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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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31일 23시 39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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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가의 장남인 나에게, 지방 남작가 영애와의 맞선이 들어왔다.

     오늘이 약속한 날이라 왕도 정문까지 마중을 나갔는데, 후드를 벗은 눈앞의 단아한 초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일이야?

     초미소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혼자라서 미안하다. 아버지는 영지를 떠나지 못하셔서."

    "아니, 그건 미리 연락을 받았으니까요."



     혼자서 열흘이나 여행한다는 말을 들으면, 파워풀한 근육질의 여자를 상상하는 법이잖아?

     그런데 나타난 것은 지적인 시원한 눈매와, 의지가 느껴지는 굳은 입, 그리고 백금빛 금발 머리의 소유자였다.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미모지만, 수줍어하는 듯한 표정이 이를 완화시켜 준다.



     뭐야, 레오나 마르간 남작영애는 이렇게 미인이었어?

     여신 같은 아가씨가 올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다고. 

     평민인 나한테 시집올 사람이 아니지 않나.



    "너무 아름다우셔서 놀랐을 뿐입니다."

    "하하, 엘튼 공은 말솜씨도 잘하는군."

    "사전에 받았던 초상화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라서 당황스러웠거든요"

    "음, 그래? 비슷한 것 같았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는 레오나 양.

     전혀 달라!

     보통 맞선 때의 초상화는 실물보다 더 예쁘게 그리는 게 보통이라고!

     그런데 그 그림으로는 레오나 양의 아름다움을 조금도 표현하지 못했잖아.

     눈과 코와 입의 개수가 같을 뿐이야.

     어떻게 된 일이지?



    "시골에는 실력 있는 화가가 없으니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뭐, 초상화에 대해서는 괜찮겠지. 엘튼 공, 어떻게 생각하나?"

    "어떻냐고 물어보셔도..."



     말투도 그렇고, 이야기하는 방식이 성급하다고나 할까, 남자 같다고나 할까.

     레오나 양과 나의 맞선이 시작된 것은 흔히 있는 사정 때문이다.

     경영이 어려운 지방 남작가의 자금 조달과, 신흥 상가의 세력 확장 의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완벽한 정략결혼이다.

     하지만 애초에 이 정도 미모의 소유자라면 얼마든지 부유한 귀족들의 청혼이 있었을 텐데?



    "레오나 양이야말로 저로 괜찮으시겠어요? 아니, 그보다 왜 저희 같은 상가에 마르간 남작가가 맞선 이야기를 가져온 걸까요?"

    "그게, 엘튼 공께는 미안하게 되었다. 영지 운영 문제가 있어서. 활성화할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금이 필요해."

    "거기까지는 알고 있습니다만......."

    "재산이 있을 것 같은 영주 귀족들에게도 이야기를 해봤지만 모두 문전박대라고 해서."



     꽤나 솔직한 말투다.

     그런데 왜 맞선이 문전박대를 당하는 걸까?

     우리 상회의 조사로는, 마르간 남작가에 그렇게까지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아, 혹시.......



    "...... 레오나 양은 왕도의 왕립학교에 다니지 않으셨던 거죠?"

    "그래. 지방의 학교에서 공부했다."



     어쩐지.

     왕립학교도 다니지 않은 촌놈&지뢰 취급을 받았겠지.

     그리고 왕도에는 레오나 아가씨의 이 빛나는 미모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 초상화로는 만날 엄두도 나지 않을 것이다.

     우와, 정말 우연이 겹쳐서 엄청난 미녀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니.



    "그래서, 엘튼 공, 어떤가? 열일곱 살은 노처녀라는 나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물론 저는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아아, 다행이다!"



     크게 피어나는 미소.

     정말 예쁘다.

     어찌 된 일인지, 레오나 양은 나로 괜찮은 모양이다.

     아니, 그건 너무 자만인가.

     우리 노크스 상회와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겠지.



    "하지만 정식 약혼은 좀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

    "음? 내가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그 반대예요. 레오나 양 같은 미인은, 분명 저 같은 사람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보다 레오나 양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약혼이 성사되면 그대로 귀가의 신세를 질 생각이었다. 안 된다면 왕도 구경이나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고."

    "오우."



     대담하다고 할까, 사나이답다고나 할까.

     갑자기 우리 집에 쳐들어올 셈이었니.

     하지만 좋은 기회다.



    "그럼, 그림을 그려도 될까요?"

    "뭐?"

    "아까부터 아이디어가 샘솟아서 멈추지 않거든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미래의 남편이 하는 말이니. 들어보지."



              ◇



    "그림이란 이런 거였군."

    "지금 제가 맡고 있는 것이 의류 부문이라서요."



     노크스 상회 회장인 아버지에게는 세 아들이 있다.

     성인은 장남인 나뿐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나를 후계자로 결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력을 보여줘야만 한다.

     

     레오나 양을 가게에 데리고 와서, 패션 디자인 스케치를 그려나갔다.



    "집중력이 대단해."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레오나 양의 화사함에 펜이 멈출 줄 몰라요."

    "하하, 엘튼 공은 정말 칭찬을 잘해. 나 같은 시골 처녀를 칭찬해도 나오는 게 없을 텐데."



     그거다.

     확실히 레오나 양은 촌스러운 면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 세련되면 얼마나 더 예뻐질까?



    "레오나 양은 마르간 남작령의 번영을 기원하고 있죠?"

    "그래, 한가롭고 좋은 곳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곳 왕도에서는 마르간 남작령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어요."

    "역시 그런가......"

    "남작령을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하려면 생산물을 팔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관심도 없는 땅의 생산물에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상당한 특산품이 있어야만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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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0)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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