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90화 회의 + 하품 = 꿀잠(1)
    2023년 11월 20일 20시 33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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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이 자료는 하쿠아 선생님과 공유하겠습니다."



     책상 위에 펼쳐져 있던 월간 스케줄, 알테마 전체의 기획서, 기업 프로젝트의 안내, 기타 향후 배포 예정인 게임 타이틀의 신청서 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본 새로운 의상 이미지 도면을 쿠죠 씨가 정리한다.

     평소에는 Discord로 하는 회의도 이렇게 대면해서 하면 자료를 많이 펼칠 수 있어서 정보 공유가 쉬운 반면,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기 때문에 이상하게도 긴장하게 된다.

     버튜버니까 굳이 본사에서 회의할 필요가 없지 않나...... 싶지만, 매달 최소 한 번은 본사에서 회의를 하자는 게 요즘 방침인 것 같아서 어쩔 수 없다.

     뭐, 온라인으로 하면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하품을 하거나 정신이 팔리거나 딴 데 한눈팔게 되니, 그래도 대면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 하아......"



     팽팽했던 긴장의 끈을 풀어주는 것처럼, 폐 가득히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마음껏 기지개를 켜고 내뱉어본다.

     공기 맛시쪙.



    "수고하셨습니다. 역시 대면 회의는 원활하게 진행되네요."

    "아, 네, 그렇네요~......"



     Discord에서 회의를 할 때는 내가 너무 집중을 안 해서 후반부에는 약간 피곤한 분위기를 풍기던 쿠죠 씨도, 본사에서 회의를 할 때는 시종일관 활기찬 모습을 보인다.

     나 역시 본인을 앞에 두고서 모바일 게임으로 체력을 소모하거나 위키 사이트를 보는 등의 비상식적인 짓을 하지는 않는다. 뭐, 하품은 나올 것 같지만.......



     피곤에 지쳐서 늘어지려고 하면 언제까지나 늘어질 것 같지만, 아침부터 회의실 하나를 점거하고 있으니 이제 그만 퇴실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컵에 약간 남은 카페라테를 쭈욱 마셔버리고서, 조금은 나태해진 몸을 채찍질하며 일어선다,



    "그런데 쿠로네 씨."

    "아, 네."



     자리에 앉았다.

     마치 타이밍을 맞춘 듯한 말에,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지난번 스카우트 건에 대해 말씀입니다만."

    "스카우트? ...... 아, 핵라이브의........"



     모 VTuber 사무소에서 우리 회사로 이적하지 않겠느냐는 메일이 왔던 그거다.

     결국 쿠죠 씨에게 보고한 뒤 쓰레기통에 버린 후, 그 존재조차 잊고 있었다.



    "연락을 받은 다음날 사내에서 논의한 결과, A of the G로서는 스카우트에 관해서 일단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아, 나는 검은 옷을 입은 험한 오빠들이 상대 회사에 들어가서 깽판 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기우였던 모양이다.

     경쟁사의 본사를 폭파하는 모습을 좀 보고 싶었는데.



    "왜냐하면 지금 VTuber 업계에서는 방송인에 대한 직접적 권유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쿠로네 씨 이전에도 다른 몇 명에게 비슷한 권유가 들어왔다고 들었다고 하더군요"



     어, 그건 처음 듣는다.

     다른 곳에서 권유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가는 사람은 우리 회사에는 없는 것 같은데, 간혹 기업에서 기업으로 옮기는 버튜버가 있어서 조금 걱정되긴 한다.



    "아마 이 업계가 발전하면 할수록 그런 수단을 가리지 않는 회색 행위는 계속 늘어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상대 기업에 직접 항의를 한다고 해도, 그냥 스카우트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시치미를 떼면 거기까지입니다. 업무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특별히 그런 것도 없습니다. 솔직히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안 한다기보다는 할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확실히 스카우트 메일이 왔다고 해서 특별히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흔히 받는 스팸메일이나 광고성 메일과 같은 느낌으로 신경 쓰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었다.

     이게 매일 도착한다거나 협박성 메일이 온다면 모를까, 그 후로는 전혀 소식이 없어 존재조차 잊어버릴 뻔했다.

     아마 다른 유튜버들도 같은 생각으로 광고 메일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 전체에서 문제 삼지 않고, 불간섭한다는 방침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비유하자면, 길거리에서 이상한 아르바이트 권유를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경찰을 부르지 않는 것처럼, 어느 정도 관용의 정신이 중요하다는 뜻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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