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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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2월 03일 22시 53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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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트의 얼굴이 밝아졌다.

     오랜만에 보는 매력적인 미소가 아닌가.

     항상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오늘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저 나름대로 열심히 할 테니, 3개월 후를 기대해 주세요."

    "그, 그래."



     정말 의욕이 넘치잖아.

     열심히 한다니, 뭐를?

     여행으로 견문을 넓힌다든지, 그런 방향일까?



              ◇

     


     왜 이렇게 된 거지.

     미스트가 사라져 버렸다.

     자작이 거품을 물고 후작 저택에 들이닥쳤다.



    "알버트 군, 무슨 일인지 사정을 모릅니까?"

    "그게, 이틀 전에 만났을 때 미스트는 3개월의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서요. 그 관련일 것 같습니다만 ......."

    "그, 그게 다입니까?"

    "예. 결심한 듯한 표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어떤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없었나요?"

    "...... 그러고 보니,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나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



     설마 자작가에도 알리지 않고 갑자기 사라질 줄이야.

     미스트에게 그 정도의 행동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안 좋은 건 나와 홀스워스 후작가가 의심받고 있다는 거다.

     나는 미스트에게 심한 말을 해서 쫓아낸 적도 없고, 감금한 적도 없다.

     더군다나 죽이지도 않았다.

     평소 나와 미스트가 어떻게 여겨졌는지 알고는 깜짝 놀랐다.

     사교계가 무섭다.

     나는 미스트를 소홀히 한 적도 없었고,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미스트를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보였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버지도 걱정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정말 짐작 가는 부분이 없는 거냐?"

    "그렇게 말씀하셔도 전혀요."

    "수색을 한다 해도 ...... 뜬구름 잡는 격이군."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새터리 자작가에 실마리가 남아있지 않겠느냐?

     자작이 말한다.



    "사실은 ...... 혹시 이것일까? 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습니다."

    "뭐지요?"

    "레브나 교단입니다."

    "'레브나 교단?""



     들어본 적이 없다.

     종교 단체인가?



    "딸의 일기장에 끼워져 있던 팜플렛입니다"

    "한번 보겠습니다."



     어디 어디, 자신을 바꾸고 싶은 당신에게 도움을 드리는 3개월 플랜.

     3개월?



    "...... 미스트가 말했던 것과 일치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건 뭐지요?"

    "레브나 교단의 광고인 것 같습니다."

    "미스트가 이 기획에 참여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다면 이 레브나 교단이라는 단체에 문의하면, 미스트 아가씨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그런데 이 레브나 교단은 여기저기 유랑하는 단체인 것 같아서요. 딱히 본부나 집회소도 없는 것 같고."



     유랑의 종교 단체라고?

     어디로 갔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뜻인가?



    "석 달 동안 ...... 순례로 각지를 돌아다니는 것일까요?"

    "그럴지도 ...... 안 되겠군. 레브나 교단 자체의 정체도 불분명한데, 어디를 순례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어."

    "그, 그렇군요."

    "어쩔 수 없지. 3개월은 얌전히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동안 레브나 교단의 정보만이라도 수집해 두자."

    "그것밖에 없을 것 같군요 ......"



     자작이 어깨를 으쓱한다.

     미스트, 넌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



     이제 곧 미스트와의 약속 기일이 석 달이 된다.

     세상의 소문은 금방 가라앉는 법. 최근 미스트나 나와 관련된 소문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 점에 관해서는 다행이다.



     의외로 레브나 교단은 평판이 좋지 않은 단체가 아니었다.

     자급자족을 지향하는, 자연과의 공생을 표방하는 단체인 것 같다.

     '보인다'는 것은 소규모 단체라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적기 때문이다.

     다만 교단의 가르침으로 자신감이 생겼다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미스트에 걸맞은 가르침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3개월 플랜이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것 같아서, 아무도 몰랐다.

     걱정이다.



     집사가 말을 건넨다.



    "도련님, 미스트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

    "응? 아무런 연락도 없이 갑자기?"

    "그, 그게 ......"

    "뭐, 좋아, 바로 통과시켜라."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약혼녀라 해도, 없으면 없는 대로 신경이 쓰이는 법이다.



    "알버트 님!"



     미스트의 목소리다.

     그런데?



    "...... 미스트구나. 많이 변했는데?"

    "네!"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자세도 확연히 달라졌지 않은가.

     눈치만 살피던 자작영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것 같다.

     미스트 주제에 마음에 쏙 드는 타입이라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솔직히 스트라이크라 말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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