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23년 12월 22일 18시 29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태어나기 전부터 여신의 계시로 왕비가 되는 것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왕세자 전하의 약혼녀로서 노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없었지만, 나라의 안정과 백성의 안녕을 위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달랐던 모양이네요.
왕립학교의 졸업 파티에서 당신은 저를 단죄했지요. 전혀 기억나지 않는 죄목으로 약혼 파기를 선언하셨어요.
당신이 에스코트하고 있는 저 남작영애의 존재는 물론 알고 있었습니다. 애인을 가진 것도, 측비를 두는 것도 저는 단 한 번도 반대하지 않았잖아요?
저는 당신과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래요, 저는 국가와 결혼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달랐던 모양이네요.
기억도 나지 않는 질투와 어린애 같은 괴롭힘.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증거라는 것까지는 웃으며 넘길 수 있었지만. 암살 미수라는 억울한 죄목까지 준비되어 있었다니 놀랐습니다. 조금은 남작영애를 얕잡아 본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했습니다. 독약은 제 방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정말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했지만, 음모로 인해 타락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다. 저의 패배입니다. 내 실수, 내 어리석음, 내 안이함.
마녀, 악녀라고 욕을 먹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설마 그 자리에서 목이 잘릴 줄은 몰랐지만요.
저는 죽고 나서 여신을 만났어요.
"아~ 미안해, 내가 잘못해서 죽을 예정이 없었던 당신을 죽게 해 버렸어. 데헷. 사과의 뜻으로 다시 살려줄게! 부담 갖지 마! 여신의 가호를 듬뿍 얹어줄 테니까! 그럼 또 만나자!"
너무 가벼운 말투라서 불경스럽게도 여신이 맞나 의심이 들었지만, 역시 그 힘은 진짜였던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금 막 참수당하기 직전의 장면으로 되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때와 장소를 생각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의 목을 베기 위해 휘두른 검이 왠지 모를 힘으로 튕겨져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남작영애의 가슴에 단단히 박혀버렸습니다.
어머나, 아무래도 심장이 관통당한 것 같네요.
마녀다, 죽이라면서 주변이 시끄러워집니다.
수많은 검과 창, 마법이 내게 쏟아졌지만, 여신의 가호로 모두 튕겨져 나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간신히 살아남은 자는 도망쳤다.
그렇게 졸업 파티에 남은 건 나와 당신뿐이 되었네요.
"전하. 저, 여신의 가호를 받은 것 같아요."
용서해 달라고, 내가 잘못했다고 말씀하셔도 곤란합니다. 당신의 첫 부탁에 가슴이 뛰었으니, 저도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드리고 싶었지만요.
"여신은 이제 이 세상의 궤도 수정을 포기한다고 하네요. 세상과 함께 잠들어요. 전하."
아아, 세상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별이 떨어지고, 하늘이 어둠에 닫혀 갑니다.
멸망. 이것도 또 하나의 안정, 백성들의 평안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죠, 전하?728x90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