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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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18일 13시 17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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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터, 한 잔 더 줄래......?"



    번화가 외곽에 있는 술집 카운터에 홀로 앉아 있는 젊은 여성은, 가게에 들어선 후 꽤나 빠른 속도로 술을 마셨다. 그 모습을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눈앞에서 지켜보던 점주도, 술에 취해 쓰러질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 이봐, 아가씨. 그렇게 많이 마셔서 괜찮겠어? 역시나, 이제 술은 그만 마시는 게 어때. 얼굴이 너무 빨갛다고."

    "아니, 괜찮아. ...... 후후, 나는 전혀 취하지 않았는걸."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있지만 눈빛은 이미 흐리멍덩한 여성을 보고, 가게 주인은 눈썹을 늘어뜨렸다.



    점주가 이 여성에게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그녀는 평소 이런 곳에 올 것 같지 않은 고급스러운 차림새를 하고 있었고, 그 분위기에는 품격이 있었다. 늘씬하고 가녀린 몸매, 새하얀 피부, 단정한 얼굴은 상당한 미인 부류에 속했다. 아마도 귀족의 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셔도 비교적 정중한 말투를 유지하고 말끝이 거의 흐트러지지 않는 것에서도 여자의 교양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평민들의 거친 남자들로 북적이는 이런 술집에 젊고 예쁜 아가씨가 혼자서 술을 마시러 온다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을 것이다. 실제로 여기저기서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시선이 그녀에게 날아들었다. 술에 취해서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떨어진 떡을 누가 먼저 손을 뻗을까 말없이 서로 견제하는 모습이 그녀의 뒤로 보인다.



    그때 한 남자가 여자의 옆의 앉았다. 키가 크고 날씬한 체격이었지만, 몸놀림에서는 칼을 다루는 듯한 날카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눈 깊숙이 모자를 쓰고, 온몸을 감싸는 듯한 망토를 두르고 있다.

    그가 위협적인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여자를 훔쳐보던 남자들이 아쉽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마스터, 나한테도 그녀와 같은 것을."

    "옛수다."



    가게 주인은 결국 여성과 그 옆에 방금 온 남성에게 차가운 칵테일 두 잔을 나란히 내밀었다.



    남자가 여자를 향해 잔을 들어 올린다.



    "건배할까?"



    여성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성을 바라보았다.



    "당신, 누구 ......? 목소리가 낮고 가라앉아서 잘 들리지 않아. 근데, 당신의 옷은 마치 마법사처럼 특이한 옷이네?"



    여자는 남자의 망토 끝부분을 손가락으로 장난스럽게 만지작거리며, 얼굴이 흐느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만약 당신이 마법을 쓸 수 있다면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호오?"

    "...... 나, 내일 결혼을 하기로 했어.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주변 사람들의 축복을 받고 싶으면서."

    "...... 그 전날 밤에 이렇게 술에 취해 있어도 괜찮을까?"



    눈살을 찌푸리는 남자에게, 여자는 카운터 위에 양 팔꿈치를 대면서 손깍지를 낀 다음 거기에 머리를 옆으로 얹으며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모자 안이 어두워서 여자는 남자의 얼굴을 잘 볼 수 없었다.



    "괜찮아, 후후, 나 아직 취하지 않았는걸. 뭐 괜찮잖아, 내가 이러는 거 내 인생에서 처음이야...... 나, 도망치고 싶어. 내일 결혼식에서."

    "그건 어째서지?"

    "원하지 않는 결혼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니, 대체 누가 결정한 거람. 내일 내 옆에 서게 될 신랑이 아니라면, 누구와 결혼해도 상관없어."



    남자는 여자의 말에 가볍게 웃었다.



    "네 신랑은 너한테 많이 미움을 받고 있구나."

    "아니, 그가 나를 싫어하는 거야....... 그 사람, 내 소꿉친구인데 만나기만 하면 미운 소리만 하고, 나를 놀리기 바빠. 그런 나날이 몇 년 동안 계속됐는데, 서로의 집안 사정으로 어린 나이에 약혼한 채로 결혼까지 이르게 되다니. 그 사람, 나랑 결혼하고 싶지 않은 게 분명해 ......"



    한숨을 내쉬며, 여자는 카운터에 엎드렸다.



    "정말 그는 너와 결혼하고 싶지 않을까?"

    "왜냐면, 그가 나를 칭찬하거나 인정해 준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 그래도 나, 노력해 왔다구? 서로가 아직 어렸을 때, 그와 약혼을 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그의 집이 명문가라서 그에 걸맞게 공부도 많이 했고, 그의 취향에 맞게 화장도 하고 옷도 바꿔 입었어. 하지만 그는 나보다 머리 회전이 빨랐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나로선 못 당할 거라며 무시했고, 예쁜 옷을 입으면 옷이 날개라며 비웃기만 했어....... 너무 심하지 않아?"

    "그렇군 ......"

    "그리고 그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있대. 전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었는데, 나라는 약혼녀가 있는데도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어. 나한테는 시비 거는 말만 했으면서 ...... 그 좋아하는 사람을 얘기할 때는 기쁜 표정을 짓는 거 있지. 그 말을 듣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나 봐."

    "...... 그래도 그는 너와의 약혼을 파기하려고 하지는 않았잖아?"



    여자는 슬프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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