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0 춤추는 대교차점2022년 07월 31일 16시 59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20
그날의 기상예보는, 하루 종일 맑다고 했다.
요마 사냥에서 하루가 지났다. 악마나 괴물을 쓰러트려서 평화에 공헌한다 해도 나의 일상에 아무런 변함은 없다.
오히려 변한 것은 내 쪽이다. 변했다고 해야 하나 예상 밖이라고 해야 하나, 맹점이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나는 하나의 문제에 부딪혔다.
근육통이다.
갑자기 육체를 마법으로 강화시킨 것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온몸이 지끈거린다. 너무 아파.
어느 정도로 아프냐면, 초절근육섬유초노급통각 같은 얼티밋 페인이 날 괴롭히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종이상자. 내부는 과자가 가득 담겨있어서, 무게가 5~6kg이라고 해야 할까.
예, 이번에는 이걸 들어 올려보겠습니다. 그럼 갑니다.
"끄아아아아아아아!!"
보시는 대로다. 어려운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종이상자를 잡고 들어 올린다. 정말 그것 뿐.
그보다 들지 않았다. 종이상자를 든 순간에 온몸이 저려서, 그대로 볼품없이 엉덩방아를 찧고 만 것이다. 비웃어라 베지터.
"괘, 괜찮아 사토 군!?"
그런 비명을 듣고 제일 먼저 달려온 사람이 이 슈퍼마켓의 알바 겸 아이돌을 맡고 있는 사사미네 양이다. 나 같은 녀석도 스스럼없이 대해주는 이 성모와도 같은 상냥함. 신은 존재한다.
여자력...! 압도적인 여자력...!!
"어, 어디 다친 데는 없니? 설 수 있어?"
"그래... 미안..."
걱정하는 얼굴로 내민 자그마한 손을 붙잡는다... 우와 진짜 매끈해. 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악마의 열매라도 먹은 거냐고.
이전부터 피부가 예쁘다고는 생각했지만, 직접 만져보니 그 매끈함이 확실하게 전해져 온다.
"사, 사토 군...저기...손..."
너무 좋은 촉감에 놀라고 있자, 사사미네 양의 얼굴이 점점 붉어짐을 깨달았다. 그 시선은 꽉 쥐어져 있는 오른손에 향해 있다.
"아, 미안."
재빨리 손을 놓는다.
판정은 어떨까?
파울인가?
파울이겠지.
"...괘, 괜찮아. 사토 군은 의외로 손이 크네..."
"후...후후후." 라면서 서먹함을 얼버무리려 웃는 사사미네 양. 나와의 접촉은 쓴웃음 지을 수준이냐고. 그렇게나 싫어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 그보다도, 사토 군 오늘 이상해. 혹시 몸상태 안 좋아?"
"아니, 근육통이 조금 있어서..."
"사, 사토 군, 스포츠도 하는구나..."
"거의 안 해서 근육통이 생긴 거라고... 오랜만에 어그레시브한 울트라X를 보여준 반동이 지금 와서..."
정말 불쌍할 정도로 근섬유가 찢어진 것이다. 불탄다... 근육이 불타고 있어.......
"참고로, 어떤 스포츠였길래...?"
"세팍타크로."
"생각보다 과격하네!?
너무 힘들면 점장님 불러올까?"
"아니아니 그렇게까지는 으윽......"
척 하고 내디딘 오른쪽 다리에 전류가 흐른다......! 증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것 봐, 참지 말고 같이 점장님한테 가자."
"...아, 잠깐, 기다려."
내 대답을 듣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끌고 가는 사사미네 양. 의외로 힘세다. 이러저러하는 사이 난 연행되고 말았다. 정말 억지라니까. 하지만 그런 점 싫지 않다고.
◇
[지친 거지? 사토 군은 항상 열심히 하니, 무리하지 말고 오늘은 그냥 돌아가도 돼]
결론부터 말하자면, 귀가당했다. 마지막에 점장이 지은 그 부드러운 미소가 머리에 각인되어 떨어지지 않는다.
정말 한심한 이야기다. 용사였던 내가 근육통으로 알바를 조퇴한다니, 조금도 웃을 수 없다고.
지금부터 운동하기 전에는 적절한 스트레칭을 하기로 하자. 절대 엄수다.
"나 왔어~"
"어라 소스케, 빨리 왔구나."
귀가해서 맨 먼저 거실로 가자, 할머니가 소파에서 티비를 보며 차를 들고 있었다.
그렇구나, 아직 3시인가...
"몸상태가 안 좋아서 빨리 왔어."
"음? 괜찮니?"
"단순한 근육통이야. 별일 아냐."
"그럼 괜찮지만... 그러고 보니 손님이 와 있단다."
"손님...? 그렇게나 영업사원 들이지 말라고 했잖아."
전에도 잘 모르는 항아리 판매원이 왔던 참인데. 그 사람을 돌려보내는데 무척 고생했다. 문 틈으로 발 들여놓지 말라고 죽인다.
"아니. 네 손님이던데?"
".......나?"
친구가 거의 없는 내게 손님이 올 리가 있을까. 어쩌면 타카츠키일지도.
"은발의 어부 같은 녀석?"
"누구야 그게. 코즈미쨩이야. 방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뭐?"
그것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얼빠진 목소리였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가 놀러 온 것이니 이상한 일도 아닌가.
".............좋아."
마음을 다지고 문을 연다.
방을 둘러보니, 침대 위에 시키가미 코즈미가 앉아서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림 같은 광경이다.
갑자기, 코즈미가 나의 존재를 깨닫고 시선이 마주친다. 그러자 그대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실례합니다."
왠지 정중한 인사여서, 적당히 인사를 해둔다. 답답한 것은 좀 그래서.
"오랜만인데?"
그렇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자, 코즈미는 약간 입을 다물면서 언짢아했다.
시, 실언이었나.
"소 군과는..... 만난 지 1주일도 안 되었잖아요..."
"응? 아, 맞다..그랬었지... 미안."
찻잔 둘과 오차즈케가 올라간 접시를 바닥에 두고, 다다미 위에 앉는다.
그리고 그대로 코즈미와 대면하자, 그녀는 침대 위에서 날 내려다보는 형태가 되었다. 묘한 상하관계인데 이거. 너도 바닥에 앉으라고.
"그래서... 볼일이라니 뭔데?"
"소 군한테 조금 묻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묻고 싶은 일?"
뭐지? 라고 생각하면서 오차즈케를 먹는다. 처음 먹는 맛인데. 하지만 맛있어!
"뭐 좋아, 일단 차 마셔."
"아니요. 곧장 돌아가야 해서요."
노 쌩큐라고 말하는 것처럼 손으로 거절의 뜻을 전하는 코즈미. 어머나, 왠지 반응이 냉랭하잖아.
"너 바로 나갈 건데도 방에서 기다린 거냐고."
그렇게 묻자, 코즈미는 욱 하는 표정으로 바뀐다. 오늘은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구만 이 녀석.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딱히... 직접 만나서 전해야만 했을 뿐이에요..."
"...멋대로 방 뒤지지는 않았겠지?"
"네...!?"
순간, 코즈미의 도자기 같은 피부가 갑자기 확 빨개졌다.
"그...그런 일 하지 않았어요! 소 군의 할머니께서 방에서 기다리라 말하셔서...! 저기...어쩔 수 없이..."
"알았으니 진정해. 농담이라니까."
그보다 농담이라고 믿고 싶다.
코즈미는 그 뒤에도 한껏 소란을 피운 뒤,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감정을 다스렸다.
"......빨랐네요. 조금 더 걸릴 거라 들었거든요."
"알바를 조퇴했어. 근육통 때문에 말야. 역시 오랜만에 운동할 게 아니었어."
"흐음..."
그때의 코즈미의 표정은, 직접 보지 않았다. 과연 어떤 얼굴이었을까. 다만, 지금은 말할 수 있다. 그것은 틀림없이 미소가 아니었다.
"그거, 어제의 싸움 때문인가요?"
그것은 너무나도 당돌해서, 순간 코즈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흐른 것은 침묵 정도가 아니었다.
시간조차 동결해버린 공간 속에서, 난 단지 막연하게, 그녀에게 간파당했다는 사실을 곱씹고 있었다.
"...너...언제부터."
"처음부터요. 소 군이 공원에 왔을 때부터 눈치채고 있었어요."
"그, 그러냐... 처음부터."
그렇다는 말은 역시 내 변장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역시 추남을 고른 것이 잘못한 것인가.
저주한다 타카츠키...!
아니..지금은 이 텐션이 아냐.
"그보다... 진짜로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나요?"
왠지 바보 취급하는 말투여서, 이번에는 내가 욱해버렸다. 그보다도 위화감을 느꼈다는 편이 옳다. 이런 코즈미를 본 것은 아마 처음이다.
"...왠지 오늘의 너 너무 틱틱대는데. 화내는 거야?"
"화 안 내요.'
"아니, 화내고 있잖아 너."
"화 안 낸다고 말했잖아요."
그 말투는 백 프로 화내는 거잖아~ 대체 왜 볼을 빵빵 부풀린 거냐고 너는.
"...왜 비밀로 했나요?"
갑자기, 코즈미가 고개를 숙이며 말을 꺼냈다. 표정은 안 보인다.
"...뭐를?"
"마법을 쓴다는 것 아니면 뭐겠어요."
그것은, 코즈미 치고는 강한 어조였다.
"...이제 여기선 쓸 기회도 없을 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말할 필요도 없었다고."
이것은 진심이다. 지구에서 마법은 쓰지 않겠다고 정했었다.
"그때 말했던, 기억상실도 거짓말이죠...?"
"그래, 거짓말이다. 전부 거짓말."
그렇게 단언한 방에 가득 찼던 무거운 공기가 더욱 밀도를 더한 느낌이 들었다. 답답하다고 말해야 할까. 어린 시절의 나라면 절대 못 버텼다.
그 침묵을 깬 사람은 코즈미였다. 그녀는 부들부들 떤 후, 침대에서 일어나서는
"소 군은...
요 4년 동안 대체 뭘 하고 있던 거죠!?"
그렇게 외쳤다. 머리가 울릴만한 성량이었다.
"당신이 사라진 뒤로, 시키가미 가문의 힘을 써서 세계의 여러 장소를 조사했어요. 하지만 흔적도 찾을 수 없었어요...!"
틈을 주지 않고 재빠르게 날 향한 말이 쏟아진다.. 그에 담긴 복잡한 감정은, 어떻게 형용해야 좋을지 모른다.
확실히 말해 혼란스럽다.
"대답해요... 소 군은 이 4년 동안... 어디서 뭘 하고 있던 건가요...?"
울먹이는 얼굴, 아니, 이미 눈물짓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이 녀석은 지금, 꽤 화를 내고 있다. 그녀에게 내가 비밀로 숨겼던 일에 화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말하자. 확실하게. 모든 원흉이 된 사건을, 지금 여기서. 이 녀석한테.
"난 요 4년 동안... 다른 세계에 있었다."
천천히 말을 꺼냈다. 코즈미의 반응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다.
"무슨 뜻인가요...?"
"그 말대로의 의미야. 그날 밤, 정신 차리고 보니 이세계로 날아가 있었다. 아마... 소환되었다고 생각해."
그 후로 나는 디 그리피아에서 체험한 일들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공주님한테 소환당한 일.
동료와 만난 일.
선인을 자칭하는 중년한테 수업을 강제당한 일.
적지에 원정 나가서 활약했던 일.
최종 결전에서 힘겹게 마왕을 쓰러트린 일.
그리고 역사에 남을 위인이 되었던 일.
가능한 한 그녀의 마음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농담을 섞어 재미나게 말했다. 평소보다 달변가가 된 이유는, 오랜만에 코즈미와 대화하는 나도 기뻐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막바지에 이르자, 그녀의 어떤 이변을 눈치챘다.
오히려 눈치채는 게 너무 늦었을 정도였다.
이야기를 시작하고 나서 30분 전후일까. 석상처럼 굳어서는 한 마디도 안 하는 소꿉친구의 모습을 보고, 문득 눈치챈 것이다.
그녀한테서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는, 피부가 저릿할 정도의 분위기를.
"이제 됐어요."
불쑥, 말을 내뱉는다.
이 시점에서 나는 느끼고 있어야 했다. 시키가미 코즈미라는 사람이, 지금 얼마나 격노하고 있는지를.
"뭔가요..."
"코즈미...?"
"소 군은...저를 놀리는 건가요..."
떨고 있었다. 목소리만이 아닌, 몸 전체가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녀한테서는 생각할 수 없는 반응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감정이 폭발한다.
"난 그런 얘기나 들으러 온 게 아냐!!"
그것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본 적이 있는 표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틀림없이 분노의 형상이다. 눈앞의 상냥했던 소꿉친구가 지금,
틀림없이 [빡쳤다]. 자제하는 일 없이, 한 줌의 용서도 고려하지 않고.
"................."
절규했다.
"잠깐만... 이건 거짓말이 아냐. 내가 이런 진지한 이야기를 거짓말로 할 리가 있겠어?"
"...저는 소환사예요. 그래서 소환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죠. [인간은 절대 소환할 수 없다] 그것이 이 세계의 이치예요."
갑자기 냉랭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조에 담긴 거친 느낌은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분노가 새어 나온다.
"그리고, 이세계의 존재는 한참 전에 부정되었어요."
"부정이라니... 이세계가 없다면, 너 어떻게 소환하는 거냐고."
실제로 내 친구는 소환할 때 다른 차원에서 불러낸다고 말했었다.
지구의 마법이 이세계의 것과 같은 원리라면, 소환술도 그에 맞춰 이루어질 터.
다차원 해석이 부정당하다니 말도 안 된다.
그런 나의 반박을, 코즈미는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대답한다.
"마계와 천계 등은 엄밀히 말하자면 지구의 일부예요. 이세계가 아닌 거죠. 마술사인데도 그런 간단한 일도 모르는 거네요..."
코즈미는 그렇게 내뱉고는, 또다시 양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요 4년 간... 얼마나 많은 사라들이 당신을 걱정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소 군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친구들도!
물론..........저도!!"
"어이 코즈미... 진정해..."
"첫 1년 은 불안해서 제대로 잠도 못 드는 날이 많았죠!!
당신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저는......!!"
코즈미가 우는 모습은 몇 차례 본 일이 있다. 대개 내가 시비를 걸어서 울린 것이 태반이다. 코즈미는 잘 운다. 그보다 내 앞에 있을 때만 이상하게 잘 운다.
하지만, 화를 내면서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당신이 돌아와서, 저 기뻤는데... 꿈에서까지 보던 당신이 돌아와서...저는...저는...!"
코즈미는 눈물범벅이 될 얼굴을 양손으로 가렸다. 하지만 도무지 억누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 틈새에서 많은 눈물이 흘러나와서 떨어졌다.
"그런데도... 돌아온 당신은 중요한 점은 숨겨놓고... 태도도 예전보다 훨씬 붙임성 없어져서...!"
말하는 도중에 오열이 섞이지만, 코즈미는 그만두지 않는다. 말은 탁류처럼 밀려들어서, 주저 없이 날 규탄한다.
"저...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소 군이 거짓말한다는 사실..."
"..........코즈미."
"처음에는, 딱히 상관없었죠... 소 군이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코즈미는 "하지만." 이라고 덧붙이고서.
"전에 타카츠키 군을 구한 사람이 소 군이라고 알자, 생각이 바뀌었죠...
그로부터 여러 가지로 고민하다가, 직접 물어보기로 정했어요. 당신이 4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를."
숙였던 얼굴을 들어 올리며, 시선을 내게 향한다. 젖어있는 눈동자의 안은,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거 너무잖아요... 그런 망상 같은 이야기를 하다니..
그러면...... 소 군을 걱정했던 사람들이 바보 같잖아요!?"
진정하자.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들은 지금 엇나갔을뿐이다. 아직은 해명할 여지도, 그에 걸맞은 시간도 있다.
그러니 아직은 괜찮을 터.
"그게 아냐... 부탁이니 내 얘기 좀 들어줘."
"그럼 말해봐요!! 4년 동안 무슨 일이 있던 건가요!? 저는 알고 싶어요!"
"그, 그러니까... 여기랑 다른 세계에서..."
"웃기지 마!!"
정말 커다란 소리였다. 귀가 쨍 하고 울리는 듯한, 몸속까지 울리는 외침.
막연하게, 돌이킬 수 없는 부분까지 나아간 느낌이 들었다.
"왜 그렇게 말하는 건가요..."
지뢰를 밟는 일은 익숙하다. 이세계에서 기른 경험 덕분에 시비에 대한 여유도 생겼다.
나는 컴플렉스를 건드리지 않는 한 화내지 않는다. 그런 사람으로 성장했을 텐데.
성공했을 텐데.
"혹시..... 4년 동안.. 타인에게 말할 수 없는 짓을 해온 건가요...?"
"...........뭐?"
이 녀석... 지금 뭐라고 한 거냐?
"무슨 뜻이냐고... 어이."
"그대로의 의미인데요."
"내가 뭔가 나쁜 짓이라도 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고...?"
"소 군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은가요?"
.............................................
.............................................
.............................................
.......................................
아아... 이건 안 되겠다.
"그럴 리가 있겠냐!!"
순간, 자신도 놀랄 정도로 큰 목소리를 냈다.
용서할 수 없었다. 이세계에서 지낸 4년 동안, 걱정은 끼쳤어도, 뒤에서 손가락질받을만한 짓은 하지 않았다. 할 리가 없다.
무엇보다, 이 녀석이 의심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
"나도 돌아가고 싶었다고! 부모만이 아닌! 너하고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무리였다고!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했다고!!"
"그.. 그래서 그 이유를 저는..."
"방금 말한 게 전부라고! 내가 너한테 거짓말할 리가 없잖아......"
직후, 머리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감각에 휩싸였다. 핏기가 가시는 것은 언제 이후일까. 분명, 마왕의 최종 형태를 본 이래다.
코즈미가, 겁먹고 있다.
내게 대해서 확실한 두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어이, 뭐야 그 얼굴은.
너 강하잖아? 학교에서도 굴지의 마법사가 되었잖아?
나 따위한테 겁먹을 필요가 어디 있어. 이런 거, 단순한 말다툼.............
"미안."
눈은 맞추지 않는다. 마주칠 수 없었다.
지금의 코즈미의 얼굴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 괴로웠다.
"큰소리쳐서, 미안했어."
"아니요......이제 됐어요."
그 이후로 코즈미가 큰소리를 내는 일은 없었다. 연료를 소진한 듯한, 그런 인상이 약간 보였다.
이제 할 말은 없다. 그렇게 들은 느낌이 들었다.
"돌아갈게요..."
그렇게 말한 코즈미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혼이 빠진 듯한 걸음걸이로 방의 출구로 향했다. 말리려고 생각했지만, 손이 나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멈춘 쪽은 코즈미였다.
"...맞아요. 당신한테 전할 일이 있었네요."
"뭔데..."
"오늘 밤의 요마 사냥. 협회는 당신의 참가를 인정하지 않아요..."
단적으로, 사무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나와 코즈미 사이에는 확실한 경계선이 그어진 착각이 들었다. 나와 코즈미의 거리는 이렇게나 멀었던 걸까?
"....무슨 뜻이야."
"그대로의 의미예요. 부외자인 당신한테 언제 까지든 협력을 부탁할 수는 없으니까요."
"너 말이야... 전에 타카츠키네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거야? 목숨의 안전보다 체면 쪽이 소중한 거냐고."
"우쭐대지 마."
내 반론을 내치려는 듯, 조용하게 내뱉는다. 더 이상의 말을 허락하지 않는 강한 어조였다.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필요 없다고도 말하고 있는 거예요. 당신 따위가 없어도, 저희들은 충분히 싸울 수 있어요."
냉랭한 음색으로 그렇게 고한다. 다시 말해, 내게는 이제 볼일이 없다는 거겠지.
"...사례는 훗날 협회에서 보내줄 거라 생각하니, 그럼 이만."
"어이 코즈미, 잠깐..."
그때 처음으로 몸이 움직였다. 돌아서서 코즈미의 뒤를 쫓아가, 어깨를 움켜쥔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거절이었다.
"놔요!!"
탁, 하고 오른손을 강하게 친다. 꽤 강하게 맞았다. 손등이 저리다. 아마, 이것도 처음 있는 경험이다.
어깨너머로 다시 시선이 부딪힌다. 이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것처럼 예리한 시선이었다.
나와 코즈미가 바라본 것은 몇 초 정도의 짧은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미쳐버릴 것처럼 길었다.
이윽고 코즈미는 떨리는 입술을 가까스로 움직여서, 그 말을 짜냈다.
"...바보..."
그렇게 중얼거리고, 시키가미는 떠나갔다.
◇
당분간 충격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3분? 5분? ㅏ마, 정말로 1mm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석상처럼 굳어있자, 할머니가 계단 밑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소스케. 코즈미쨩 돌아간다는데?"
"그래."
"소스케, 너 뭔가 먹고 싶은 것 없니?"
"필요 없어."
"그래. 배고프면 말하거라."
"예."
그걸 마지막으로 할머니는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고개를 돌려 코즈미가 지금까지 앉아있던 침대를 바라보자, 급격한 피로감에 휩싸였다.
"자자..."
타카츠키가 온 것은 그 후로 1시간 뒤의 일. 내용은 코즈미와 같아서 협력을 거절한다는 것. 이제 나의 정체를 숨길 필요는 없다는 내용을 전하고 곧장 돌려보냈다.
푸른 하늘은 어느 사이엔가 먹구름이 뒤덮어서,
하늘에는 검은 천장이 생겨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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