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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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2월 03일 22시 52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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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둡고 자신감이 없어 보이지만, 항상 눈치를 보며 간사한 미소를 짓는 여자.

     내 약혼녀인 자작영애 미스트 새터리는 그런 여자다.

     마음에 들지 않아.



     홀스워스 후작가의 적자인 나와는 신분 차이가 있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신분이 낮아도 훌륭한 사람은 많기 때문이다.



    "저기, 알버트 님."

    "뭐야?"

    "즐겁지 않으세요?"

    "그런 건 아니야."



     오늘은 미스트와의 다과회다.

     딱히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솔직히 즐거울 리가 없다.

     하지만 약혼녀 앞에서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신사로서 허용되는 행동이 아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차의 향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저기, 하지만 알버트 님은 저와 함께 있을 때 따분해 보이셔서요."

    "흠, 그렇게 보였나. 미안하다."



     따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들킨 것은 내 잘못이다.

     반성해야겠다.

     미스트가 주저하면서 말한다.



    "저기, 알버트 님의 홀스워스 후작가와 저희 자작가는 신분이 다르잖아요?"

    "그랬지."

    "약혼을 파기하셔도 상관없으니 ......"



     나와 미스트의 약혼이 추진된 배경에는 정치적인 요소는 없다.

     단순히 미스트 자신의 소질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미스트는 발달용량이 상당히 큰 것으로 판명되어 있다.



     발달용량이란, 인간적으로 변할 수 있는 여지를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이라고도 한다.

     역사 속 위인들은 발달용량이 컸던 사람이 많다고도 하고,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에 귀족에서는 이를 중시하는 가문도 있다.

     나도 그 점은 잘 알고 있다.



    "아니, 내게 그럴 마음은 없다."

    "하지만 ......"

    "넌 내가 약혼남이 되는 게 싫은가?"

    "아뇨, 저기, 그런 것은 ......"



     미스트가 얼굴을 붉힌다.

     그렇지?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잘생겼고, 숙녀에게 친절하니까.



    "미스트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니, 약혼 파기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 그렇군요."



     나 자신이 미스트의 비굴한 성격과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귀족의 결혼이란 한 면만 보고 결정할 만큼 허술한 것이 아니니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갈망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당주인 아버지가 결정한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또한 나한테 그런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기, 저는 알버트 님을 좋아해요."

    "그거 기쁜데."

    "그래서 알버트 님께 어울리지 않는 제가 싫어서 ......"



     미스트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아니, 어울리지 않는다고 누군가가 비꼬는 말이라도 했을지도 모른다.

     당당하게 있으면 되는데.

     하지만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저기, 알버트 님은 제가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원하시는 바가 있으세요?"

    "흠......"



     있다.

     하지만 섣불리 말하면 미스트를 위축시킬 것이다.

     오히려 역효과다.

     여성을 비난하는 것도 본심이 아니다.



     미스트가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적극성이 보인다.

     진보라는 것이 아닌가.

     그 부분은 공평하게 평가해야 한다.



    "미스트는 '저기'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지? 그거 좀 그만하는 게 좋겠어. 자신감이 없어 보이니까."

    "자신감이 없어......"

    "그래, 나는 언젠가 후작이 될 몸이니까. 아내가 될 너에게도 여유 있는 태도가 요구되는 거다. 기대하지."

    "네. 알겠습니다."



     뭐, 이 정도겠지.

     개선하려는 태도를 보여주면 충분하다.

     미스트의 외모는 나쁘지 않다.

     의외로 노력하면 가능성을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알버트 님."

    "음, 뭐지?"

    "저한테 3개월만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뭐?"



     3개월이라니 왜?

     미스트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무슨 뜻인지 잘."

    "저를 바꾸고 싶어요. 알버트 님께 어울리는 제가 되고 싶어요."

    "그 마음가짐은 귀중한 것이지만 ....... 그럼 3개월 동안 나랑 만나지 않고, 그동안 자신을 바꾸겠다는 뜻인가?"

    "그, 그런 셈이죠. 어때요?"



     미스트와 이렇게 다과회를 하고 있어도, 서로가 특별히 얻는 것은 없다.

     왕도의 저택이 가까워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기도 하다.

     새삼스럽게 친목을 도모할 단계도 아니다.

     그렇다면 미스트의 희망을 받아들여 주면 된다.



    "나는 상관없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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