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후편
    2024년 01월 19일 20시 34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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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론이 바이올렛을 찾아서 학생회실을 들여다보니, 엘리아스와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림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그리고 예전에는 자신에게만 보여줬던 바이올렛의 그 마음을 허락한 듯한 미소를 보며 뒤늦게나마 후회가 밀려왔다.



    "바이올렛, 잠깐만 괜찮을까?"

    "어머, 아론. 무슨 일이니?"



    바이올렛이 엘리아스를 쳐다보자, 엘리아스는 승낙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갔다 오라고 말했다.



    복도로 나온 아론은, 주변에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바이올렛에게 말을 꺼냈다.



    "니나 말인데, 네가 말한 대로였어. 모처럼 내게 충고해 주었는데, 최근 그...... 너를 피해버려서 미안해."



    바이올렛이 살짝 웃었다.



    "......소꿉친구가 돌아온 것 같아서 기뻐. 니나 님이라면 아론의 약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없었을 테니까."



    소꿉친구.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도, 그녀의 말에 아론은 적지 않게 가슴이 아팠다.



    "지금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바이올렛, 너에게 나는 그저 소꿉친구일 뿐이야?"



    바이올렛은 놀란 듯 아론의 말에 눈을 깜빡였다.



    "아론, 그게 무슨 ......"

    "너를 잃고 싶지 않아. 내가 잘못했어."



    열기가 가득한 눈으로 바이올렛을 애타게 바라보는 아론의 눈빛에, 바이올렛은 당황한 듯 눈을 돌렸다.



    "잃는다니, 너무 과장이야. 내가 누구와 약혼했든 네가 소중한 소꿉친구인 건 변함없어."

    "하지만 나는 이제야 깨달았어. 나는 네가 ......."

    "더 이상은 안 들을래."



    말을 끊어버린 바이올렛의 말을 듣고, 아론은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것을 느꼈다.



    바이올렛은 시선을 내린 채 말을 이어갔다.



    "과거의 이야기로서 들어.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난 어렸을 때부터 당신을 좋아했어. 인기 많은 당신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노력했어. 하지만 당신 다른 여자애들에게 미소를 지을 때마다 불안해지는 마음을 숨기는 게 점점 지겨워졌어. 특히 당신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니나 님께는 질투심이 생겨서, 그런 내 자신이 정말 싫어졌어. 저기, 알고 있어? 당신과 니나 님이 친해지기 전에 니나 님은 엘리아스 님에게도 접근했었어."

    "그건 몰랐어."



    아론은 스스럼없는 모습의 니나에게 제대로 낚여버린 자신에게도 어이없어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때는 내 친구의 약혼남을 그녀에게 빼앗겼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우연히 니나 님이 엘리아스 님에게 고백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지만. 니나 님은 엘리아스 님이 전혀 상대해주지 않는데도 더 이상 못 참았는지 직접 고백을 하고 있었어. 하지만 엘리아스 님은 자신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며 단호하게 거절했어. 그 자리에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던 내가 황급히 자리를 뜨려다가 그와 눈이 마주쳤고, 엘리아스 님은 어색한 표정으로 볼을 붉히셨지. 그때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이후 니나 님이 당신과 친해지고 괴로운 마음을 갖게 되면서 당신과 대조적인 엘리아스 님의 태도가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엘리아스 님에게 말하게 되었어. 한결같은 엘리아스 님께 사랑받는 사람은 행복할 거라면서."

    "...... 그게 바로 너였다고?"

    "그래. 그에게서 마음을 고백받았을 때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에 놀랐어. 하지만 니나 님을 질투하는 자신이 싫어서 침체되어 있던 나를 항상 격려해 주셨던 분이 엘리아스 님이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은 솔직하게 기뻤어. 아론을 좋아하니 지금은 대답할 수 없다고 대답한 내게도, 그래도 괜찮다며 내 마음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셨어. 그의 약혼을 수락하기 전에 당신과 한 번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차가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당신을 보고 확신했어. 나는 엘리아스 님과 함께 있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아론에게서 등을 돌리려던 바이올렛이 돌아보았다.



    "미안해, 이런 말을 이제 와서 당신에게 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몰라....... 나, 이렇게 따지기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역시 당신 취향에 안 맞을 것 같아."



    약간의 냉소가 섞인, 그리고 상처받은 표정이 묻어나는 그녀의 말에 아론은 깜짝 놀랐다.

    예전에 니나와 함께 있을 때, 자연스러운 감정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하는 니나가 매력적이라며, 따지기 좋아하는 여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확실히 그때, 항상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바이올렛을 머리 한구석에 떠올렸던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녀의 장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었을 텐데, 니나에 비하면 귀엽지 않다고 느꼈던 부분도 있었다. 그것을 그때 옆에 있던 그녀도 분명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야, 그때는......"

    "당신이라면 앞으로, 얼마든지 멋진 여자를 고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마지막으로 한 번 웃은 바이올렛은, 더 이상 아론을 돌아보지 않고 학생회실로 돌아갔다.



    ***

    "엘리아스 님, 기다리게 했네요."

    "바이올렛. ...... 얘기는 다 끝났어?"

    "네. 덕분에요."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 후, 엘리아스가 바이올렛에게 물었다.



    "넌 이제 정말로 그를 ......"

    "그래요. 그는 제 소꿉친구이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요. 지금의 저는 엘리아스 님만 보고 있답니다. 그건 엘리아스 님도 충분히 알고 계시죠?"



    안도한 엘리아스는, 바이올렛의 어깨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 다행이다."

    "저도 아론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어서 속이 후련해요....... 그래도 엘리아스 님, 이런 제가 정말 괜찮으세요? 나, 이성적이고, 게다가 꽤나 질투심이 많아요."

    "나한테는 너밖에 없으니까....... 게다가 우리는 서로 닮은 꼴인 것 같아."

    "그럴까요?"

    "내가 이성적이라는 건 너도 알겠지만, 의외로 나도 질투심이 많은 것 같아. 네가 방금 전에 그와 둘이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치 않았어."

    "후후. 좋아하는 사람에게 질투를 당하면 이렇게 간지러운 기분이 드는 거군요."



    볼을 붉게 물들인 바이올렛을, 엘리아스는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안아주었다.



    아름답고 노력가이며 똑 부러진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은 편안했고, 학생회에서 함께 활동하게 된 후 지금까지 여성에게 특별한 관심을 느끼지 못했던 엘리아스가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흔히 볼 수 있는 달콤한 미소로 다가오는 여학생들과는 달리, 지성이 느껴지는 그녀의 말에는 숨은 뜻이나 거짓이 없었고, 그 점이 그녀를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올렛이 아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엘리아스는 처음으로 가슴이 조여 오는 질투심을 느꼈다.



    아무리 많은 여학생들의 사랑을 받아도 단 한 명, 사랑하는 여자가 돌아서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게 깨달은 것은 그가 바이올렛을 만나고 나서부터였다.





    엘리아스와 같은 사실을 아론이 마침내 깨달았을 때, 아론은 이미 잃어버린 바이올렛의 모습을 아픈 마음과 함께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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