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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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20일 00시 15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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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트는 생각했다.

     한 가지 짐작되는 부분이 있었다.



    "클로드 님, 지금부터 앙리에타 씨를 불러주세요."

    "뭐?"

    "아마 앙리에타 씨는..."





    ◆◇





     앙리에타는 곧장 왕자의 방으로 왔다.

     엘리자베트는 그늘에 숨어 몰래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클로드 님, 무슨 말씀이세요? 오늘이야말로 엘리자베스 님과의 약혼을 파기하신다고 하셨으면서."



     앙리에타는 달콤한 목소리로 화를 내며 클로드에게 다가갔다.



    "...... 아니, 몸이 좋지 않아서."



     클로드 왕자는 눈꺼풀을 내린 채 힘없이 대답한다.



    "정말, 어쩔 수 없네요. 자, 클로드 님. 제 눈을 봐주세요......."



     클로드 왕자는 시키는 대로 앙리에타의 얼굴을 바라보ㅡㅡ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주머니에 숨겨둔 거울을 앙리에타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와......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좋아해."



     거울을 바라보며 잠시 멈칫한 앙리에타는, 볼을 붉게 물들이며 사랑에 빠진 소녀의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좋아, 좋아! 사랑해! 죄송해요, 클로드 님. 저는 제 것이에요. 누구의 것도 될 수 없어요, 죄송해요."



     자신을 꼭 껴안으면서도 거울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클로드 왕자는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그래...... 그런데 너의 그 멋진 매료안은 누구에게 받은 거지?"

    "네. 그것은......"









     아무도 없는 안뜰에서 왈츠 음악을 들으며, 엘리자베스는 사람을 기다린다.

     기다리던 사람은 곧 나타났다.



    "디온 님, 갑자기 부르셔서 죄송합니다."

    "귀여운 엘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겠어. 무슨 일이야?"

    "...... 클로드 님이 저를 ...... 흐, 흐흑........"



     엘리자베스는 얼굴을 가리고 흐느껴 울었다.

     왕자 디온은 즉시 엘리자베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세상에. 나의 사랑스러운 엘리.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제부터 내가 너를 지켜줄게."

    "하지만 ...... 저는 ......"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돼요. 나는 너를 사랑해, 오래전부터. 십 년 전에 너를 만났을 때부터."



     어깨를 감싸 안은 손에 힘이 실린다.



    "십 년 전의 제가 여섯 살이었어요."

    "사랑만 있으면 나이는 상관없어."

    "그렇네요, 사랑만 있다면 ...... 디온 님은 저를 계속 지켜봐 주실 거죠?"

    "그래, 물론이지."



     엘리자베스는 재빨리 꺼낸 손거울을 자신의 얼굴 앞에 갖다 대었다.



    "윽......"



     디온은 고통스럽게 신음하며 엘리자베스의 거울을 빼앗았다.



    "아름다워 ...... 정말 아름답구나! 정말 신이 만든 천하제일의 보물이 아닌가......!"

    "왕제 전하, 금지된 매료안을 쓰다니, 곤란한 분이시네요."



     엘리자베트는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디온을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ㅡㅡ매료안.

     근거리에서 눈이 마주친 상대의 마음을 빼앗는 마법. 현재는 성의 마법 연구탑에 봉인되어 있는 금단의 주문.



     대항책은 거울.

     매료안이 올 것을 알고 있으면, 마음을 단단히 먹을 때 금방 걸리지 않는다.

     그 사이에 거울을 들이대면 매혹의 마법은 상대에게 되돌아간다.

     그 사실을 엘리자베트는 왕비 교육에서 알게 되었다.



    "매료안을 앙리에타 씨에게 나눠주어 클로드 님을 매료시켜 저와 약혼을 파기시키고, 폐하께서 왕위 계승권을 빼앗게 한 뒤에 자신이 왕위를 계승하고 저와 결혼할 생각이었나요?"



     왕자 디온은 거울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럴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나니까."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다니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이 일은 폐하께 보고 드리도록 하겠어요."





    ◆◇





     금단의 주문을 꺼냈다는 이유로, 디온 왕제는 계승권의 박탈과 함께 동쪽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앙리에타도 매료안을 사용한 죄로 역시 동쪽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다시는 왕도로 돌아올 수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나 가장 가까이 있는 두 사람은 분명 행복할 거라고 엘리자베스는 생각했다.



    "엘리, 넌 정말 강하구나"



     소란이 정리된 후, 클로드 왕자와 엘리자베스는 오랜만에 둘만의 다과회를 가졌다.



    "나는 네 옆에 서는 것이 무서워서 도망쳐 버렸다."

    "클로드 님. 불안하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엘리자베스가 미소 지었다. 사랑과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제가 강한 이유는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강해질 수 있었던 거예요."

    "엘리 ......"



     클로드 왕자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얼굴을 들어 올렸다.

     예전부터 조금은 연약한 면이 있었던 그였지만, 지금은 그 부드러운 눈동자 속에 강한 의지의 빛이 비치고 있었다.



    "미안해, 엘리. 나는 너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네, 저도 노력할게요."



     엘리자베트는 그 무도회에서 클로드 왕자가 백일몽을 꾸고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왕제의 계략에 의해 백일몽대로 되었을지도 모른다.



     ㅡㅡ어쩌면........

     어쩌면 클로드 왕자는, 정말 언젠가의 미래에서 '그날'로 돌아온 것일지도.



    (그런 미래는 생각하기도 싫지만...)









     이후 왕과 왕비가 된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잘 도와주며 나라의 발전과 백성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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