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
    2024년 02월 01일 03시 01분 4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뭐, 정보는 들어와 있었다.

     들어오지 않더라도, 새어 나오는 의욕이 가득해서 불쾌감을 유발할 정도였다.

     무슨 얘기냐고?

     올리버 2세 전하의 원맨쇼야.

     동생한테 '전하'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도 뭣하지만.



    "카트리나 아크비숍. 나는 그대와의 약혼을 파기한다!"



     아, 시작됐어.

     어떻게 할 거야, 이거?

     하필이면 아크비숍 후작가가 주최하는 파티인데.

     괴롭힘도 정도가 있지.



     카타리나 아가씨도 얼어 버렸잖아.

     딱하게도.

     올리버 전하와 브렌다 기봉 남작영애와의 로맨스는 잘 알려진 사실이고, 약혼녀인 카트리나 양이 냉대받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약혼 파기에 이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겠지만, 카트리나 양도 설마 공개적인 약혼 파기 선언을 하는 수모를 당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올리버 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을 요구하는 카트리나 양.

     생각보다 멀쩡하구나.

     하지만 그건 실수라고?



    "무슨 뜻이냐니, 네가 신분을 빌미로 이 브렌다 기봉 남작영애를 학대했다는 건 알고 있다."

    "아니요, 그런 일은......"

    "브렌다는 내게 있어 진정한 사랑이다."



     브렌다 기봉 남작영애라.

     청초한 카트리나 양과는 정반대인, 남자를 좋아하는 미모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약혼녀가 있는 올리버 전하에게 접근하는 것은 물론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 측근들까지 끌어들이는 솜씨는 대단하다.

     처음에는 전하와 브렌다 양에게도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지만, 결국은 카트리나 양만 남게 되었다.

     빼앗기게 될 판이니까.

     그것을 학대라고 따지면, 카트리나 양도 못 견딜 것이다.



    " 카트리나 님은 만날 때마다 노려봐서 무서워요오~"

    "아, 그랬었군. 이제부터 카트리나는 나에게 의견을 말할 입장이 아니니 안심해라."

    "......"



     창백해지는 카타리나 양.



     ...... 기봉 가문은 남작이긴 하지만 리플레이스 후작가의 서자 쪽이며, 본가와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

     마땅한 왕비 후보가 없는 리프플레이스 후작가에 브렌다 양이 양녀로 들어가 올리버 전하의 약혼자가 되는 것은 합당하다.

     제사나 전통을 중요시하는 입장의 아크비숍 후작가와, 신흥 경제에 강한 리프플레이스 후작가는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올리버 전하가 브렌다 양을 선택한 것은, 앞으로 왕실이 리프플레이스 후작가를 중시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유감스럽지만, 나 말고는 카트리나 양에게 붙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하하하하하! 어떠냐 카트리나! 폐하와 리플레이스 후작가의 승낙은 받아놓았다.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약혼 파기는 변하지 않는다고?"

    "맞아! 내가 올리버 님의 아내가 되려면 네가 방해가 되니까!"



     응? 갑자기 왜 저러지?

     올리버 전하와 브렌다 양의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본심을 너무 드러냈다고나 할까, 측근들이 당황하고 있잖아.

     뭐, 이 자리에서 폐하와 리플레이스 후작가의 승낙을 받았다고 외치는 건, 그게 사실이라면 너무 많은 정보를 흘리는 거다.

     왕명으로 결정된 약혼인데 쉽게 뒤집어지면 귀족들 사이에 동요가 일어난다고?

     바보 같기 짝이 없다.



    "...... 약혼 파기, 알겠습니다."

    "하하하하하! 얼른 이 자리를 떠나라!"

    "...... 네."



     차마 못 보겠어.



    "...... 클라이브 전하?"

    "카트리나 양, 손을"

    "......감사합니다."



     카트리나 양을 에스코트하며 퇴장한다.

     참 큰일이 되어버렸다.

     나도 손해 보는 짓을 해버렸나?


              ◇



     ---------- 열흘 후.



     단 열흘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올리버는 폐적되었고, 브렌다 양은 수도원에 던져졌다.

     폐하와 리플레이스 후작가의 권위에 기대어 무단으로 카트리나 양의 약혼을 파기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왕세자 직전까지 갔던 올리버에게서 '전하'라는 존칭을 빼앗고, 약혼 파기된 카트리나 양을 에스코트했다는 이유로 뭔가의 처벌을 각오하고 있던 내가 단숨에 왕세자 후보 1순위로 올라섰다.

     올리버가 적자였기 때문에, 비록 제1왕자라 해도 측비의 자식인 나에게 왕위 계승권이 돌아갈 줄은 몰랐다.

     어떻게 된 거지?



     왕궁 의무실에서 올리버의 증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파티 첫날, 내가 퇴장할 때만 해도 조금 흥분해서 말과 행동이 생각 없이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어."

    "그 뒤가 정말 심했는데."


    728x90

    '연애(판타지) > 약혼파기당했지만, 선조님 덕분에 [저는] 구원받았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3  (0) 2024.02.01
    2  (0) 2024.02.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