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8 유혹과 조언2022년 10월 12일 03시 31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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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의식을 되찾자 그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여기는......"
나의 침상. 나의 방.
내가 세 들어 살고 있는 대학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
편의점과 가깝고, 서점에도 가깝다. 식당도 옆에 있다. 이런 축복받은 호나경에서 나는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게임을 너무 많이 했나."
왠지 리얼한 꿈을 꾼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게 뭐였는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정말 리얼했는데도, 어째서 난 전부 잊고 만 거람. 실제로는 별 것 아닌 꿈이었을지도.
"ㅡㅡㅡㅡ씨."
난 내 이름을 불리는 게 정말 오랜만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내 방에서 부르는 자는 누구지?
"눈을 뜨셨나요. 여기는 이상한 공간이니 눈을 안 뜨나 싶어 걱정하던 참이었어요. 눈 떠서 정말 다행이다."
그렇게 말한 자는 전에도 대화했던 기억이 있는 소복 차림의 소녀였다.
"여기는...... 내 집......?"
"그걸 재현해서 구축한 세계예요. 당신이 있어야 할 진짜 세계는 아니에요."내 집인데, 내 집이 아냐?
"ㅡㅡㅡㅡ씨. 전 당신의 영혼을 필사적으로 인도하려 했답니다. 설령 당신의 과실이 있다 해도, 당신은 인도받아야 할 존재예요. 하지만 그게 왜곡되어 그 세계에 갇히게 버렸지요. 제 실책이었어요."
소복의 소녀는 그렇게 고했다.
"당신은, 누구?"
"저는 산달폰. 혼을 인도하는 자."소녀는 자신을 산달폰이라고 소개했다.
"당신은 그 가혹한 세계에서도 아직 스웜의 의지에 완전히 삼켜지지 않고, 가까스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있어요. 그건 훌륭한 일이에요. 하지만, 영원히 그게 지속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언젠가 당신도 그 세계의 일부에 삼켜져서, 그리고 또 다른 게임을 강요당하겠죠."
"그 세계......?"
무슨 말이람. 난 해외여행을 해본 적도 없고 이 일본에서 나가본 일도 없는데. 난 다른 세계를 모른다. 난 결국 지식의 맹인에 불과한데.
"괜찮아요. 반드시 당신을 도울게요. 애초에 저의 실수 때문에 일어났으니, 그 책임은 제게 있어요. 그러니 제가 당신을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난 누군가가 도와줘야만 하는 처지였던가.
맞다. 도운다는 말로 생각났다. 나는 구해야만 한다.
"날 그 세계로 돌려놔."
나는 어느 사이엔가 소녀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 세계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여기서 구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도 있는데요?"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어."그래. 세리니안, 라이사, 로랑, 스웜들.
".....만들어진 세계. 사로잡힌 사람들. 그 속으로 당신은 정말 돌아가실 건가요?"
"날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으니까."소녀의 물음에 난 그렇게 대답했다.
"자, 거기까지예요, 산달폰."
갑자기 우리 대화에 난입해온 것이 나타났다.
그것은 검은 고딕 로리타 패션의 옷을 입은 한 소녀였다.
"가로채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산달폰. 그녀의 혼은 나의 것. 예전부터 당신들은 이렇게 말해왔잖아요. ㅡㅡㅡㅡ한테는 신의 구원이 없다고."
"그건 옛날 이야기다, 사마엘. 더러운 거짓말만 하는 악마 녀석. 네 탓에 얼마나 그녀가 상처 입었는지 이해하기는 해?"
산달폰은 나타난 소녀를 사마엘이라 불렀다.
"제멋대로 교의를 바꾸는 당신들이야말로 거짓말쟁이가 아닐까요? 제 방식은 일관되어 있어요. ㅡㅡㅡㅡ해버린 혼은 저의 것. 다른 누구한테도 손대게 하지 않지요. 산달폰. 당신은 진심으로 이 아이를 구할 셈인가요?"
"그럴 셈이다, 사마엘. 설령 ㅡㅡㅡㅡ해버린 혼이라도 구원할 권리는 있다. 지금을 옛날 가치관으로 판단하지 마."
사마엘이 작게 웃자, 산달폰은 그녀를 죽일 것처럼 노려보았다.
"과연 어떨까요. 정말로 구할 권리가 있는 걸까요. ㅡㅡㅡㅡ한 영혼은 어차피 더러워졌잖아요. 그런 영혼을 들고가면, 우리의 꺼림칙한 주인은 한탄하시지 않을까요?"
나는 무엇을 결단내린 걸까.
"역시 납득이 안 가네요. 여기선 저 아이한테 결정하게 해 볼까요. 당신을 따라갈지, 저를 따라갈지를."
그렇게 고한 사마엘은 내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구원은 있답니다. 부디 구원의 길을 선택해 주세요, ㅡㅡㅡㅡ씨."
"네가 있어야할 장소는 그 세계야. 사람들과 괴물이 서로 죽이는 세계. 그곳에서 안식을 찾고 있어. 맞지, ㅡㅡㅡㅡ?"전혀 다른 두 소녀가 날 부르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녀들한테 있지 않다.
"그 아이들을 도와주게 해 줘.. 부탁이야. 그 이외의 일은 원하지 않으니까."
세리니안은 분명 울고 있다. 달래줘야 해.
"계약 불성립, 이네요."
"그녀는 분명 구원의 길을 고를 겁니다."사마엘은 어깨를 으쓱하였고, 산달폰은 내게 걸어왔다.
"그 [컴퓨터]의 전원을 켜보세요. 그러면 그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답니다."
산달폰은 내게 부드럽게 알려줬다.
"저는 반드시 당신의 혼을 구해내겠어요. 반드시. 그러니ㅡㅡ"
나는 컴퓨터를 부팅시켰다.
"결코 사람의 마음을 잊지 말아주세요."
나는 멀어져 가는 감각을 느끼면서, 산달폰을 향해 분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ㅡㅡ폐하! 여왕 폐하!"
정신을 차리자, 나는 소파 위에 있었다.
"산달폰은? 사마엘은?"
난 방금 전의 리얼한 꿈을 떠올리며 그렇게 고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여왕 폐하. 혹시, 기억은......?"
"괜찮다. 네 일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 세리니안."
"흐윽......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세리니안은 흐느껴 울면서 내 가슴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라이사."
"네, 폐하."나는 울고 있는 세리니안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라이사한테 물어보았다.
"다른 병력은 여기에 파견되었나?"
"아니요. 조용해요. 이제 성벽과 시가지의 전투도 끝난 모양이라서요."그런가. 슈트라우트 공국에서의 전투는 끝났나.
고생했다. 모험가로서 슈트라우트 공국에 잠입하여 이것저것 했고, 대륙만국회의에서는 회의장을 어지럽히려고 고생했으며, 공국에 내전이 일어나자 개입해야만 했다. 난 여태까지 느끼지 못했던 피로를 계속 느꼈다.
"의식은 돌아오셨나요, 여왕 폐하."
"그래. 돌아왔다, 로랑."내가 라이사와 대화하고 있자, 로랑이 지하실에서 돌아왔다.
"형의 시체는 고기경단이라는 걸로 만들었습니다. 그게 마땅한 대우인 듯 싶어서요."
"글쎄. 고기경단으로 만든다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으니 말이다."하나는 미운 적을 단순한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처리한다는 뜻. 또 하나는 동료로서 전열에 가담하게 한다는 뜻. 또 하나는 아무 의미도 없이 그냥 처리한다는 뜻.
"하지만, 여왕 폐하께서 쓰러지셨을 땐 간담이 서늘하더군요. 설마 바질리스크의 독이 아직 남아있을 줄은. 몸에 불편함은 없으신가요?"
"여왕 폐하. 뭔가 괴로운 점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저, 마을의 약사한테서 여러 가지로 약을 받아왔으니까요."
로랑과 라이사가 날 걱정해주고 있다.
이만큼이나 복 받은 지도자도 없으리라.
"여왕 폐하. 이제 정말, 정말, 정말로, 괜찮으십니까?"
"그래. 난 완전히 멀쩡해. 세리니안이야말로, 의존증은 나아졌니?"
세리니안이 묻자, 난 약간 심술 맞은 미소를 지었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여왕 폐하께서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세리니안은 눈물범벅이 되어 내 가슴에서 얼굴을 들더니,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세리니안, 라이사, 로랑, 그리고 스웜들이여. 걱정 끼치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난 이렇게 무사하다. 이렇게 다시 너희를 이끌 수 있다."
나는 집합의식에도 들리도록 선언했다.
"하지만, 우리의 완전 승리는 아직 멀었다. 슈트라우트 공국을 덫에 빠트리고 우리한테 적개심을 가진 프란츠 교황국을 타도하지 않으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아. 언젠가 이 나라에도 프란츠 교황국의 군대가 쳐들어오겠지."
프란츠 교황국은 뒤에서 암약만 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슈트라우트 공국을 붕괴시킨 원흉이다. 그들은 공국이 멸망되기를 기다렸다가, 괴멸된 후에 공국을 집어삼키려 했던 것은 명백하다.
"프란츠 교황국을 타도한다. 그리고 우리 아라크네아가 영원한 번영을 손에 넣을 때까지, 그리고 제군들이 원하는 절대적인 승리를 손에 넣을 때까지 나는 싸운다. 따라올 수 있는가, 제군?"
내가 그렇게 묻자, 집합의식이 동의의 목소리로 가득 찬다.
세리니안은 조용히 검을 꽂으며 복종의 자세를 취했으며, 라이사와 로랑은 무릎을 꿇었다. 누구나가 내 의견의 찬성하고 있다. 그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었으며, 정말 기쁜 일이었다.
"우리 아라크네아에 승리를. 그냥 원하지 마라. 노력하라. 그렇게 하면 그건 이루어진다."
난 그렇게 고하며 연설을 끝냈다.
"내 연설은 어땠어, 세리니안?"
"정말 좋은 말씀이었습니다. 저희들은 승리로 나아가겠습니다. 여왕 폐하의 말씀대로."
세리니안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문제는 이 슈트라우트 공국을 어떻게 할지인데."
"어떻게든 될 겁니다. 저희들은 지금까지 여러 고난을 넘어왔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고난을 이겨내어, 다시금 자랑스러운 교역국가로서 번영해나갈 겁니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만 하지요."
내 중얼거림에, 로랑이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리고 전후 복구도 중요하지만, 아직 공국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프란츠 교황국이라는 배신자가 남아있는 것이다. 녀석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진정한 평화는 찾아오지 않고, 진정한 복구도 이루어질 수 없다."
슈트라우트 공국을 내버린 프란츠 교황국. 이 일은 후회하게 해 주마.
난 그렇게 결심하며 공작저의 창문으로 바깥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미 전투는 끝났지만 마술 공격의 영향으로 시가지에서는 연기가 일어나고 있다. 그것을 소화하고 시가지를 재건하려면 얼마나 많은 날짜가 필요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현기증이 난다.
하지만 이쪽에는 워커 스웜이라는 일꾼들이 있다. 이 수도 드리스가 다시 기능하는데 힘써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안도하는 마음을 느꼈다.
파괴만이 아닌, 재생도 한다는 것에 안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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