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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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21일 20시 44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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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스티아 헬만. 당신과의 약혼을 파기한다!"

     아리스티아는 자작영애 상해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되어 제2왕자와의 약혼을 파기당했다.

     변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누명이에요."

     아버지인 백작으로부터 영지에서의 근신을 명령받았다. 다시는 왕도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영지의 저택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갈지도 모른다.



     ㅡㅡ그건 괜찮다.

     아리스티아에게 중요한 것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죄로 단죄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뿐이다.

    "어떻게든 해야겠어."

     영지로 향하는 어두운 마차 안에서 결심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누명을 벗고야 말겠다고.





    ◆◇◆◇◆◇◆◇◆◇.





     영지에 도착해 짐을 정리하자마자, 아리스티아는 자신의 방에 소환 마법진을 그렸다.

    "나의 누명을 벗겨줄 정의의 천사여!"

     마법진이 신성하게 빛났다. 소환 의식은 성공적이었다.

     이세계에서 힘이 있는 존재를 이세계로 불러들였다.



     하얀 빛이 사라졌을 때, 마법진 중앙에는 검은 머리와 금빛 눈동자를 가진 청년이 서 있었다. 등에는 커다란 검은 날개가 자라고 있으며, 머리에는 뿔이 있다.

     커다란 꼬리가 바닥을 살며시 두드리고 있었다.

    "나는 사룡 브래드. 소환에 응해 출두했다. 자, 소환자여.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봐라!"

    "달라."

    "............뭐?"

    "다르네요. 죄송합니다. 돌아가세요."



     마법진을 다시 열어서 밀어내려, 하지만 좀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어이어이어이! 억지로 돌려보내려 들지 마! 그만해, 아파! 끼인다고!"

    "하지만, 달라서요"

    "다르면 뭐가 어때서! 계약은 이미 완료됐다! 파기하려고 해도 그렇겐 안 돼!"

    "파기 ......! 맞아요. 계약은 파기하면 안 되죠."

     아리스티아는 크게 반성하고서, 마음을 가다듬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리스티아 헬만입니다. 제 소원은 저의 누명을 벗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루어지면 사후에 이 영혼을 바치겠습니다."

    "네 소원, 받아들였노라. 너를 욕보인 놈을 저주해서 죽여버리면 되겠지?"

    "아니요."

     전혀 다릅니다.



    "아니요. 죽이는 건 원하지 않아요."

    "그럼 그 사람의 마음을 조종해서 너에게 돌아오게 해 주자"

    "달라요. 더 이상 그런 사람에게 미련은 없답니다. 누 명 을! 풀어주세요."

    "저주로 죽이면 되잖아!"

    "그래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요!"

     머리를 부여잡고 외친다.

     그때, 아리스티아는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혹시 못하나요?"

    "무............ 무슨 소리야?"

    "못하는 거죠? 사룡 브래드!"

     다가서자, 사룡 브래드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억울한 누명을 푼다고? 그런 정의의 천사 같은 지슬 낼 수 있겠느냐!"

    "그래서 정의의 천사를 부르려고 한 건데!"

     움찔하며 외친다.



    "에잇, 성가셔! 이리 와!"

    "꺄악!"

     아리스티아를 어깨에 안고는, 창문을 열고 2층 방에서 밖으로 뛰어내린다.

     씩씩하게 땅에 내려서자, 아리스티아를 내려놓고 커다란 용의 모습이 되었다.

     누가 봐도 용이다. 검은 비늘로 뒤덮인 몸. 거대한 날개. 날카롭게 뾰족한 발톱.



    "타라."

    "무리예요. 거기까지 올라갈 수 없어요. 안장도 고삐도 없고요."

    "인간은 참 연약한 존재로군."

     다시 인간형으로 돌아와, 아리스티아를 들어 올리고 날개를 펼친다.

     하늘을 난다. 왕도까지.



     마차로는 며칠이 걸리던 길인데, 사룡의 날개로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비행 중에는 방벽이 쳐져 있어서 아리스티아는 하늘을 날면서 바람도 추위도 느끼지 못했다.

     사룡의 방벽은 시선도 차단하는 것인지, 왕성에 가까워져도 아무런 소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브래드는 그대로 둘째 왕자의 방의 발코니까지 날아갔다.

     방 안에서는, 둘째 왕자와 자작영애가 즐겁게 몸을 가까이하며 웃고 있었다.



    "보이지? 저것이 너를 속인 녀석들이군. 보여 주마. 그 속내를."



    (우후후, 드디어 그 방해꾼을 쫓아낼 수 있었어. 이제 내 일생은 평안하겠지! 하지만 이왕이면 왕비가 되어서 호화롭게 살고 싶어! 이 멍청이는 그냥 두고 왕세자님 쪽을 노려보자. 잘 안되면 죽이면 돼.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이것이 여자의 마음이다. 남자는 그, 뭐냐. 그냥 색광이야. 아, 안 되겠다, 보여줄 만한 게 아니야."



     크흠, 하고 기침을 한 번 한다.

    "큭큭큭,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지만 속은 욕심과 속임수로 새까맣다. 죽여버리고 싶지?"

    "딱하게도. 두 분 모두 자신을 속이고 있네요."

    "넌 참 이상한 사람이네."

    "브래드. 소원을 바꾸겠어요."

     사룡의 금빛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본다.



    "두 분이 다시는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않도록, 거짓말을 하지 않게 해 주세요."





    ◆◇◆◇◆◇◆◇◆◇





     7일 후.

    "아가씨, 다행이군요. 누명을 벗으시다니."

     영지의 온실에서 책을 읽고 있던 아리스티아에게, 새로운 집사가 홍차를 가져다준다.

     아리스티아의 억울한 누명은 너무나 빨리 풀렸다. 성에서 사과와 재약혼의 신청이 들어왔지만, 아리스티아는 "제게는 맞지 않으니까요"라며 거절했다.



    "둘째 왕자와 자작영애는 결국 헤어진 것 같습니다. 왕후 귀족들에게도 욕을 먹었다고 하더군요. 그런 곳에서 솔직하게 전부 말하면 그렇게 되겠지요."

    "어머머. 브래드, 날개가 나오고 있어요."

     젊은 집사의 등에는 검은 날개가 돋아나 있었다.



    "하지만 브래드는 그쪽이 더 멋지네요."

     아리스티아가 웃는다.

    "그런데 아직 제 영혼을 회수하지 않으셨는데요?"

    "아직 일러. 네 영혼 하나만 가지고는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잖아."

    "그런가요. 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당신에게 영혼을 회수하게 하는 일은 시키지 않을 텐데요?"

    "그건 아직 모르지. 네 마음이 검게 물들 때까지, 곁에서 지켜볼 테니까!"







     백작영애 아리스티아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평생 웃음을 잃지 않으며 살았다고 한다. 그녀의 곁에는 항상 검은 머리의 집사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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