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들려주던 여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우리는 다시 한 번 내일 인어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대해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숨어 있는 곳은 갈라져 있잖아? 그럼 냉큼 들어가서 모두 때려잡으면 되잖아?"
"쉽게 말하지 마. 너라 해도 물속에서 인어를 상대로 난동을 부리기는 어려울 텐데? 왜냐면 숨을 쉴 수 없으니까."
"전격으로 때리면 다 죽는 거잖아."
"그렇게 되면 피해가 그 인어들 외에 다른 사람에게도 미치게 돼. 최대한 로스클라인 강의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싸우지 않으면, 이번에는 우리가 욕을 먹게 될 거라고"
"귀찮게시리."
"그래, 사람을 돕는다는 건 귀찮은 일이야. 열심히 문제를 해결해 줘도 다음에는 그 외의 일로 트집을 잡는 놈이 반드시 나오니까. 그래서 신중하게 해야만 해."
강을 망가뜨리는 괴물들은 퇴치했습니다. 이제 안심입니다. 조금 과했던 탓에 강물에 죽은 물고기와 물고기 외의 생물도 대량으로 떠다니고 있지만요. 그런 일이 생기면 정말 뒷맛이 나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주인?"
"음. 잠깐 생각해 봤는데, 이번엔 로리에처럼 해볼까 싶어"
"로리에처럼?"
간단히 말해, 마법으로 만든 얼음 작살을 초고속으로 물속으로 쏘아 인어를 정확히 쏴 죽이는 것이다. 로리에가 멀리 있는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기술의 작살 버전이다. 얼음은 총알과 달리 저절로 녹기 때문에, 오발이 되어도 환경 파괴가 적으며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강물 속을 고속으로 헤엄쳐 다니는 인어를 어떻게 작살로 맞출 수 있습니까요?"
"아무렇게나 쏘아도 저절로 맞도록 유도식으로 만들면 되잖아. 발사한 직후에만 시간이 멈추도록 하면, 그렇게 빗나가지 않을 것 같아."
"......"
절규라고 할까. 황당하다고 할까.
"도련님에게 우격다짐 말고 다른 방법을 묻는 게 더 어리석은 질문이었습니다요."
"이치에는 맞다고 생각한다."
"괜히 헛수고하는 거 아냐?"
마법의 조합이라는 것은 언뜻 보기에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아무리 기술을 응용한들, 치트를 쓴들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어느 세계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에 민트 선생님에게 배웠던 '누가', '무엇을', '어떻게'라는 마법의 발동 원리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번 마법으로 말하자면 '호크 골드의 이름으로 명한다', '얼음이여, 작살이 되어 내 적의 심장을 관통하라', '관통할 때까지 계속 끈질기게 쫓아가라'의 세 가지 조합으로 마법을 발동하면 된다.
무영창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이 주문을 소리 내어 외우지 말고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하면 되고, 마도구에 마법을 새기고 싶다면 이 술식을 새겨 넣으면 된다. 그러면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상대방의 심장에 100% 명중하는 얼음 총알을 쏠 수 있는 권총 같은 것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물론 좋은 재료를 준비하지 않으면 금방 마력이 고갈되어 핵이 부서져 깨져버린다.
이제는 완서품에 이름을 붙이고, 마법 자체를 패키징하면 된다. 예를 들어 이 마법을 '러브러브 로리에 하트 스나이프 어택'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가정하면, 다음부터 일일이 마음속으로 술식을 떠올리는 것보다 마음속으로 "러브러브 로리에 하트 스나이프 어택!"이라고 외치면 회피불능의 수속성 즉사마법이 발동하는 것이다. 일일이 풀네임으로 외치는 게 부끄럽다면 LHA로 줄여도 된다. 그러면 문맥이 희미해져서 위력은 떨어지지만 발동 속도는 빨라지니까.
"일단 작전은 세웠으니, 이제 내일 아침을 위해 기운을 차리는 일만 남았어. 항구도시의 밤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지각이나 늦잠 자지는 마라? 둘 다."
"알고 있다니깐요! 역시 그 부분은 확실히 선을 긋고 있습니다요!"
"그럼 주인도 같이 오면 되잖아. 외모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이로는 이제 합법적으로 갈 수 있는 나이라고? 그럼 내일 아침에 늦잠 자지 않도록 깨워주...... 미안, 미안하니까 그 표정 좀 그만둬. 여자 얘기만 나오면 평소보다 세 배는 더 무서워진다니까."
"알면 말하지 말지 그래."
처음 만난 뒤로 13년. 벌써 버질도 40대 중반, 크레슨은 따위는 50대인데도 잘도.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지내라고는 말했지만, 너무 건강한 것도 좀 생각해 볼 일인데?
그래도 사람은 건강할 때가 가장 좋다. 전생에 건강하셨던 할머니가 치매에 걸려서 결국 요양원에 입소해 병상에 누워계시고, 그게 2년 가까이 지속되었다가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건강하게 지내주는 게 최고야,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