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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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18일 13시 18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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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가문을 거스르지 못했을 뿐이겠지. 더구나 아까 그와 또 싸워서 내가 뛰쳐나왔을 때, 그는 나를 쫓아오지도 않았어. 이젠 나, 이대로 도망치고 싶어 ......"

    "그럼 나랑 같이 도망가자."

    "뭐?"



    갑작스러운 남자의 말에, 여자는 눈을 살짝 치켜떴다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네가 내일 결혼식에서 무사히 도망친다면 나와 결혼해 줄래?...... 너는 누구와도 결혼해도 좋다고 했었잖아?"

    "어머, 참 재밌는 말이네? 후후....... 그래, 좋아. 그렇게 하자. 그럼 이대로 나를 데려가 줄래?"

    "좋아. 나는 이 술집 밖에 말을 묶어 놓았으니, 함께 가도록 하자."

    "아주 즉흥적이고 엉성한 계획이지만, 정말 그렇게 해서 도망칠 수 있을까?"

    "그건 괜찮아, 내가 장담하지....... 하지만, 너는 후회 안 해?"

    "그래, 괜찮아."



    고개를 끄덕이는 여성에게, 남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얘기는 빠르지. 그럼 가볼까....... 마스터, 계산. 그녀 몫도 함께."

    "알겠수다."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 다리가 휘청거리는 여자의 허리에 손을 둘러 지탱해 주면서 술집을 나왔다.



    여성은 말이 많았지만, 역시 상당히 취한 것 같아서 주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남성과 함께 가게를 나가는 젊은 여성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망토를 두른 남자와 함께 말을 탄 여성은, 차가운 밤바람이 뺨을 쓰다듬는 가운데 뒤를 돌아보았다.

    이대로 남자는 말을 타고 이웃 나라로 향할 것이라고 했다. 여자는 멀어져 가는 도시의 불빛을 쓸쓸히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그는 쫓아오지 않는구나).



    바로 옆에서 말을 모는 남성의 낮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술이 깨기 시작하니 후회 돼? 술에 취해 앞뒤를 분간 않고, 얼굴도 제대로 모르고, 신분도 모르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나 같은 자를 따라온 것을."

    "아니요, 그런 건 아니야."

    "하지만 ...... 너, 울고 있잖아."



    여자는 당황하여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후회하지 않아....... 내일 만약 내가 그 사람과 결혼을 했다면,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인연을 맺지 못했을 테니까."

    "...... 그를 위해 결혼식에서 도망치다니. 너는 사실 그를 사랑했던 거 아냐?"



    여자는 잠시 입을 꾹 다물다가, 피식 웃었다.



    "...... 그래, 맞아. 하지만 내가 지금 한 말은 이제 과거의 일로 잊어줘. 당신은 저를 받아주실 거지?"

    "아니, 잊을 리가 없잖아."

    "......뭐?"



    당황한 표정을 짓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어조가 확 바뀌었다.



    "......모처럼 네 진심을 들을 수 있었어, 그러니 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스텔라."

    "...... 세상에, 당신, 설마 ......"

    "그래, 맞아."



    남자가 모자를 살짝 벗자, 그 아래에서 스텔라의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앨런! 어째서 ......?"

    "너를 붙잡으러 온 거지, 당연하잖아. 나는 너를 놓치지 않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 역시 너는 그냥 놔둘 수 없겠어. 저렇게 남자들만 가득한 위험한 곳에서 그렇게나 술에 취해서는, 내 정체도 모른 채 순순히 따라오다니. 그래도 내가 누군지는 좀 더 빨리 알아챌 줄 알았는데........"

    "누, 누구 탓인데 ......!"

    "...... 미안해. 내가, 나빴어."



    처음으로 스텔라에게 고개를 숙인 앨런을, 스텔라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네 앞에선 나도 모르게 고집을 부려서, 솔직하게 못했어."

    "하지만 당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그건 너야, 스텔라. 네 앞에서 너를 좋아한다고 얼굴을 마주 보고 말하지 못했을 뿐이지, 예전부터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오직 스텔라뿐이었어."



    앨런은 스텔라를 말에 태운 채, 고삐를 잡은 팔을 끌어당겨 안아주었다.

    스텔라가 올려다본 앨런의 얼굴은 달빛 속에서도 붉게 달아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텔라는 깜짝 놀랐다는 듯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크, 큰일이야......! 내일 결혼식, 지금 돌아가도 늦을 것 같아. 어떻게 해야......?"

    "내가 너를 찾으러 갈 때 이미 식의 연기를 요청했어. 어차피 그렇게 많이 마셨으니 내일 웃으며 결혼식을 맞이할 수 없지 않겠어? 친척들끼리만 하는 식이니까 뭐 문제없겠지. 아빠도 엄마도 스텔라의 노력을 알고 있고, 너를 정말 마음에 들어 하고 있어....... 내 태도가 나빴으니, 네게 기분 전환을 시켜주고 나서 데리고 돌아오라고 했지 뭐야. 자, 순서는 다르지만 이대로 먼저 신혼여행을 가볼까? 예전의 넌 언젠가 이웃나라를 여행하고 싶다고 했었잖아. 그리고, 드디어 날 좋아한다고 인정해 준 너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으니까."



    볼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이는 스텔라에게, 앨런은 장난스러운 얼굴로 빙긋이 웃었다.



    "내일의 결혼식에서 도망친다면 나랑 결혼하겠다는 약속은 꼭 지켜줄 거지?"

    "그래, 알고 있어."



    웃는 두 사람을 태운 말은, 달빛이 비치는 이웃나라로 가는 길을 경쾌한 발걸음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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