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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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30일 02시 04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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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안 되겠다. 미안하지만 당신을 사랑할 생각은 없어."



     저택의 침실에서, 오늘 신고상으로는 내 아내가 된 눈앞의 여자에게 말한다.

     아내지만 일부러 코리나 양이라고 부르자.

     다소곳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지만, 더 이상 관계할 생각이 없으니까.



    "저는 ......"

    "아니, 당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 실은 ......"



     코리나 양에게 모든 것을 고백해둬야만 한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여인 다이애나가 있었다는 것을.

     그야말로 코리나 양처럼 아름다웠다.

     전염병으로 순식간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만.

     그때의 무력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 라는 것이다. 내 마음은 이미 다이애나에게 바치고 말았거든"

    "훌륭하세요."

    "훌륭하다니. 나는 그저 ......"

    "저도 트래비스 님처럼 한결같은 남자의 아내가 될 수 있어서 행복하답니다."

    "아니, 그러니까 ......"



     쓸쓸한 미소다.

     사랑할 생각이 없다는 뜻은 통한 것 같다.

     하지만 그 표정, 다이애나를 닮았다.



    "저는 트래비스 님의 자식을 낳을 수 있어요."

    "뭐, 건강한 여성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

    "비록 거기에 사랑이 없더라도."



     사랑과 결혼은 별개라는 뜻인가.

     정치적인 결혼은 그런 것이겠지.

     하지만 나는 .......



    "다이애나 님에 대해서는 미리 알고 있었답니다."

    "뭐? 그랬구나."

    "네. 시부모님께서 직접 말씀하셔서요."



     슬픔에 빠진 나를 가장 걱정하는 것은 부모님이었다.

     나밖에 자식이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

     올덴버그 후작가의 직계가 끊기면, 원치 않는 다툼이 생길지도 모른다.



    "저는 트래비스 님의 자식을 낳을 수 있어요."

    "아니, 그러니까 ......"

    "저는 『처녀 잉태』의 축복을 가진 사람이라서요."

    "처녀 ...... 뭐?"

    "설령 트래비스 님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안기지 못하더라도, 자식을 낳을 수 있는 거예요."

    "설마 그런 ......"



     안기지 않더라도 자식을 낳을 수 있다고?

     코리나 양의 저 자신만만한 미소.

     아아, 그 표정도 다이애나를 닮았다.



    "그렇지 않다면 저 같은 남작가의 딸에게 올덴버그 후작가의 후계자인 트래비스 님의 아내라는 이야기가 나올 리가 없지 않겠어요?"



     그렇게 들으니 그렇다.

     순식간에 결혼이 이루어진 바람에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대뜸 위장결혼이 될 가능성 이야기한 뒤, 자금 지원의 대가로 다이애나와 비슷한 분위기의 아가씨를 데려온 것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처녀 잉태'라고?



    "...... 정말이야?"

    "맞아요. 하지만 실제로 임신한 적은 없지만요."



     그야 그렇겠지.

     아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다이애나를 배신하지 않고 내 아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



    "그 '처녀 잉태'의 가호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은데."

    "네."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허리를 펴는 모습도 다이애나와 똑같다.

     착각이 들 정도다.



    "저는 밤의 행위가 없어도 임신할 수 있답니다."

    "흠."

    "하지만 그냥 임신을 하게 되면, 누구의 아이인지 알 수 없게 되죠."

    "호오?"



     위험부담이 있는 가호다.



    "반대로 어떤 남성의 아이를 노려서 임신할 수도 있는 건가?"

    "가능해요. 다만 확률 문제가 되어서요."

    "확률?"

    "제가 그 사람을 좋아할수록, 신체접촉이 많을수록, 그리고 그 남성이 제 뱃속의 아이를 인지하고 있을수록 높아지는 거예요."



     그렇군, 그렇게 간단하지 않구나.

     당연한가.

     예를 들어 왕족의 자식을 마음대로 낳는다면 큰일 나겠지.



    "그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틀림없이 트래비스 님의 아들을 낳을 수 있을 거예요."

    "이해했다."

    "어떻게 할까요?"



     올려다보는 코리나 양.

     다이애나도 물건을 달라고 할 때는 저랬었지.

     앗, 안 돼, 안 돼.

     코리나 양과 다이애나는 다르다.

     혼동하면 안 된다.



     하지만 이건 과연 어떨까?

     올덴버그 후작가에겐 내 아이가 필요하다.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코리나 양을 준비해 주셨다.

     다만 육체적 접촉이 많고 배 속의 아이를 인정하는 것은 사랑과 다른 것일까?

     다이애나에게 바친 마음을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잘 부탁한다."



     솔직히 급하게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시간을 두게 된다면, 내가 코리나 양을 소홀히 대하는 것을 하인들이 알게 되어 무시당하는 것은 아닐까?

     그건 내 뜻이 아니다.

     결코 코리나 양이 잘못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위장결혼이 된다면, 코리나 양이 주위의 멸시를 받는 상황도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관례대로 3년 뒤에는 이혼을 하게 될 텐데, 그때 충분한 보상을 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리나 양이 '처녀 잉태'라는 경이로운 가호를 가지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코리나 양을 찾아온 부모님의 집념과, 아이를 낳으라는 강한 메시지를 느낀다.

     내 아이를 낳도록 해야겠다.



    "그럼 실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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