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023년 12월 17일 23시 42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ㅡㅡ나는 계속 산속에 봉인되어 있었지. 그것만이라면 상관없었데, 의식을 잃지 않았다는 게 최악이었어."
엘리시아는 그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그보다 솔이 말한 상황이 더 가슴 아팠다.
의식을 유지한 채로 봉인되어 있다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엘리시아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네 목소리가 들렸어."
솔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때부터 나는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어. 너와의 대화로 치유를 받았고, 점차 힘을 되찾아 봉인을 풀 수 있었어."
ㅡㅡ봉인된 용을 깨우다니, 엄청난 짓을 해버렸잖아.
엘리시아는 몸서리쳤지만, 솔을 도와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솔이 엘리시아에게 손을 내민다. 금빛 눈동자에는 결단력과 부드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이번엔 내가 너를 돕고 싶어"
"솔...... 도망쳐!"
아래쪽에서 강한 마력을 느낀 엘리시아가 외쳤다.
ㅡㅡ왕자는 엘리시아를 용 퇴치의 제물로 바치겠다고 했다.
왕자의 명령으로 모인 궁정 마술사들의 엄청난 힘이 탑 꼭대기를 향해 발사했다.
공기가 터지고, 빛이 폭발한다.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공격을 받으면서도, 엘리시아는 오로지 솔의 무사함을 기원했다.
그리고 고요함이 찾아온다.
엘리시아의 몸은 공중에 떠 있었고, 발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ㅡㅡ아, 나는 죽었구나)
죽어서 영혼만 남았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눈꺼풀을 열자, 솔의 얼굴이 바로 옆에 있었다.
심장이,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엘리시아는 당황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솔이 하늘에 떠서, 엘리시아의 허리에 팔을 두르며 안아주고 있었다.
주변에는 결계가 쳐져 있고, 탑의 윗부분은 사라졌으며, 조금 떨어진 곳에는 궁정 마술사 일행과 그들을 이끄는 올리버 왕자의 모습이 있었다.
"어설픈 마법이군. 불과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마법은 이렇게까지 약해졌는가."
솔의 힘이 강해지는 기미가 느껴진다. 이대로라면 분명 왕자와 궁정 마술사들까지 모두 날려버릴 것 같다. 엘리시아는 무심코 솔의 품에 안겼다.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
"하지만 그 멍청한 녀석이 너를 괴롭히고 있는 거지?"
"그건...... 괜찮아. 잊어버릴 거니까."
엘리시아는 솔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순수한 아이 같은, 강인한 용의 눈동자를.
"잊을 테니까, 날 멀리 데려가 줘."
◆◆◆
왕궁의 알현실에서. 외유에서 돌아온 왕은 엄한 표정으로 올리버 왕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알현실은 중후한 분위기에 휩싸여, 방 전체가 왕의 격노를 느끼게 했다.
"올리버, 네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짓이다. 성녀를 냉대하고, 용의 분노를 사다니...... 덕분에 성녀까지 잃게 될 줄이야......"
"죄송합니다, 아버지......"
"성녀를 너에게 맡긴 내가 어리석었다. 네 왕위 계승권을 박탈하고 평민으로 전락시킨 다음 국외로 추방한다."
"그, 그런.......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올리버는 필사적으로 간청했지만, 왕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곧장 모든 것을 빼앗기고 왕도 성벽 밖으로 쫓겨나게 된다.
연인인 남작영애 지넷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그녀는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ㅡㅡ올리버는 더 이상 왕자가 아닌 자신에게 보일 면목이 없다는 뜻인가 싶었지만, 지넷은 이미 왕족을 희롱한 죄로 처형당한 뒤였다.
올리버는 실의에 빠져 어딘가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ㅡㅡ한편, 자신을 희생해 용을 진압했다는 칭송을 받게 된 성녀 엘리시아와 흑룡 솔은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유유히 날아다니며, 엄청나게 광활한 대지를 순식간에 날아다닌다.
엘리시아는 솔의 보호를 받으며 그 풍경을 즐기면서도, 앞으로의 삶에 대해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솔의 모습을 보면 사라졌다.
"솔, 우리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엘리시아가 원한다면, 어디든."(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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