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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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31일 15시 48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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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이니 헤본 백작영애는 '맑고 바르고 아름답게'를 구현한 듯한 소녀다.

     내가 사랑하고, 또 나를 사랑하는 한 살 연하의 약혼녀다.

     내년 봄 그녀의 왕립학원 졸업을 기다렸다가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남들의 간섭이 심하다.

     왜냐고? 샤이니가 너무 우수하니까.



     샤이니의 왕립학원 성적은 살아있는 전설 수준이다.

     앉아서 보는 정기고사나 실기까지 포함한 종합 성적에서도, 입학부터 졸업까지 단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샤이니는 검술 실기에서도 남학생들을 제치고 최고를 자랑한다.

     아무리 헤본 백작이 무문의 가문이라 해도 그게 말이 돼?

     샤이니가 '정의 초인' 혹은 '완벽 초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샤이니가 뛰어난 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예술 쪽이 치명적이기 때문에.



     뭐, 손재주가 좋아서 정해진 그림을 자수하는 건 잘하는데, 예술적 감각이 없다고나 할까.

     특히 노래와 그림은 형편없다.

     헤본 백작가에서는 은근히 '우는 아이도 더 울게 만든다', '악마도 맨발로 도망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샤이니의 남동생인 히트도 "누님의 자장가는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라고 고백했다.

     샤이니의 '악마 초인', '잔혹 초인'의 일면이다.



     뭐 샤이니가 학원에서 검술을 선택한 이유는, 예술 과목을 택하면 샤이니 전설이 나쁜 의미로 퍼질까 봐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인은 그런 걸 모르는 것이다.



     검술을 선택한 여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예외 없이 여기사를 꿈꾸는 자들이다.

     신분으로 따지자면 기사의 딸이거나, 기껏해야 하급 귀족의 영애 정도다.

     백작부인 같은 고위 귀족이 나란히 있는 남자들을 압도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면 주변이 과열되는 것이다.



    "최초의 여성 기사단장도 가능하겠군요."

    "아니, 차라리 여성만 구성된 기사단을 신설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여성 호위 기사가 부족하니까요."



     그 샤이니가 태양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졸업 후 내 아내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니, 나에 대한 질투가 강렬하다.

     그 밖에도 약혼만 안 했다면 제1왕자의 약혼녀라든가, 마도 연구소에 방문만이라도 해달라고 한다든가, 모험가 길드의 캠페인 걸이라든가, 어쨌든 말도 안 되는 요구가 많았다.

     이해하지만, 나한테 원망 섞인 눈빛을 보내지 마!



     정말 나는 후작가의 자식이라서 다행이다.

     만약 이래 놓고서 백작가 이하의 가문이었다면 무슨 말을 들었을지 모른다.

     아마 집중포화였을 것 같다.



     응? 내가 누군데?

     뭘 지금 와서.

     난 알프레드 케임브리지라는 사람이야.

     일단은 명문 후작가의 적자이지만.



     헤본 백작가와 우리 케임브리지 후작가는 왕도의 타운하우스의 위치가 가깝다는 관계 때문인지, 오래전부터 사이가 좋았어.

     나도 명승지로 유명한 헤본 백작가의 영토에 몇 번 초대받은 적이 있어.



     샤이니의 운동 능력?

     어렸을 때부터 대단했지.

     한 살 아래 여자애가 쉽게 뛰어 넘을 수 있는 개울을, 나는 넘지 못해 흠뻑 젖었던 기억이 나.

     샤이니는 미안했는지 높은 나무에 쏜살같이 올라가서 위쪽에 있던 맛있는 열매를 주었어.

     그건 달콤쌉싸름한 추억이었지.



     ...... 어라?

     생각해보니, 샤이니는 왜 나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 자신을 비하하는 건 아니야.

     나름대로 우수한 귀공자라고 자부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샤이니와 비교해 버리면 조금.

     요컨대 샤이니는 너무 빛나는 개성이라고나 할까.

     설령 제1왕자의 약혼자라 해도, 샤이니한테는 아직 부족하다고나 할까.



     수수한 나한테 샤이니는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나와 함께 있을 때의 그녀는 정말 행복해 보인단 말이지.

     자랑이 아니라고?

     약혼한 뒤로 10년 동안, 샤이니의 미소를 지켜주는 게 내 역할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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