는 계절이니, 사 와서 디저트를 만들도록 해주마."

    "와아!"



     기쁩니다.

     기쁘긴 하지만, 저를 신경 쓸 때일까요?



    "아버지"

    "음, 왜?"

    "장사 쪽은 문제없으세요?"

    "아아, 그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니콜의 그림으로 인해 지금까지 없던 교제가 많아졌거든. 올콕 백작가와 인연을 끊어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그거 안심이네요."



     아버지 여유만만하셔.

     소심한 저를 불안하게 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장사는 잘되고 있는 모양이군요.

     제 그림으로 인해 교분이 넓어졌다는 것은 아닐 테지만요.



    "다만 니콜이 자유로워지면 여기저기서 혼담이 쇄도할 것 같아."

    "네? 왜요?"

    "니콜은 겸손하고 귀엽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아니까."

    "...... 처음 들어요."

    "게다가 마력이 강하고, 다소곳하잖아? 약혼한 게 아쉽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거든."



     저는 많이 안 바래요.

     그림만 그릴 수 있으면 만족합니다.

     그리고 드물게 마력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마법사가 아니기 때문에 전혀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요.



     다만 마력이 높다는 것은, 상류층에서 신분으로 의식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둡고 수수하다는 취급을 받아왔던 터라, 저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에요.



    "덤으로 멋진 그림도 그릴 수 있고."

    "그건 그냥 취미라고 했잖아요."



     아버지가 어느 정도 금액으로 그림을 사주시고 있습니다.

     개인전도 열었던 적이 있어요.

     화가로서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찰스 님에게 그림을 선물한 적도 있지만, 소중히 여기지 않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이번 약혼 해지로 니콜이 마음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알겠습니다. 감사해요."



              ◇



     ---------- 백작영식 찰스 올콕의 시점.



    "...... 이렇게나?"

    "예, 어떻습니까?"



     이틀 전 니콜과의 약혼 해지가 성립됐다.

     기분상으로는 약혼 파기다.

     그 못마땅한 표정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후련하다.



     곧바로 니콜이 선물한 그림을 처분하기로 했다.

     예전에 개인전을 열었다며 자랑하던 터라, 값이 붙을 줄 알고 화가를 불러서 보여준 참이다.

     감정가가 생각보다 두 자릿수 정도 더 높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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