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클레어 님, 저와 파우스트가 상황을 보고 오겠습니다. 절대 바바카의 곁을 떠나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
천으로 눈을 가리고, 섬뜩한 불빛이 켜진 칸테라를 손에 든 남자가 테토와 나란히 선다.
기세를 끌어올려 전투에 대비하고자, 테토와 함께 기합을 넣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
"무, 무슨 말씀이신지......?"
하지만 어이없어하는 샹클레어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갑자기 마술이 날아온다면 경계를 하겠지. 왜 겁을 준 쪽이 전투태세를 갖추고 맞서야만 하는가. 이치에도 도리에도 맞지 않구나. 꼼짝없이 막혀버린 꼴 아닌가! 기관이나 혈관이었라면 큰일 났었다!"
"하, 하지만 ......!"
"더군다나, 네놈 ...... 여단의 수장인 짐이 얼굴을 내밀지 않으면 무슨 성의가 있겠는가. 부끄러운 줄 알라! 상식도 알아라! 이 세상물정 모르는 놈!"
부하들의 못난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테토에게 꾸지람을 던지고는 바로 걸어 나간다.
완전히 기분을 상하게 한 샹클레어를 달래지 못한 채, 일행은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곳은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왼쪽에도 동상, 오른쪽에도 동상, 암벽에도 동상 .......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 있게 각기 다른 자세로 일행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나찰.
엄숙한 모습 속에 무한한 투지를 표현하는 표정으로 난잡하게 서 있다.
"조각가로서도 일류였는가 ............ 그래서 말인데."
열려있다고는 해도 어둑한 장소를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지만, 자세히는 포착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대면한 인물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 누구냐. 불온한 차림새인데, 신원이나 들어보자."
"설파아아!"
...... 쌍검을 뽑으려던 은발의 청년이, 샹클레어가 내지른 한 마디에 얼어버린다.
"............무엇을? 이국적인 복장으로 보이는데, 혹시 말이 통하지 않나?"
"짐의 어디가 불온한가! 짐은 항상 무방비, 항상 무경계! 걱정 말라, 검사여!"
"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장을 하고 있잖아?"
"............"
청년의 지적에, 샹클레어는 동료들을 훑어보았다.
중후한 검은색 갑옷과 탁한 흰색 검을 든 테토. 고급스러운 지팡이에 자수가 정교하게 새겨진 마법사 로브를 입은 바바카. 무술가로서 움직임이 뛰어난 쌍둥이. 누가 보아도 마구(魔具)인 수상쩍은 칸테라를 들고 있는 파우스트.
"..................불온하구나! 푸하하하하!"
"뭐냐고, 너희들 ......"
그때 청년의 발밑에 문서가 달린 화살이 떨어진다.
"............!"
청년은 문서를 풀고, 쓰인 내용을 읽었다.
읽어나갈수록 청년의 표정은 험악해졌다.
결국 문서를 접어서 가슴에 넣고, 다음에는 망설임 없이 쌍검을 꺼내 들었다.
"............"
"저 남자가 들고 있는 이상한 검, 저것은 ............유물인가?"
한쪽의 검푸르고 아름다운 검으로 테토를 가리키며 물었다.
검을 뽑는 순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에서도, 청년은 흔들림 없이 샹클레어 일행에게 묻는다.
"용감하구나, 검사여. 하지만 짐에게 적대적인 의도는 없노라."
"아직이다. 하나만 더 묻자."
"허락한다, 말해보거라."
벌레도 새도, 동식물들이 숨을 죽인 산에서, 청년의 질문이 던져진다.
"저 칸테라 ...... 설마 저것도 유물인가?"
한낱 여단이 두 개의 유물을 소지하고 있다.
유물 두 개만 있어도 한 국가의 상당한 전력 강화가 되는 것을, 여덟 명의 여행자들이 소지하고 있다는 부자연스러움.
분명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여, 진실에 다다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냐......"
"도망친 동료가 알렸는가. 그 똑똑한 자를 불러내라. 짐이 직접 칭찬해 주마."
"거절한다. 아르스 및 북부 노드리아나 영지에서 즉시 떠나라."
"아니! 칭찬한다고 하면 칭찬한다! 칭찬하기로 한 이상 반드시 칭찬을 해 주마! 설령 떠나는 일이 더라도!"
"뭐야, 이 녀석은 ......"
가슴을 치켜세우고 우뚝 서서는, 초지일관의 의지를 표명한다.
당황하는 청년과 달리, 샹클레어의 성격을 알고 있는 수행원들은 냉정했다.
"네가 위태로워지면, 그 전문가도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지 않겠지?"
한숨을 내쉬며 말한 테토는, 유물의 검을 들고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