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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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2월 02일 03시 53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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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입문에 달린 방울이 딸랑거리며 울린다.

     손님이구나.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귀여운 아가씨인데, 표정이 꽤나 뻣뻣하다.

     우리 집은 왕도의 으슥한 곳에 있는, 겉으로는 희귀한 향신료를 파는 가게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마법의 약국이다.

     그런 가게에 이 아가씨가 동행도 없이 오다니, 수상한 약을 원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안쪽으로 오시게."

    "고마워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 낫겠지?



    "할멈의 가게에 오신 걸 환영한다오. 무슨 용무로 오셨수?"

    "저기, 저는 이 가게의 평판을 듣고 ......"

    "그랬구먼. 좋은 평판? 아니면 나쁜 평판?"

    "네? ...... 나쁜 평판일까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10대 후반, 아마 귀족 아가씨일 것이다.

     성격은 솔직하고 정직. 음?



    "...... 이거 놀라워라. 당신 성녀의 자격이 있구먼."

    "아, 알아보셨어요?"

    "이래 뵈어도 이 할멈이 보는 눈이 있는지라."



     성녀란 성속성의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여성의 총칭이다.

     성속성의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반드시 여성으로 정해져 있다.

     독기를 쫓아낼 수 있기 때문에, 한 나라에 한 명의 성녀가 있으면 다른 나라에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하지만?



     새로운 성녀가 출현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애초에 성녀 같은 귀한 인재가 혼자서 돌아다닐 리가 없다.

     아무래도 입고 있는 숄이 성녀의 특성을 가리는 마도구인 것 같다.

     이 소녀가 성녀라는 것을 들키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나만큼의 힘을 가졌어도, 이 정도로 접근하지 않으면 성녀라는 것을 알 수 없었으니까.



    "미약을 원하는 거지?"

    "네."

    "왜여?"



     할멈의 가게는 잘 듣는 미약을 팔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물론 거짓말이지만.

     나는 예지력은 있지만, 마법약에 대한 재능은 그저 그런 수준이다.

     마법약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약을 만들 정도의 솜씨는 없다.



     예지력은 권력자에게 이용당하기 쉽거든.

     그래서 숨어서 향신료 가게 겸 마법약국 같은 걸 하고 있어.

     요컨대 할멈의 사랑약이 잘 듣는다, 그렇게 믿게 만드는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이여.



    "당신은 재주가 좋고, 게다가 성녀야. 네게 반하지 않을 남자는 없어. 미약을 쓸 필요는 없어 보이는구먼."

    "아뇨, 그, 제가 마실 거라서."

    "뭐?"



     눈이 동그랗게 된다.

     무슨 소리여?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해 왔지만, 이런 건 처음이라구.

     수정 구슬을 꺼내든다.



    "사정을 말해봐. 아,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상관없어. 말할 수 있는 부분만 말해도 돼."

    "네. 사실 저는 귀족인데요."



     수정 구슬에 비친 이미지를 읽어낸다.

     이 아이는 칼리스타 누트바.

     호오, 자작 영애로구먼.



    "저한테 혼담이 들어왔거든요."



     상대는 고드릭 콜드웰.

     호호, 귀공자로 유명한 공작 영식이구먼.

     가문의 격이 다른 걸 보면, 공작 가문에서는 이 아이가 성녀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네.

     아니, 왕가에서 알고 있지만, 또래의 괜찮은 왕자가 없으니 친분이 있는 콜드웰 공작가로 넘어갔다고 보는 편이 맞을까.



    "좋은 이야기 같은데?"

    "상대의 부모는 제 부모님의 원수예요."

    "......"



     부모님의 원수?

     수정 구슬로 볼까 ...... 흐음, 그렇구나.



    "상대는 원래 약혼자가 있었어요. 그리고 저에게도 생전에 부모님이 추진했던 다른 혼담이 있었어요."



     콜드웰 공작가의 귀공자의 전 약혼녀?

     흠흠, 그리고 이 아이의 또 다른 약혼남은?

     허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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