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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에서 황급히 내려오는 나를, 백발적안의 소녀가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메야, 손님이냐?"
소녀가 들어가려던 곳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작은 약방이었다.
"아니요, 저는 ......"
ㅡㅡ어리다.
열세 살에서 열다섯 살 정도. 7년 전이라면 너무 어리다. 하지만 외형적 특징이 그대로이니 어쩌면 혈연관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쇠한 느낌도 있으니, 장수하는 일족일지도 모른다. 뭔가 그런 특별한 존재인 것 같은.
"저기, 7년 전쯤에 숲 속 샘에서 익사한 남자를 구해준 적 없나요? 독극물로 인해 몸이 벗겨졌지만, 아주 멋진 사람이었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세요?"
"...... 그래. 멋진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건 잘 기억하고 있다네."
"다행이다!"
역시 그녀가 운명의 성녀였군요!
두 사람은 운명으로 맺어진 것이네요!
...... 나이 차이가 조금 있는 것 같지만, 나이 차이도 신분 차이도 진정한 사랑 앞에서는 상관없으니까요!
"어머니와 둘이서 돌봐주었지."
어머니 ......?
혹시 운명의 성녀는 그쪽?
"저기, 그분은 지금 어디 계세요?"
"ㅡㅡ오래전에..."
"...... 그건 ...... 실례했습니다."
ㅡㅡ이미 돌아가셨을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
"그대는 그 남자의 누구인고?"
"계약상의 아내입니다. 남편은 자신을 도와준 은인인 여성을 잊지 못하여, 제게도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있답니다. 제발 부탁이니. 남편을 만나주실 수 없을까요."
"......흠, 잠깐 거기서 기다리시게."
소녀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시키는 대로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잠시 후 나온 소녀는, '숲의 마녀가'라고 적힌 편지 한 통을 내밀었다.
"이걸 남자에게 전해주게나."
◆
시댁으로 돌아온 나는, 남편의 방으로 가서 맡긴 편지를 건넸다.
"서방님. 사랑하는 분으로부터 편지를 받아왔답니다."
『이름 모를 환자여,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네. 익사 직전의 그대를 어머니와 둘이서 치료했던 일, 잘 기억하고 있지. 갑자기 나가버린 것도, 집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으셨던 것도 잘 기억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당신이 지불하지 않고 달아난 치료비와 위자료를 회수하는 것일세』
두 번째 종이에는 청구서.
그리고 세 번째 종이에는.
『추신. 부부의 문제에 나를 휘말리게 들지 마게나. 모처럼 인연을 맺었으니 사이좋게 지내고』
"어머 ...... 죄송해요. 괜한 짓을 해버렸네요."
나만 들떠 있는 것 같았고, 마녀님은 아주 현실적이었다.
결국 어느 쪽이 남편의 운명의 성녀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더 이상 내가 개입할 일은 아니겠지.
그런데 이 청구서, 꽤나 큰 금액이다. 7년 치 이자도 붙은 걸까? 가차 없다.
친정집에 줄 자금은 괜찮으려나?
남편은 아주 후련해진 얼굴이 되어 있었다.
"고마워, 안나. 이제야 은혜를 갚을 수 있겠어."
"다행이네요 ......"
"네가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린 것, 나를 위해 뛰어다닌 것, 은인을 찾아준 것 ...... 고마워."
마녀님을 찾아다닌 거야 시간이 있어서였고, 마녀님을 찾은 것도 우연이다.
애초에 이 남편, 정말로 제대로 찾은 거 맞아?
우연이라고는 해도 너무 쉽게 찾았는데, 그동안 엉뚱한 곳만 찾았다거나?
"허락해 준다면, 너와 진짜 부부가 되고 싶어."
"네?"
이게 무슨!
오산이다. 설마 이런 전개가 될 줄이야!
확실히 남편에게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귀여운 부분도 있다. 처음 만났을 때 이런 멋진 분이 남편이 될 줄 알고 살짝 설레었던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그때의 그 선언.
사랑할 수 없다는 그 선언.
이렇게 금방 철회해도 곤란하다.
나도 시집갈 때의 각오라든가, 긴장감이라든가, 기쁨이라든가 그런 게 있었는데?
그런 것을 없는 것처럼 취급하다니, 반성한들 좀처럼 용서할 수 없다. 감정이 용서하지 않아.
남편이 싫은 건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하지만하지만!
"서방님! 운명의 성녀님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아니, 나는 그런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네?"
"내 몸에는 추한 흉터가 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겁을 먹는다는 말이었는데......"
아, 그래서 나를 사랑할 수 없다고 했구나.
확실히 그런 말을 한 것 같기도 하다.
"분명 너도 겁을 먹게 되겠지."
"아뇨, 그럴 일은 전혀 없지만 ...... 아아아아 ...... 부끄러워 ......"
남의 말을 듣지 않은 자신이 부끄러워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손을 내밀어 주었다.
포개진 손의 온기가 천천히 내 몸에 전해져 온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남편과 제대로 마주한 것 같다.
"다시 한번, 시작할 수 없을까?"
"...... 네...... 서방님은 제대로 이야기하기. 저는 제대로 듣기. 우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요."
내가 웃자, 남편은 녹아내릴 것 같은 달콤한 미소를 지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