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를 저질러서 죄송해요. 무심코 와버린 바람에요."
"혹시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인가? 자작 저택에 들르지 않고 바로 여기에 왔다고?"
"네."
"어째서?"
"알버트 님을 뵙고 싶어서요!"
큭! 투 스트라이크다.
"목욕물을 끓일 테니 땀을 씻고 와라."
"네, 감사해요."
◇
"달라졌다. 몰라보겠어. 정말 놀랐다고."
"우후후, 그래요? 알버트 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쁘네요."
눈길을 끄는 것은 목욕 후의 모습 때문이 아니다.
넘치는 생기.
터질 것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
귀족이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좋아한다.
쓰리 스트라이크, 당했다.
"레브나 교단은 대체 뭐 하는 곳이지?"
이토록 미스트를 내 취향에 맞게 바꾼 교단의 정체를 알고 싶다.
"음, 원래는 '레벨을 올려서 물리력으로 때려잡는다'라는 이름의 단체였다고 하는데, 말하기 어려워서 줄인 것이 레브나라고 하네요."
"'레벨을 올려서 물리력으로 때려잡는다'는 말은 들어본 적 있군. 모험가들의 슬로건 아니었나?"
"맞아요. 잘 아시네요."
자연스러운 미소를 잃지 않는 미스트.
정말 매력적으로 변해 버렸다.
눈을 뗄 수가 없잖아.
"종교 단체가 아닌 건가?"
"가르침에 충실하다는 의미에서는 종교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단체를 유지하기 위해 헌금을 내야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저 같은 생각을 가진 동지들의 모임일 뿐이에요."
"흠? 그래서 그 가르침이 '레벨을 올려서 물리적으로 때려잡는다'는 건가?"
"네, 그런 거예요. 레벨만 올리면 웬만한 문제는 해결된다는 가르침이에요."
마초적인 사상이다.
조금은 알겠는데, 설마 .......
"미스트는 지난 석 달 동안 뭘 하고 있었지?"
"광렙을 하고 있었어요!"
"흠, 그러니까 모험가 활동을 한 거지? 마물을 처치하고 있었어?"
"네! 레벨도 15를 넘겼어요. 요령이 좋다고 칭찬받았어요."
레벨은 몬스터를 처치해 경험치로 쌓아 올리면 올라가는 신체 능력의 등급이다.
15레벨이라고 하면 국군의 기사급이잖아.
뭐? 불과 3개월 만에?
설마 이런 곳에서 잠재력을 발휘할 줄이야.
미스트가 수줍게 말했다.
"조금,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변하긴 했어."
"정말요!?"
"그, 그래."
미스트를 껴안았다.
목욕 후의 비누 향이 난다.
"알버트 님 ......"
"어이쿠, 더 이상은 결혼하고 나서 해야지. 자작한테 혼나겠어."
"네. 포옹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굴을 살짝 붉히는 미스트.
귀엽다.
이쪽이야말로 땡큐다.
"자, 이제 보내러 갈까?"
"어, 알버트 님이 직접요?"
"그래. 모처럼 미스트가 무사히 돌아왔니. 가끔은..."
"그럼 잘 부탁드려요."
미스트의 팔을 잡고 리드한다.
근사한 여자가 되었구나.
이것 또한 미스트의 노력이 잠재력의 은총에 직결된 것인가.
레브나 교단에도 감사해야겠다.
그래, 한 가지 물어볼까.
"미스트는, 내가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라도 있을까?"
석 달 전 미스트가 내게 했던 것과 같은 질문을 한다.
미스트가 시련을 이겨낸 것이다.
나도 본받아서 정진해야겠다.
"아뇨, 그대로의 알버트 님이 좋아요."
"그래?"
"석 달 전까지의 저는 분명 알버트 님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알고 있었어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미스트가 약간 얼굴을 숙이다가,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그랬는데도 알버트 님은 항상 친절하셨어요. 그런 알버트 님을 사랑해요."
"큭! 귀여워!"
"아, 알버트 님?"
"미안.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새어 나와 버렸어."
"...... 기뻐요."
나도 기쁘다.
내 취향의 여자가 되었다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이상으로 나와 홀스워스 후작가를 위해 노력해 주었다는 것이.
3개월 동안 힘든 일도 있었을 텐데.
그걸 내색하지도 않는다.
"빨리 결혼하고 싶은데......."
"저도요."
가녀린 허리에 감은 팔에 조금 힘을 준다.
미스트의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한평생 사랑할 것을 맹세하자.
"멧돼지잖아. 갑자기 무슨 일이지?"
"정원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어요. 때려눕히고 왔답니다."
"때려눕히다니......"
"오늘은 멧돼지 요리예요."
"그래, 난 활기찬 미스트가 좋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