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Theater14・second half 실→계←반=Ignition! scene8
    2022년 05월 04일 04시 16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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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230fu/121/

     

     

     

     『오늘은 당 오디션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그냥 관객으로서 마지막까지 즐겨주시면ㅡㅡ』

     

     

     

     의기양양한 안내방송이 들린다. 누가 안내하는 걸까 생각했더니, 앞자리에 앉은 에마 씨가 소리 내고 있었다. 음, 뭐 그렇겠네.

     나는 대기실을 나와서 2층 부분의 무대를 건너다 볼 수 있는 방에서 관람하고 있다. 2층석이 아니라 카모하마 중앙학교에서 선생들이 지도할 때 사용하는 관람 공간인 모양이라, 좌석은 설치되지 않은 대신 여러 기계와 무대장치가 놓여있다. 연출에 관한 조작을 여기서 할 수 있다는 말은, 연출에 관한 수업도 무대를 보면서 이루어진다는 뜻일지도. 참신해.

     

     그래서 혼자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뒤에서 누군가의 기척을 느꼈다.

     

     "Hello."

     

     영어. 키리오 츠구미는 영어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혼혈이라서 그렇게 주눅들 일은 없다. 걸려온 말에 돌아보자, 금발과 녹색 눈동자의 소녀가 싱긋 미소 짓고 있었다.

     나이는 열 살 정도.

     

     "I'm Alicia, the assistant director. If you have any requests, please let me know."

     

     으음, 디렉터......가 아니라, 연출에 관여하고 있으니 희망사항이 있으면 말해라? 아리시아라고 하는구나. 어깨까지 오는 풍성한 머리칼. 앞머리는 이마 위에서 파인애플처럼 묶어놓았다. 쾌활해 보이는 여자아이네.

     

     "으음……Thank you. When I have something to ask for, I'll be counting on you."

     "You're welcome. I have high hopes for you. See you later, Tsugumi."

     

     내가 고맙다고 하자, 아리시아는 "난 네게 기대하고 있어. 나중에 봐, 츠구미." 라고 말을 남기고는 손을 흔들며 떠났다. 어라, 난 이름을 얘기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연출에 관여하고 있다면 배우의 이름은 알고 있으려나.

     다시 무대를 내려다본다. 오페라글라스가 필요 없는 것은, 하이스펙 보디 덕분이다. 분명 대디와 마미의 핏줄 덕분이겠지.

     

     "츠구미 님, 의자에 앉으세요."
     "고마워, 코하루 씨."

     너무 돋보이는 의자는 싫다고 생각했더니, 제대로 접이식 의자를 준비해줬다, 이심전심인가.

     

     『그럼 먼저 베이스가 될 연극을, 리메이크판 사야에 나오는 형사 역의 카키누마 소조 씨와, 아소우 사키 역의 요루하타 린쨩이 연기하도록 해보겠습니다!』

     

     에마 씨의 진행과 함께 막이 오른다. 무대는 간소한 것이다. 목제 벤치에 걸터앉은 카키누마 씨가 독서를 하고 있다. 아직 린의 모습은 안 보인다.

     

     『제목은 '나이 차가 많은 사랑'ㅡㅡ그럼, 공연 시작입니다!』

     

     에마 씨의 호령과 동시에, 술렁거리던 관객석이 조용해졌다. 그와 동시에 무대 가장자리에서 걸어 나온 것은, 린의 모습이다. 카키누마 씨의 모습을 발견하자,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조금 숙이고는, 심호흡. 그러고 나서 결심하고서 걸어 나오는 모습.

     기본적이면서도 이 대본이 원하고 있을 역할을 충실히 연기하고 있다고나 할까. 역시 린이다.

     

     

     "또 온 거냐."

     

     

     린이 말을 걸기 전에 카키누마 씨가 조용히 고했다.

     

     

     "응. 그럼 안 돼?"

     

     

     말을 걸기 전에 눈치 차이자 어깨를 떠는 린. 하지만 그것조차도 기쁜 듯 볼을 붉히더니, 손을 뒤로 두르며 경쾌하게 다가왔다.

     

     

     "하아...... 마음대로 해."

     "좋았어ㅡㅡ 오늘은 꽃을 갖고 왔어."
     "그랬구나. 그래서......?"
     "줄게."

     

     어쩔 수 없다면서 책을 덮는 카키누마 씨. 그런 그에게, 뒤에 숨겨놓았던 손을 내미는 린.

     이것은 관객에게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도구는 가능하지만, 없어도 된다는 뜻. 애드립은 없어서 대본에 충실할 뿐이지만, '좋았어' 라는 한 마디. 이 정도라면 허락한다는 뜻.

     제대로 연극에 전력으로 임하면서도, 다음 사람이 연기하기 쉽도록 짜 놓았다. 아마, 카키누마 씨도 린이 의논해서 만들었겠지. 이런 점은 정말 '카키누마 씨' 답다.

     

     

     "하아......그래, 받아주마. 이거면 됐어?"
     "고마워."
     "자, 이제 볼일은 없지? 나 같은 아저씨는 상관하지 말고 놀러 가는 게 어때?"

     "여기 있고 싶어. 안 돼?"

     

     

     귀엽게 고개를 기울이는 린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쓴웃음을 짓는 카키누마 씨. 소녀의 첫사랑을 이해하면서도 마주해주는 어른의 대응.

     

     

     "친구는? 모르는 아저씨하고 놀면 부모님이 걱정할 텐데."
     "당신이 좋아. 친구보다도, 아빠보다도, 엄마보다도, 당신이 좋아."

     

     

     아, 곤란해한다. 카키누마 씨는 린의 기세에 약간 몸을 젖혔다.

     관객석에서 흘러나오는 "쿡쿡." 하며 애써 참는 웃음소리. 이건 혹시, 이 연기자가 '사야'에 출연한다고 하는 선전도 겸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 하면, 에마 씨는 좀 대단해. 어디까지 내다보고 이렇게 짠 걸까. 우르우 씨의 교육의 산물.....인 걸까?

     가슴 깊숙한 곳에서 키리오 츠구미를 떠올리니, 그녀는 겸연쩍은 듯 눈을 돌렸다. 우르우 씨와의 기억을 발굴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지만, 일단 뒤로 미뤄야겠네.

     

     

     "그런 짓, 네 부모님은 허락하지 않을 거다."
     "허락 안 해도 좋아! 당신이 허락만 해준다면...... 그거면, 됐어."
     "난 따분한 어른이란다. 너 같은 어린애는, 어린애답게 노는 게 제일이다."

     "어린애답다는 게 뭐야? 나답다는 게 뭐야?"

     

     부드럽게 타이르는 카키누마 씨한테 고집부리는 린.

     삐져버린 린을 보고 난처한 한숨을 짓는 카키누마 씨.

     

     

     "자자 생떼 부리지 말고."
     "그런 어려운 것보다, 난 당신이 좋아."
     "이해가 안 되는데."

     "알아줘. ......나는, 당신이 좋아! 부모님이나 친구 하고는 다른걸."
     "불행해질지도ㅡㅡ"

     "ㅡㅡ행복해."

     "...... 하아."

     

     어떻게든 타일러 보려는 카키누마 씨한테 달려들듯이 말을 이어나가는 린.

     

     

     "언젠가, 그게 꿈이라는 걸 알게다. 하지만, 눈을 뜰 때까지라면...... 여기 있어도 괜찮다."

     "앗싸! 말했겠다? 이제 눈 안 떠. 왜냐면, 꿈은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언젠가는 뜨이겠지. 음, 그래도 꿈꾸는 건 자유니까. 마음대로 하도록 해."
     "응!"

     

     마지막 한 마디까지 부드러운 성인 남자라는 인상을 무너뜨리지 않고 이야기를 끝냈다. 철두철미하게, 컨셉을 허물지 않았다. 이걸 기조로 여러 어레인지를 가한다고 한다면 관객들도 기대감을 갖지 않을까. 나도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

     분명 카키누마 씨 나름의, 마지막 순서가 되어버린 나까지 흥미가 이어지도록 하려는 배려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이 기뻐서, 가슴이 따스해진다.

     

      『그럼 두 배우에게 박수를!』

     

     연극의 끝을 알리는 에마 씨의 말에 큰 박수가 일어난다. 평범한 아이가 이다음에 연기하려면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럼 이어서, 오디션으로 이행하겠습니다』

     

     왔다.

     

     『오늘은 상대 역으로 그 명배우, 시죠 레키 씨를 모였습니다!』

     

     크나큰 박수. 카키누마 씨와 교대하는 것처럼 무대에 올라선 1명의 남성. 훤칠한 키, 칙칙한 금발. 벽안. 무대 중앙으로 걸어가서는, 관객을 바라보는 미남. 전보다도 침착한 몸짓과 미소. 완벽한 가면 안쪽에 숨겨진ㅡㅡ광기. 그 질척거리는 의지의 색은, 아는 사람만 알 수 있으리라.

     카키누마 씨가 앉아있던 벤치에 앉아서는 다리를 꼬고, 채을 손에 드는 모습은ㅡㅡ카키누마 씨와는 180도 다르다. 더욱 근엄한 어른의 태도다.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엔트리 넘버 1번, 요튜버에서 TV업계로 뛰어든 이단아! 츠나기!!』

     

     프로레슬링 같은 선전문구와 동시에 무대로 등장하는 츠나기. 흑갈색 원피스를 입고 손에는 붉은 꽃을 들었다. 검은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표정 없이 걷는다.

     츠나기...... 츠나기, 너는 그 가면 안에서,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슬퍼? 쓸쓸해? 괴로워?

     

     '츠나기ㅡㅡ부디, 네 목소리를 들려줘.'

     

     이 장소라면.

     연기하는 이곳이라면, 분명.

     

     그렇게 빌 수밖에 없었다.

     

     『자아, 개막이다!』

     

     에마 씨의 목소리.

     동시에 걸어가는 츠나기의 모습. 만일 키리오 츠구미였다면 어떤 연기를 할까. 직전에 했던 것은 상냥하고 기운찬 소녀의 무대였다.

     

     그럼, 아마도.

     

     

     

     "또 온 거냐."

     "그래. 그럼 안 돼?"

     

     

     낮게 고하는 대사.

     감정 없는 레키의 말에, 츠나기는 짧게 대답한다.

     

     

     "마음대로 해."
     "그럴게. 오늘은 꽃을 들고 왔어."
     "그래. 그래서?"
     "줄게."

     

     츠나기는 부드럽게 꽃을 어루만지더니, 그것을 레키에게 내밀었다. 그 꽃을, 레키는 한 번은 무시한다. 하지만 츠나기는 움직이지 않았다. 꽃을 내민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장면을 하나 추가한 듯한 구성이다. 여기까지는 분명 그들의 일상인 거겠지.

     항상 그런 대화를 하며, 마음이 꺾일 때까지 밀어붙인다. 가슴속에 솟아나는 '그리움'의 감정. 분명 키리오 츠구미와 시죠 레키도 이런 대화를 했겠지.

     

     

     "하아...... 알았다. 받아두마. 이제 됐지?"

     

     

     이윽고 뜻을 굽히고 받아 든 다음, 왠지 언짢게 꽃을 바라보다가 그걸 옆에 놓아두는 레키. 그자를 보는 츠나기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깃든다. 결코 츠나기를 보지 않는 레키니까, 그 표정을 눈치챌 일은 없다. 엇나간 표현......?

     조금, 위화감. 만일 키리오 츠구미였다면 어이없다며 어깨를 들썩였을 것이다. 아무리 나이 차가 있다는 설정이라 해도, 그녀로서 연기한다면 오히려 분발하는 어린이를 연기할 거라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수줍어할 거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했을 테니까.

     

     '지나친 생각이려나.'

     

     내심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후후, 고마워."
     "그럼, 이제 볼일은 없겠지? 나 같은 중년한테 신경 쓰지 말고, 친구랑 노는 게 어때."

     

     

     웃는 츠나기를 냉담하게 내치는 레키. 귀찮아하는 걸로만 보인다. 카키누마 씨와 정반대의 태도.

     

     

     "여기 있고 싶은걸. 상관없지?"

     "친구도 없는 거냐? 지인도 아닌 어른 남자하고 있으면, 부모가 걱정한다고."
     "당신 쪽이 더 나아."

     

     단언하는 말투.

     호흡을 끊는 것으로, 보다 강조되는 말.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틀림없다. 전환했다. 지금 츠나기는 의식의 기어를 하나 바꿨다. 연기 도중에 점점 기어를 올려가는, 키리오 츠구미의 특기 중 하나.

     

     

     "친구보다."

     

     

     츠나기가 한걸음 다가간다.

     

     

     "아버지보다."

     

     

     고개를 숙이며.

     

     

     "어머니보다도."

     

     레키의 손목을 움켜쥔다.

     

     

     "당신이 좋아."

     

     

     고개를, 들었다.

     애정을 갈구하는 눈. 무심코 숨이 멎을 정도의 격정. 애드립이 아닌, 대본에 충실한 그대로. 다만, 대사를 끊는 것으로 감정의 변동을 드러낸 연기. 그 대사에, 레키는 약간 몸을 움직인다.

     

     

     "그런 일, 네 부모가 허락하지 않을 거다."
     "허락하지 않아도 돼. 당신이 허락해준다면 그걸로 됐어."

     

     

     동요로 떨리는 목소리를 츠나기가 일축시켰다. 방금 전과는 입장이 역전되어 있다. 자신의 감정에 삼켜지는 연기. 키리오 츠구미가, 가장 장기로 하는 연기.

     

     

     "난 재미없는 남자다. 어린애답고 놀면 돼. 너 같은 아이는ㅡㅡ"

     "아이답다는 게 뭔데? 나답다는 게 뭔데?"

     

     

     답다, 라는 단어를 특별히 강조한다. 다짜고짜로 휘말린다. 관객들도 이제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가 비애라는 것을. 왜냐면, 이렇게나 감정을 이끌어내는 무언가가, 분명 츠나기의 내부에 있으니까.

     

     

     "생떼 부리나?"

     "그런 잘 모르는 것 보다도, 나는..... 나는, 당신이 좋아."
     "이해가 안 되는데."

     

     

     레키는 정말로 이해가 안 간다는 식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약간 내리깐 눈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 '눈속임'이다. 레키 안에서는 짐작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말해서는 안될 일이다.

     어린이를 상대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이로 다뤄야만 한다. 레키의 갈등이 배어 나오는 듯한 표정.

     

     '잘하네.'

     

     분하지만, 레키 또한 명배우로 거론되는 사람이다. 그렇게 깨닫고 말았다.

     무릎 위에 둔 손을 움켜쥔다. 땀에 젖은 손. 몰입된다.

     

     

     "알아줘."

     

     츠나기의 대사는 강하다.

     

     

     "나는, 당신을 좋아해. 아버지와 어머니, 친구와도 달라."
     "불행해질 텐데."
     "행복해질 거야."

     

     

     단언하는 대사.

     교차하는 시선.

     

     

     "...... 하아. 언젠가, 그게 꿈이라는 걸 알겠지. 눈을 뜰 때까지라면ㅡㅡ좋다."

     

     

     이윽고 뜻을 굽히는 레키였다.

     ㅡㅡ그것은 분명, 평소와 다름없는.

     

     

     "말했겠다. 결코 눈뜨지 않아. 꿈은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뜰 거다. 아아, 하지만, 꿈꾸는 것은 자유지. 하아..... 마음대로 해."

     

     레키의 대사.

     츠나기는 뭐라고 대답할까?

     만일, 키리오 츠구미라면, 분명ㅡㅡ

     

     

     "ㅡㅡ응."

     

     

     ㅡㅡ어, 라?

     가느다랗게 수긍하는 목소리. 아주 약간 부끄러워하는 표정. 역시, 역시 그래. 키리오 츠구미와 달라. 왜냐면 만일 츠구미였다면, 마지막 장면에서는 비틀린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실에 걸린 사냥감을 옭아매는 무당거미처럼.

     

     '저기, 츠구미.'

     

     분명.

     아니, 희망에 불과해.

     그래도, 생각한다.

     츠나기도ㅡㅡ저항하고 있다고.

     

     '용서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츠나기를 도와주고 싶어.

     

     "츠구미 님, 준비를."

     "네."

     

     코하루 씨와 함께 무대 뒤편까지 걷는다. 귀에 들리는 것은, 흥분이 덜 가신 환호성이다. 아니 조금 다르지만, 휘말릴 듯한 '감정의 연기'를 끝내자 관객들도 그에 따라 빠져나가고 있다. 음, 하지만 저 정도는 해야지.

     내 모습은 하얀 원피스. 소도구로는 붉은 꽃을 준비했다. 츠나기와 마찬가지이니 빌려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츠구미.'

     

     가슴 안으로 말을 걸면서, 무대 가장자리까지 걷는다. 레키는 계속해서 연기를 하게 되지만, 일단은 무대 가장자리까지 돌아와 있었다. 그 옆에 선 츠나기의 모습.

     

     "츠나기."
     "츠구미, 맞지? 힘내."

     "응. 그러니까, 보고 있어."

     "그, 그래. 물론이야."

     

     코하루 씨한테 눈짓을 하자, 코하루 씨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엥, 사, 사라졌다?"

     

     동요하는 츠나기의 옆에, 다시 나타난 코하루 씨. 모처럼이니 츠나기도 앞 좌석에서 봤으면 한다. 그런 희망을 에마 씨한테 전달했었지만..... 이렇게나 빨리 대답이 돌아왔다는 것은, 바로 대답했던 거겠지.

     

     "자, 츠나기 님. 이쪽에 자리가 있습니다."

     "에, 에엥, 고맙습니다???"

     연행되는 츠나기의 뒷모습. 코하루 씨가 사라진 동요도 섞여있었지만, 츠나기의 눈동자에는 그 외에도 망설임이 있었다. 그때 지하주차장에서 만났을 때와는 다르다.

     그럼, 분명 조금만 더 한다면.

     

     '츠구미, 나는.'

     

     한걸음 내딛는다.

     이렇게 내가 직접 대치하는 것은, 처음이다.

     

     "여어, 네가 츠구미쨩이구나. 오늘은 잘 부탁한다."
     "네. 잘 부탁드려요, 시죠 씨."

     

     시죠 레키.

     어린이에게 부드러운 행동거지를 하고 있지만, 난 안다.

     

     "자, 어떤 연기를 할래?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말해보거라."
     "그럼, 하나만."
     "하나?"

     

     레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다.

     

     

     

     "제게 맞춰주세요."

     

     

     

     레키는 한방 먹었는지 약간 뜸을 들이고는, 제정신을 되찾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이 높은 그다. 분명, 이렇게 말한다면 완벽하게 맞춰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날 잡아먹으려는 듯한 어른스럽지 않은 마음,

     

     

     '키리오 츠구미.'

     

     

     눈을 감는다.

     몸 안. 흑과 백으로 구분되는 공간.

     

     

     

     '나는, 츠나기를 돕고 싶어.'

     『나도, 츠나기를 돕고 싶어』

     '하지만, 할 말이 있지 않아?'

     『후후, 그래. 망설임이 없다고 한다면 분명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고개를 숙여서 눈가가 보이지 않았던 키리오 츠구미.

     그녀가 고개를 들어서, 나를 바라본다.

     

     

     

     『그것이, 연기를 흉기로 써서 누군가를 다치게 해도 되는 이유는 안 돼』

     

     

     

     내가 정말 좋아하는.

     키리오 츠구미의 올곧고 굳세고 따스한 눈.

     

     

     

     『자, 자신의 죄를 일깨워주는 거야, 츠구미』

     '응! 나와 츠구미라면, 분명 불가능한 일은 없어, 츠구미!'

     

     

     나란히 선다.

     눈을 뜨자, 레키는 이미 벤치에 걸터앉아 있다.

     관객은 이미 김 빠진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보거나 대화하고 있다.

     

     

     

     "후후ㅡㅡ좋아."

     

     

     시죠 레키.

     당신은, 누군가를 왜곡시킬 수 있는 신이 아냐.

     

     

     

     

     

     그 사실을ㅡㅡ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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