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전편(1)
    2024년 01월 19일 20시 05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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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약혼하기로 했어"

    "...... 뭐?"

    "후후. 여기서는 먼저 축하한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어, 어어, 그래. 미안.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놀라서 그만......"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아론의 옆에서 웃고 있는 사람은, 아론의 소꿉친구인 바이올렛이었다. 이름처럼 선명한 청자색 맑은 눈동자를 가진 바이올렛은 청순한 미모로 유명한 백작영애다. 아론 역시 백작가의 후계자이며, 부모님이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자주 어울려 놀았다. 한때는 서로의 부모 사이에서 두 사람의 약혼 이야기도 나올 정도였다.



    아론은 몇 차례 눈을 깜빡이다가 바이올렛에게 물었다.



    "...... 약혼이라니, 누구랑?"

    "엘리아스 님. 아론과 왕립학교에서 같은 학년이지? 엘리아스 님이 얼마 전에 약혼을 제안했어. ...... 조금 고민했지만, 수락하기로 했어."



    깜짝 놀란 아론이 바이올렛을 바라본다.



    "엘리아스와? 그 사람, 어느 틈에 너에게 ......"

    "엘리아스 님과는 학생회에서 함께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기회도 많아서 친하게 지내고 있었어."



    성적도 우수하고, 윤기 있는 검은 머리와 푸른 눈동자를 가진 깔끔한 외모의 엘리아스는 학교에서도 여학생들의 인기가 높았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분위기로도 유명해 지금까지는 그의 곁에 여성이 없었다.

    이에 반해 학교 여학생들의 인기를 양분하는 아론은 흐르는 듯한 금발에 초록빛이 도는 푸른 눈동자를 가진 미남이다.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검술과 마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론은 밝고, 친근한 분위기 덕에 여학생들이 친근하게 말을 거는 경우가 많다.



    타입이 다른 엘리아스와 거의 접점이 없어서 그런지, 그의 이름과 얼굴, 그리고 바이올렛과 학년 1등을 다투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던 아론은 바이올렛의 입에서 엘리아스의 이름을 듣게 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아론이 놀란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 바이올렛이 계속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올렛의 마음을 알면서도 최근 그녀를 피했던 것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때, 그녀가 할 말이 있다며 불러낸 것이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였기에 아론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아아, 하지만. 바이올렛의 표정이 많이 부드러워졌어)



    원래 온화한 바이올렛과 어울리지 않게 요즘은 날카롭고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피하는 경향이 있었던 아론은 놀라서 생각이 멈춘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었다.



    바이올렛은 살짝 눈을 감았다.



    "미안해, 갑자기 당신을 불러내서. 그리고 당신에게 사과하고 싶었어."

    "사과라니, 무엇을?"

    "니나 님의 일. 내가 니나님께 너무 심하게 대했으니까. 당신도 그런 나를 싫어했을 거 아냐?"

    "......"



    니나는 아론 일행보다 한 학년 아래인 자작가의 영애다. 겉으로 보기에는 치유계로 보이지만 실은 꽤나 똑 부러진 바이올렛에 반해, 니나는 푸근하고 믿음직스럽지 않은 인상 그대로의 귀여운 여학생이다. 그런 그녀를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학생들도 많다.

    우연히 니나가 넘어져 다리를 다친 자리에 있던 아론이 그녀를 업고 보건실로 데려다준 이후, 니나는 왠지 그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니나가 쉬는 시간을 틈타 자주 아론의 곁을 찾게 되면서부터 바이올렛이 언짢아하는 날이 많아졌다. 아론에게 다가가는 니나를 다그치는 듯한 어조로 무언가 나무라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 나에 대한 질투, 인가?)



    그때까지만 해도 시간만 맞으면 학원 가는 길에 아론의 집의 마차로 바이올렛을 데려다주곤 했는데, 바이올렛이 니나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자 아론의 발걸음은 바이올렛에게서 멀어지고, 그녀에 대한 태도도 점점 차가워졌다. 바이올렛이 아론에게 무언가를 호소하려는 모습도 몇 번 보았지만, 아론은 그런 바이올렛을 은근슬쩍 피하고 있었다. 바이올렛한테 분명하게 불려 나와서, 그녀와 대화하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대신 니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아론도 자각하고 있었지만, 귀여운 후배에게 귀여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설마 바이올렛에게 그런 변화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니나는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서인지 바이올렛뿐만 아니라 주변 여학생들에게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젖은 눈빛으로 호소해 온 적도 있었기 때문에, 보호본능이 발동한 아론은 니나를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평소에 상냥했던 너답지 않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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