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37 찬탈자의 말로(2)
    2022년 10월 12일 01시 06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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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4568el/39/

     

     

     

     우리들은 지하의 와인셀러 앞에 서 있다.

     

     확실히 여기는 강철의 문으로 막혀있다.

     

     "와인셀러는 긴급 시의 피난장소로도 쓰여서, 이런 문을 세워둔 거라서요."

     

     "설마 탈출 경로가 있지는 않겠지?"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하지만 그런 일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왜냐면 여기는 말 그대로 최후의 요새니까요."

     여기까지 왔는데 도망쳐버리면 안 되지.

     

     나는 어떻게 해서든 레오폴드를 붙잡아야 한다. 그리고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

     

     "세리니안, 문을 열 수 있을까?"
     "맡겨주시길."

     

     내가 명하자, 세리니안은 검은 파성검을 손에 들고 와인셀러의 문 앞에 섰다. 

     

     "하아앗!"

     

     세리니안은 있는 힘껏 기합소리를 내면서, 파성검으로 강철의 문을 베었다.

     

     강철의 문은 두쪽이 나버려서는, 금속음을 내며 무너졌다. 문의 두께는 3,4cm 정도나 되었는데, 강철이란 것은 날붙이로 절단할 수 있는 것이었냐며 감탄의 마음이 들었다.

     

     "안에 냄새 여럿이 느껴집니다. 인간이 아닌 것의 냄새가요."

     "조심해라, 세리니안, 로랑. 뭘 숨겨뒀을지 모르는 일이니."

     

     안 좋은 예감은 적중했다. 인간이 아닌 냄새란 대체?

     

     세리니안과 로랑은 어두운 와인셀러 내부를 나아갔다. 안에는 확실히 뭔가가 숨어있는 기척이 든다. 야수의 신음소리가 들리고, 뭔가 거대한 것이 꿈틀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난 그런 것이 싫은데.

     

     "세리니안, 로랑. 정말로 주의해. 뭐가 있을지ㅡㅡ"

     

     내가 그렇게 고했을 때, 야수의 포효 소리가 울렸다.

     

     "젠장! 이제 천사도 괴물도 없다고 말했으면서!"

     와인 셀러의 선반이 쓰러지는 소리가 울리고, 야수가 외침 소리를 내며 이쪽을 향해 돌진해왔다. 대체 무슨 괴물인지 모를 새된 포효다. 그것이 다가옴에 따라 무심코 나는 움츠러들었다.

     

     "여왕 폐하, 물러나세요!"

     리퍼 스웜이 날 붙잡고 와인셀러에서 끄집어냈다.

     

     그와 동시에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뱀과 비슷한 생물. 하지만 그것에는 닭의 다리가 있고, 날개가 있다. 그리고 기분 나쁜 연기를 입에서 토해내고 있다.

     

     "바질리스크!"

     로랑이 그렇게 외치더니, 세리니안과 같은 검은 장검을 들었다.

     

     "바질리스크? 그 독사의 친척인가?"

     "예. 슈트라우트 공국에는 바질리스크의 서식지가 있거든요. 바질리스크의 독은 역대 공작의 암살에도 사용되었다는데, 모험가길드에서도 여러 차례 정벌 퀘스트가 발주될 정도로 유명한 마수입니다."

     내가 흐릿한 기억으로 물어보자, 로랑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이가 돋아난 머리를 내리치는 바질리스크를 장검으로 받아 흘렸다. 바질리스크는 그 일에 상당한 분노를 느꼈는지, 조금 전보다도 격하게 로랑을 공격해왔다.

     

     "독이라...... 아마 이게 비장의 수겠지. 지하실에 들어온 적을 바질리스크의 독으로 끝내고 물어 죽이는 게 이 바질리스크의 일이었겠지. 하지만 우리들한테는 무의미한 짓이었구나."

     

     나는 독의 숨결을 내뱉는 바질리스크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세리니안, 로랑. 독은 신경 쓰지 마. 베여 죽여라."
     "옙."

     스웜처럼 독에 내성이 있는 종족을 상대로, 독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하앗!"

     "히얍!"

     세리니안과 로랑이 소리 내어 바질리스크를 벤다.

     

     "기이이잇!"

     바질리스크는 가슴을 베이자 비늘을 흩뿌리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질리스크는 여전히 공격을 되풀이했다. 계속하여 발톱으로 세리니안을 공격하며, 이빨로는 로랑을 물어뜯으려 한다. 세리니안은 손쉽게 발톱을 쳐냈고, 로랑은 이빨을 막아냈다.

     

     바질리스크는 이제 포식자가 아니게 되었다. 더욱 맹렬한 것에서 몸을 지키는 먹잇감의 위치로 전락했다. 세리니안과 로랑은 가열찬 공격을 되풀이하여 바질리스크를 몰아넣고 있다.

     

     "로랑. 끝장을 내자."
     "그래, 이해했어, 세리니안 양."

     발톱이 튕긴 바질리스크가 크게 뒤로 후퇴한 순간, 세리니안이 그렇게 고했다.

     

     둘은 호흡을 맞추어 바질리스크의 가슴과 목을 향해 장검을 뻗었다.

     

     그렇게 세리니안의 장검은 바질리스크의 목구멍을 꿰뚫었고, 로랑의 장검은 심장을 관통했다. 바질리스크는 입에서 대량의 피를 토해내면서, 거품 섞인 그것을 바닥에 뚝뚝 떨어트렸다.

     

     결국은 모험가길드의 퀘스트로 정벌할 수 있는 상대다. 세리니안 일행이 못 이길 리가 없다. 바질리스크는 딱하게도 대량의 피를 흘리고서, 지면에 쓰러지더니 숨이 끊어졌다.

     

     "처리했구나."
     "예. 처리했습니다. 이제는 비겁한 레오폴드를 찾는 일만 남았습니다."

     세리니안은 장검에서 바질리스크의 피를 털어내며 그렇게 고했다.

     

     "이 와인셀러 안에 숨겨진 방이 있을 거다. 머리가 어떻게 되지 않은 한은 바질리스크와 같은 방에 숨는 생각은 안 할 테니까. 그럼 리퍼 스웜, 부탁 하마."

     

     "맡겨만 주시길, 여왕 폐하."

     다시 탐색이 시작된다. 난 만일을 위해 독 기운이 완전히 가라앉기를 기다리고서 와인셀러에 들어가, 바질리스크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 선반을 바라보았다.

     

     "여왕 폐하, 냄새는 여기로 이어진 모양입니다."
     "잘했다, 리퍼 스웜. 아마 이 선반을 옆으로 밀면 숨은 방이 나오겠지. 잘 보면 바닥에 여러 번 밀어낸 흔적이 남아있구나."

     난 숨겨진 방으로 들어가는 법을 찾아냈다.

     

     "세리니안과 리퍼 스웜은 원호. 로랑은 문을 열어."
     "알았어요."

     로랑은 무거운 선반을 옆으로 밀었고, 세리니안은 검은 장검을, 리퍼 스웜은 날카로운 낫을 들어 내부에 돌입할 준비를 갖췄다.

     

     "우오오!"

     

     숨겨진 방의 문을 찾아내자마자, 안에서 병사들이 뛰어나왔다. 세리니안은 장검으로 나온 병사들을 차례차례 베어 죽였고, 리퍼 스웜도 병사한테 낫을 꽂고 송곳니로 조각을 내버렸다.

     

     "자, 잠깐! 죽이지 말아 줘!"

     병사들이 쓰러진 뒤, 그런 외침 소리가 들렸다.

     

     "나와라, 레오폴드. 아니면 로렌 공작 각하라고 부를까?"

     난 숨겨진 방에 끝까지 숨어있던 남자를 향해 고했다.

     

     "너, 너는 누구냐!?"
     "아라크네아의 여왕 그레빌레아다. 네놈은 레오폴드 드 로렌이렷다?"

     방에 있던 자는 만찬회 날에 날 업신여겼던 남자였다. 로랑의 형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겁 많고 추한 남자다.

     

     "그, 그래. 내가 로렌 공이다. 내가 슈트라우트 공국의 공작이다. 내, 내게는 화평의 준비가 되어있다.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제안이다. 자, 화평교섭을 시작하자꾸나. 우리들은 평화를 원하고 있으니까!"

     "그래? 난 화평을 원하지 않는다. 원하는 것은 네놈의 죽음 뿐이다."
     

     내가 그렇게 고하자, 리퍼 스웜이 레오폴드를 끌고 나온다.

     

     "자, 어떻게 요리해줄까. 마린에서 네놈이 했던 짓은 날 정말 짜증 나게 했었지. 그리고 최악의 기분을 맛보았다. 그 답례는 제대로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답례로 뭐가 좋을까."

     "제발 그만. 난 나라를 지키려고 했을 뿐으로....."

     확실히 이 남자는 나라를 지키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 녀석한테 짜증 나고, 화가 나고, 미워하고 있다.

     

     어째서 우리에게 친절히 대해준 모험가길드 접수원의 목을 매달았지? 왜 우리와 담소를 나눴던 주점의 손님과 점주를 죽였지? 왜 이 남자는 우리가 관여한 자들을 죽여왔지?

     

     짜증 난다. 열받는다. 불쾌감을 느낀다.

     

     "이 녀석한테는 벌을 줘야만 해."

     난 그렇게 고하고서, 로랑 쪽을 바라보았다.

     

     "네 형이 무슨 짓을 당해도 상관없나?"
     "부디 마음대로 하시죠. 이제 전 이걸 저의 형이라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서요."

     내 확인을 들은 로랑이 수긍했다.

     

     "로랑! 잊었냐! 우리는 형제라고! 형제로서 함께 여러 일을 해왔잖아! 이런 날 버리는 거냐!? 그런 짓은 빛의 신께서 허락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배신이다!"

     로랑의 말에 레오폴드가 외쳤다. 이 녀석의 말은 들어봐야 손해다.

     

     "그런 동생을 먼저 내버린 것은 형이잖아. 형이 모든 것의 원흉이야. 샤론 공을 탄핵할 때도 신중히 처신하라고 내가 말했을 텐데. 그걸 무시한 형이 나빴어. 지옥이 있다면 거기서 자기 행동을 반성하기나 해."

     로랑은 이제 가족을 보는 눈으로 레오폴드를 보고 있지 않다. 벌레를 보는 눈이다.

     

     "이의는 없는 모양이군. 그럼, 이제부터 네놈의 처형을 하겠다."

     나는 그렇게 고하며 소매에서 패러사이트 스웜을 꺼냈다. 항상 여차할 때를 대비해 소매에 숨기고 있는 녀석이다.

     

     "세리니안. 입을 벌리게 해."
     "예, 여왕 폐하."

     내 명령에, 세리니안은 레오폴드의 몸을 고정시키고는 입을 벌리게 했다.

     

     그리고 난 그곳에 패러사이트 스웜을 집어넣었다. 패러사이트 스웜은 레오폴드의 목에 정착하자, 조직을 지배하는 촉수를 뻗기 시작했다.

     

     "손톱을 벗겨."

     

     난 패러사이트 스웜에게 지배된 레오폴드에게 명령했다.

     

     "아악! 아아악!"

     레오폴드는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손톱을 스스로 벗겼다.

     

     그것은 강렬한 고통이리라. 그것은 강렬한 악몽이리라.

     

     하지만, 마린의 마을 사람들은 그걸 이미 맛보았다고?

     

     "손가락 뼈를ㅡㅡ"

     내가 연이어 명령을 내릴 때마다, 레오폴드는 비명을 지르며 그에 따랐다.

     

     "로랑, 괴로운가?"

     "아니요. 이 남자는 조국을 배신하고 수백만의 국민을 희생시켰습니다. 이것도 부족할 정도지요."

     "그런가. 넌 마음이 강하구나."

     내 가족이 이런 꼴에 했다면, 악독한 자여도 말렸을 텐데. 난 정말 연약한 인간이다.

     

     "끝이다. 이 칼로 자신의 배를 베고 내장을 끄집어 내."

     나는 끝장을 낼 결심을 했다.

     

     이 이상 이 남자를 괴롭혀도 마린의 주민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하는 복수는 결국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크윽, 으......"

     레오폴드는 자신의 배를 스스로 베어버렸다. 상처에서 피가 철철 나왔는데, 그것이 숨겨진 방에 가득 퍼졌을 때, 그는 쓰러졌다.

     

     "이걸로 끝. 복수란 왜 이리도 허무할까."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체가 된 레오폴드를 내려다보았다.

     

     "정의는 집행되었습니다. 당신은 정의를 구현했어요."
     "그랬기를 빛의 신 이외의 신한테 빌어야지."

     

     우리들은 그런 말을 나누며 와인셀러의 숨겨진 방을 나왔다.

     

     이걸로 전부 끝.

     

     이라는 것도 아니다. 레오폴드가 사라진 지금, 프란츠 교황국은 슈트라우트 공국을 점령하게 위해 국경을 넘을 것이다. 그에 대응하는 것이 나의 의무다.

     

     그렇다, 아라크네아의 여왕인 나의 의무다.

     

     나의, 나의......

     

     "여왕 폐하!?"

     매우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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