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23년 12월 17일 23시 41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엘리시아.......성녀이면서도 낭비만 일삼고 국고를 탕진하며 백성들을 괴롭히는 이 악역성녀야. 너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투옥한다!"
ㅡㅡ그날, 엘리시아는 여느 때처럼 왕궁의 정원에 있는 기도처에서 조용히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을 방문한 올리버 왕자의 냉랭한 말에, 엘리시아는 당황했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전하. 저는 성녀가 된 이후 계속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을 뿐이었어요. 낭비라니 대체........"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그저 주어진 것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식사는 하인과 같은 음식, 입는 옷은 허름한 옷만 입었다.
드레스나 장신구도 가끔씩 의식을 치를 때 빌린 것을 입는 것뿐이다. 월급도 없으니 마음대로 물건을 살 수도 없다.
"자신이 사치스럽게 살아왔다는 자각이 없는가. 구제할 길이 없도다. 근위병, 이 여자를 탑으로 데려가라!"
올리버 왕자는 그렇게 내뱉으며, 데려온 근위병에게 명령하고는 엘리시아에게 등을 돌려 떠났다.
엘리시아는 절망적인 마음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근위병들에 의해 죄인을 가두기 위한 탑으로 끌려갔다.
◆◆ ◆
"하하하, 드디어 그 따분한 여자를 처리할 수 있었어."
"올리버 님도 참, 너무한 분이셔."
올리버 왕자는 방의 호화로운 소파 위에서 연인인 남작영애 지넷과 함께 앉아 있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어쩔 수 없잖아. 너와의 결혼을 위해서는 성녀와의 약혼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으니까."
"후훗, 엘리시아는 당신에게 지루한 여자일 테니 어쩔 수 없겠네요. 당신과 제 쪽이 훨씬 더 잘 어울리니까요."
지넷은 낄낄거리며 올리버 왕자의 가슴에 뺨을 기대었다.
올리버 왕자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지넷을 껴안았다.
"아무리 귀중한 성녀라 해도 결혼을 강요당하는 것은 싫었다. 하지만 그 여자를 죄인으로서 탑에 가두면 성스러운 힘도 나라에 머물게 되지."
"역시 올리버 님이세요."
지넷은 그의 품에 안기면서, 진심으로 존경하는 눈빛으로 왕자를 올려다보았다.
◆◆◆
두꺼운 돌담으로 둘러싸인 탑의 방에서, 엘리시아는 당황하고 있었다.
"어쩌다 이런 일이......."
하지만 며칠 동안 탑에서 생활하면서, 투옥 생활이 의외로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사의 질도 예전과 다르지 않았고, 가혹한 숙녀 교육에서도 해방되었고, 무언가 꼬투리를 잡으며 심술궂게 굴던 올리버 왕자가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기도는 할 수 있었다.
엘리시아는 방의 작은 창문을 통해 바깥 하늘을 바라보며,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ㅡㅡ엘리시아]
(안녕, 솔)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마음속으로 응답한다.
언제부터인가, 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년 같기도 하고, 청년 같기도 한 목소리.
엘리시아가 마음속 목소리에 응답하면 상대방은 놀란 듯이 반응했다. 이후 엘리시아는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며 목소리의 주인과 대화를 이어갔다.
내용은 별것 아닌 것들뿐이었다. 오늘의 날씨. 오늘 먹은 음식. 꽃이 피었다는 것. 바람이 기분 좋은 것. 별이 예쁘다는 것.
서로에 대해 거의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엘리시아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알 수 있는 것은 이름뿐이다.
이름만 알면 된다. 그 이름을 부를수 있다면 충분하다.
엘리시아는 솔의 목소리와 존재에 편안함을 느꼈다.
[...... 무슨 일 있어?]
(...... 어떻게 알아?)
[평소와 분위기가 달라. 슬퍼 보여]
그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부드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당신에게는 숨길 수 없겠네. 나, 투옥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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