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는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여. 당신이 귀공자의 약혼녀가 되면 왕실과 콜드웰 공작가는 성녀를 확보할 수 있어 기뻐할 게야. 대가 바뀌어서 동요하고 있는 누트버 자작가에도 든든한 후견인이 생긴다는 결론이여."
친정의 일도 걱정할 테니까.
귀공자의 약혼녀가 되면 그런 걱정은 사라지겠지만.
"뭐, 데몬이 잘 나가는 건 더러운 장사도 하고 있기 때문이여. 당신이 시집가지 않아서 참말로 다행이여."
"그랬었군요."
고쿠라쿠 상회는 금지된 인신매매와 마약 거래를 하고 있다.
멀지 않아 꼬리가 밟힌다.
그뿐만이 아니야.
만약 성녀를 손에 넣는다면, 종교단체 설립부터 시작해 종교국가를 건국해 왕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었어.
정말이지 데몬 고쿠라쿠는 어마어마한 녀석이여.
"왕가는 성녀와 누트바 자작가가 고쿠라쿠 상회 손에 넘어가는 걸 싫어했어. 그래서 공작가를 움직여 당신의 약혼을 서두르게 한 사정이 있었제. 나라의 안정을 위해 필요했지만, 당신이 보기엔 억지로 보였을지도 모르겠구먼."
"아,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것이, 고드릭 님의 전 약혼녀에 대한 것이에요."
"아, 드로리스 프람스티드 후작영애 말이여?"
"네."
"그쪽도 문제없어. 프람스티드 후작가는 콜드웰 공작가에 감사하고 있으니께."
"감사? 무슨 뜻인가요?"
"드로리스 양의 진실한 사랑이라는 거여. 지 호위 기사한테 푹 빠졌거든."
"어머나!"
후작영애가 사랑에 빠져서 약혼을 파기하려고 하다니, 귀족으로서 기본이 안 되었어.
미약을 마시면서까지 시집가려고 하는 이 아이를 본받아야 혀.
"원래는 드로리스 양의 책임으로 약혼이 파기될 예정이었제. 하지만 당신이 끼어든 덕분에 원만하게 약혼을 파기할 수 있었어. 위약금도, 위자료도 내지 않아도 되는 프람스티드 후작가가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 알것제?"
"네! 눈앞의 안개가 완전히 걷힌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어머나, 내 말을 그대로 믿다니.
뭐, 거짓말을 한 건 아니지만.
공작영식의 아내로서는 좀 걱정스럽지만, 성녀로서는 이 정도로 순수해도 괜찮지도.
"저는 아무 거리낌 없이 고드릭 님의 약혼녀가 되어도 괜찮은 거죠?"
"참을 것 없이 으쌰으쌰해도 괜찮여."
얼굴이 빨개진다.
귀엽구먼.
부모가 없는 자작 영애가 공작 영식의 약혼녀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질투도 있을 것이다.
때를 봐서 이 아이가 성녀라는 사실을 공개할 셈이겠지.
누트베르 자작가의 후계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포함해서, 왕실과 공작가의 실력을 보여줄 때여.
"저기, 한 가지 곤란한 일이 있어요."
"메여?"
"미약이 필요 없어졌어요"
"뭘 그런 걸로."
"할머니께 어떻게 보답을 드려야 할까요?"
"오늘은 서비스로 하지 뭐. 이거나 받으시우."
약병 하나를 건넨다.
"이건 ...... 약인가요?"
"발모제 샘플이여."
연애약처럼 감정을 좌우하는 약은 잘 못하지만, 이건 자신 있다.
어머나, 그렇게 눈을 동그랗게 뜨지 않아도 될 텐데.
"공작과, 그리고 당신의 남편이 될 사람도 언젠가는 이걸 원할 거여. 오래오래 좋은 손님이 되어줄 테니 나도 고마운 일이고. 그리고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어."
"저에게요? 뭐죠?"
"이 할멈이 꽤 눈썰미가 좋다는 것은 비밀로 해 주었으면 좋겠어.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여."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정말 착한 아이구나.
행복해지거라.
"고쿠라쿠 상회에 수사가 들어왔다. 데몬 고쿠라쿠는 바로 체포될 것이다. 극형을 면치 못하겠지."
"그런가요. 역시."
"그런 녀석에게 노력가인 칼리스타를 빼앗기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정말. 고드릭 님도 참."
"하하하, 그나저나 아버지가 발모제가 떨어질 것 같다고 해서 말이야. 데이트 겸 향신료 가게로 가볼래?"
여보도 벗겨진다고 수정 구슬에 다 나왔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