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전편(2)
    2024년 01월 19일 20시 05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바이올렛은 아론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다만. 내가 사과하고 싶은 건 니나 님께 했던 말이 아니야. 만약 그렇다면 당신이 아니라 그녀에게 직접 사과해야 할 것 같지만, 그럴 생각은 없어....... 내가 사과하고 싶은 것은, 당신의 소꿉친구이면서도 니나 님에 대한 것을 더 빨리 당신에게 말하지 못한 것뿐이야."

    "니나에 대한 것?"



    별다른 생각이 나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론에게, 바이올렛은 담담하게 말한다.



    "니나 님은 내 친구의 약혼남을 빼앗은 지 얼마 되지 않았어. 그런데 당신한테 접근하자마자 내 친구의 전 약혼남은 바로 버렸다고 하더라. 내 친구가 얼마나 슬퍼하고 있었는지도 모를걸....... 니나 님에게 따졌더니, 니나 님은 빙그레 웃으며 자기 잘못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된 것뿐이라고 말했어."

    "에이 설마. 그 아이는 그런 애가......"



    무심코 그런 말을 내뱉는 아론을, 바이올렛은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가 당신에게 다가가는 모습도 두고 볼 수 없었지만, 나는 이미 당신에게 말했으니까. 그런 그녀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녀의 말을 믿는다면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 나머지는 당신이 판단해.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녀에 대한 태도 때문에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미안해.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이며 작게 중얼거린 바이올렛의 말은, 아론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

    아론이 조금만 조사해 본 것만으로도, 니나에게서는 금방 먼지가 일어났다.

    남의 약혼남을 빼앗은 것은 비단 바이올렛의 친구 약혼자뿐만이 아니었고, 다른 여러 명의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니나에 대한 의심이 확실하게 확신으로 바뀐 것은, 아론이 니나의 입에서 나온 말을 직접 들었을 때였다.



    쉬는 시간에 니나의 학년 층으로 내려온 아론은, 니나를 뒤따라오는 남학생에게 니나가 냉정하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평소에 아론에게 말을 걸던 애교 섞인 목소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조로.



    "난 약혼 파기까지 해달라고 부탁한 적 없어. 너랑 조금 놀아준 것뿐이야....... 그 정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아 줄래?"

    "니나! 기, 기다려......"



    귀찮다는 듯이 남학생들에게 등을 돌리던 니나는, 아론을 발견하고는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아론 님, 와줘서 고마워요. 저 남자가 자꾸 끈질기게......"



    언제나처럼 달콤한 말투로 말을 건네는 니나를, 아론은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다 들었어, 니나."



    니나가 드디어 상황을 파악한 듯 얼굴이 금세 창백해졌다.



    "오해예요, 아론 님. 저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가 마음대로......."

    "변명은 필요 없어. 하지만 숙녀로서 좀 더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네가 하는 행동은 칭찬받을 일이 아닌 것 같아. 이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그런......!"



    아론의 뒤를 쫓아온 니나를, 그는 차갑게 내쫓았다.



    그때 아론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던 것은 니나가 아니라 소꿉친구인 바이올렛이었다.

    바이올렛의 친구가 약혼남을 빼앗긴 것에 분노한 것은 정의감이 강하고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바이올렛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바이올렛은 소꿉친구인 자신에게 니나가 접근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니나에 대한 그녀의 태도가 상당히 거칠어 보였던 것도, 질투에서 비롯된 거라면...... 아니, 질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녀가 한번 약혼을 승낙하면 스스로 뒤집을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론은 초조함과 깊은 후회에 휩싸여 있었다.



    (아직 늦지 않았을까?...... 아니,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게 곁에 있었던 바이올렛의 미소, 친절함, 배려. 그리고 가끔씩 보여줬던 자신을 향한 애틋한 표정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로부터 가끔 귀에 거슬리는 충고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자신을 위한 말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바이올렛이 자신을 좋아해 준다는 사실에 그동안 얼마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인지도 깨달았다. 바이올렛이 약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깊은 상실감을 느끼고 나서야, 아론은 자신이 바이올렛을 잃고 싶지 않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728x90

    '연애(판타지) > 소꿉친구의 약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편  (0) 2024.01.19
    전편(1)  (0) 2024.01.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