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후편
    2024년 01월 20일 18시 28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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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머리 남자의 말에 제프리는 깜짝 놀랐다.



    "당신은 설마......?"

    [그래, 네가 상상한 대로다. 이 틈새의 세계를 관장하는 자야. 만약 네가 지금 가진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는다면 그녀를 돌려줘도 좋아]



    제프리의 눈빛이 희망으로 빛났다.



    "정말입니까? 라일라를 돌려받을 수만 있다면 저는 무엇을 잃어도 상관없습니다."



    남자는 제프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제프리의 팔로 시선을 옮겼다.



    [그럼,...... 그렇군. 네 팔을 받을까? 이 나라에서도 손꼽힌다는 그 뛰어난 검술의 팔을]



    "잠깐만요!"



    라일라는 검은 머리 남자의 말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는, 남자를 향해 고개를 크게 저으며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뒤, 서둘러 샘터로 돌아와서 수면 너머에 있는 제프리에게 말했다.



    "당신의 실력은 하늘이 준 것이야. 그리고 만약 당신이 지금 있는 곳에서 팔을 잃는다면, 당신은 아마 그곳에서 살아서 돌아갈 수 없어. 그곳에는 강한 괴물들이 많으니까....... 나를 위해서라면 절대로 거래에 응해서는 안 돼."



    제프리는 라일라를 보고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라일라가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던,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는 듯한 환한 미소였다.



    "말했잖아, 라일라. 나한테 너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고. 그리고 넌 지금도 변함없이, 편지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이런 나를 이만큼이나마 생각해주고 있어. 내 팔로 충분하다면, 그래서 네가 돌아올 수만 있다면 기꺼이 내 팔을 내어줄게."



    제프리는 그렇게 말한 뒤 검은 머리의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검은 머리의 남자는 제프리와 시선을 맞춘 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협상이 성사됐군]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손이 라일라에 닿은 곳부터 라일라의 몸이 희미한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검은 머리의 남자는 놀라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라일라의 귀에 속삭였다.



    [...... 마물에게 당해서 제프리와 함께 곧장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해. 그리고.......]



    검은 머리 남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그에게서 쏟아지는 눈부신 빛 때문에 라일라는 무심코 눈을 감았다.



    ***



    라일라가 눈을 떴을 때, 검은 머리 남자 대신 눈앞에 서 있는 것은 틀림없이 그리운 제프리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작은 샘이 짙은 파란색을 비추며 조용하게 있었다.



    "라일라! 너, 정말로 돌아왔구나."



    제프리는 감격에 겨워 라일라를 꼭 껴안았지만, 라일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프리, 당신의 오른팔......."



    라일라는 그의 오른팔을 덮고 있어야 할, 비어 있고 헐렁한 옷소매를 살며시 만져보았다.

    왕도로 향하기 전, 그가 검술을 연마하기 위해 얼마나 혹독한 연습을 했는지 라일라는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한쪽 팔이 없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무심코 그의 옷소매에 닿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



    제프리는 그런 라일라를 격려하는 듯이 빙그레 웃었다.



    "그 신, 꽤 친절했지? 내 양팔을 빼앗지 않고 내 왼팔을 남겨주었니까. 게다가 한쪽 팔을 잃은 나라면 엘레오노라도 흥미를 잃을 것이고. 오히려 나한테는 더 괜찮을지도 모르겠어....... 아쉬운 것은, 너를 두 팔로 힘껏 안아주지 못하는 것뿐이야. 자, 마물의 공격을 받기 전에 서둘러 돌아가자. 이 왼팔만 있으면 괜찮아, 내가 반드시 너를 무사히 데려다줄게...... 제멋대로 널 데리고 돌아왔지만, 이런 나라도 괜찮겠어?"



    "물론이야, 제프. 나에겐 당신보다 더 좋은 사람은 없어."



    제프리의 뜨거운 눈빛에, 라이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샘을 돌아보았다. 헤어질 때, 조금은 애절한 표정을 지으며 부드럽게 얼굴을 가까이하고는 눈을 들여다보던 검은 머리의 남자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부탁할 게 있어....... 내가 너를 부른 진짜 이유는 제프리가 그 샘에 나타났기 때문이 아니야. 나는 여기서 나와 같은 역할을 해줄 사람을 계속 찾고 있었어. 나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을 보내 주기만 하고 오랫동안 혼자였으니까. 겨울의 소나무처럼 고고한 너의 모습을 보고, 그 영혼이 어디까지나 맑은 것을 보고, 네게 나와 함께 있어줄 수 없겠느냐고 물어보려고 했어. 하지만 내가 너에게 말을 걸었을 때, 마침 제프리도 샘터에 나타났지. 만약 그가 너보다 자신의 팔을 선택하여 팔을 잃는 것을 조금이라도 망설였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너를 납치했을 거야. 하지만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으니까. 그리고 넌, 내가 생각했던 대로 마음이 깨끗한 여자였어, 라일라. 넌 제프리가 없는 세상에는 미련이 없다며, 여기서 바로 황천의 나라로 가려고 했던 거지? 가능하면 그를 찾아보려고....... 그런데도 제프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자, 그의 무사안녕을 기뻐하고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를 지키기 위해 빨리 그를 돌려보내려고 했지. 서로가 자기보다 상대를 더 생각하는 지금의 너희들에게는 내가 끼어들 틈이 없는 것 같아. 자, 이번이 현세로 돌아갈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야....... 만약 네가 그에게 보호받으며 행복한 일생을 보낼 수 있다면, 그리고 너도 팔을 잃은 그를 평생 사랑할 수 있다면, 나도 널 포기할게.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다음에 네가 이곳에 올 때 부디 내 곁에 머물러 주었으면 좋겠어. 그것이 너를 그에게 돌려보낸 것에 대한 대가로 너에게서 받는 대가야. 알겠지?]



    라이라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그리고 그 샘물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지만, 라이라는 그가 여전히 샘물 너머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만의 하나라도 있다면....... 당신은 친절한 분이네요. 당신은 나를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 텐데도 제프리에게 돌려보내 주셨으니까요)



    샘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라일라에게, 제프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왜 그래, 라일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믿고 있을게, 제프."

    "맡겨만 줘. 자, 가볼까."



    검을 든 제프리가 내민 그의 튼튼한 왼팔을 자신의 팔로 부드럽게 감싸 안으면서, 라일라는 살짝 볼을 붉히며 제프리를 바라보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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