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장 22 비장의 배우 등장(1)
    2023년 03월 18일 17시 20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  교회  ★

     

     

     고뇌에 찬 표정을 짓고 있는 그렌지드가 도대체 무엇과 싸우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도.

     하지만ㅡㅡ대치상황은 이윽고 깨졌다.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약해진 것 같았다.

     그것을 계기로, 교회의 사제가 외친 것이다.

    "여신님만이 지고지순하다! 여신님만이 유일한 신앙!!!"

     그러자 사제의 수행원들도 입을 모아 외친다.

    "여신님만이 우리를 구원하신다!"
    "여신님!"
    "여신님!"

     쉬리즈 백작도, 그의 딸 에바도 교회 관계자들이 이렇게 외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정신적인 간섭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믿었다. 여신을 믿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라는 것을.

     교회야말로 세상에 군림하는 최고의 권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을 다물어! 지금은 성왕 폐하께서ㅡㅡ"
    "됐다, 쉬리즈 백작."

     낮고 으르렁거리는 그렌지드의 목소리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목소리만이 아니었다.

     그렌지드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눈에서 한줄기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마에는 마치 기생충이라도 있는 듯 굵은 혈관이 툭툭 튀어나오고, 기름진 얼굴은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헛소리에 귀를 기울일 뻔했다. 경비대여, 쉬리즈 백작과 그의 딸 에바, 그리고 그 동료들을 잡아라."
    "!!!"

     쉬리즈 백작은 그 순간 깨달았다.

     희미하게 남아있던, 그렌지드의 자아 같은 것이 사라졌다는 것을 말이다.

     경비대는 망설이면서도 밧줄을 준비해 쉬리즈 백작과 에바 일행을 묶어 올렸다.

    "폐하......"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 그것만이 느껴졌다.

    "쉬리즈 백작. 네놈은 우리 성왕국의 최우선 사업인 여신님 신전 건립 계획을 의도적으로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딸을 이용해 신전을 훼손하려 했다. 이 죄는 중죄다. 사형을 선고한다."
    "...... 폐하"
    "그런! 아버님!!"

     에바가 소리를 질렀지만, 그렌지드는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예술품처럼 아름다운 칼날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일곱 빛깔의 빛을 받아 반짝인다.

    "죽어라"

     쉬리즈 백작이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스테인드글라스에 얼룩처럼 생긴 검은 그림자.

     치켜든 칼날.

     그림자는 점점 커져만 간다.

     역시 그렌지드도 '이상하다'고 느끼고 뒤를 돌아보니 그림자가 스테인드글라스에 부딪혀 안쪽 유리가 깨져버렸다.

    "오오오오오오오오!"
    "ㅡㅡ읏!"

     순간 그렌지드는 그쪽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그 인물은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검의 궤적을 피하며 신발의 밑창을 그렌지드의 이마에 겨누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발차기가 들어가자 그렌지드는 바로 뒤통수를 맞고 쓰러졌고, 침입자는 [바람마법]을 발동시키며 가볍게 착지했다.

    "여신의 사도가 이런 곳에 있다니......, 어라!? 그렌지드 공작!?"

     그 침입자, 흑발흑안의 소년은 놀란 듯이 외쳤다.


         ★


     [여신의 사도]라는 말은 바로 그 뜻 그대로다. 여신을 위해 살고 여신을 위해 죽는다. 그것을 최고의 기쁨으로 삼는 자를 가리키는 모양이다.

     내가 '여신의 사도'라고 알고서 공격을 가한 상대는 그렌지드 공작이었다.

     한 나라의 왕이었던 사람을 발로 차고 뒤통수를 쳐서 기절시키다니... 이거, 혹시 불경죄로 사형에 처할 수도 있지 않겠어? 불경죄가 아니라 반역죄? 어느 쪽이든 위험해!

    "...... 어라?"

     내가 내려선 곳은 교회 한가운데. 자세히 보니 바로 그곳에 쉬리즈 백작이 있는데, 이 사람의 멍한 얼굴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게다가 묶여 있었고.

     그 너머에는 많은 병사들과 함께,

    "아가씨! 그리고 아샤, 젤리 씨..."
    "도련님 나이스!!"

     젤리 씨가 묶여 있는 진귀한 광경을 목격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소매에 숨겨둔 칼날로 밧줄을 툭툭 끊고 기절해 있는 병사들 사이를 뛰어서 달려갔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