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장 137화 기사 니다이(2)
    2023년 01월 20일 21시 57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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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이곳에는 어떤 소국이 있었다.

     

     기름진 대지와 침략하기 어려운 지형 덕분에 오래 이어진 유서 깊은 왕국.

     

     용맹한 여왕의 통치 하에서, 고난도 없이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 불온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림 리퍼]의 군단.

     

     피 묻은 큰 낫을 손에 들고는 지상의 생명을 사냥하는 사명을 지닌 그 괴물은, 눈에 보이는 생물을 모조리 공격했다.

     

     그리고 벌에 모이는 것처럼 [그림 리퍼]에 모여드는 여러 마물.

     

     산 자에게는 너무나도 흉악한 능력으로 이루어진 군단이었다.

     

     결코 전투능력이 높지 않은 [그림 리퍼]를 공포의 대명사로 만드는 능력.

     

     ㅡㅡ <사리엘>.

     

     사령계 마술의 토대가 되었다고도 전해지는 [그림 리퍼]가 지닌 낫의 힘.

     

     칼날에 닿은 생명의 혼을 갈취하고, 텅 비어버린 육체를 부하로 만든다.

     

     숲에 사는 마물과 마수를 사냥하여 순식간에 생겨난 언데드의 군세에 의해, 그 소국은 점점 피폐해졌다.

     

     용맹한 여왕은 쓰러지고, 승려도 그 뒤를 쫓는 것처럼 목이 베이고 강인한 병사들도 쓰러져서......

     

     ......혼을 빼앗긴 그릇은, 언데드가 되어 [그림 리퍼]에 종속된다.

     

     불과 이틀만의 일이었다.

     

     망국이 되기까지는 앞으로 며칠. 

     

     그때였다.

     

     한 기사가 나타났다.

     

     그 기사는, 니다이라고 이름을 대었다.

     

     니다이는 냉철한 기사였다.

     

     무슨 일에도 무관심하고, 과묵했다.

     

     니다이는 어깨를 견줄 자가 없는 검기, 그리고 왼손으로 자아내는 뛰어난 마술, 거기다 특수한 능력이 깃든 갑옷으로 무적이라 생각되는 강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에만 관심이 있었던 그 기사는 멸망직전의 왕국을 보고도 전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갑자기...... 그는 마을을 방문했다.

     

     왕국 최후의 경치를 바라보기 위함인지, 부족해진 여행도구의 조달을 위해서인지. 그것은 니다이만이 아는 일이다.

     

     그리고 니다이는 왕성에도 들렀다.

     

     당시 왕성의 가장자리에는 정원이 있었는데, 아무런 주저도 없이 자연스럽게 발을 옮겼다.

     

     그곳에서 니다이는 전 여왕과 어린 왕녀를 만난다.

     

     늙은 전 여왕은 누구도 침입할 수 없는 경계태세인 성내에 나타난 전신갑의 남자를 보고 눈을 부릅뜨면서도...... 곧장 온화한 기질로 바뀌어 기사를 대화에 끌어들였다.

     

     그리고 어린 소녀도, 모두가 압도당해 벌벌 떠는 니다이한테도 쾌활한 미소로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기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라는 멸망 직전, 눈앞의 여성은 딸을 잃었고 이 유아는 부모를 잃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갑옷과 함께 주어진 사명 때문에, 관계없는 일에는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철칙은 알고 있다.

     

     기사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묻지 않을 수는 없었다.

     

     ...... 그 후로 어떻게 대화가 진행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부분의 문헌은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니다이는 소덴 왕가 사람만 다룰 수 있는 강력한 보검을 손에 들고 [그림 리퍼]의 군대에 맞섰다.

     

     사명과 함께 강력한 갑옷을 벗어던지고, 보검 그레이에 담긴 악마 조=우르트의 혈액에 영혼과 몸을 잠식당하면서도 그 파도처럼 밀려오는 언데드의 군단에 겨우 혼자서 맞섰다.

     

    절망하는 자, 기도하는 자, 분해하는 자, 여러 약자를 뒤로 하고, 고독하게 보검 그레이를 휘두른다.

     

     팔이 잘리고 목이 사라지고 아무리 부상을 입어도 관계없이 공격해 오는 언데드.

     

     푸른 기운의 검은 검섬이 꼭두각시로 변한 시체를 가르고, 변이 된 몸에 개의치 않으며 단 하루 만에 [그림 리퍼]에 도달했다.

     

     드디어 그 녀석을, 일도양단하게 된다.

     

     남은 불사의 군단은 그것을 시작으로 공기에 녹아들듯이 사라졌다.

     

     두려움, 피로, 죽음이 없는 2천의 인형과 4천의 마물을, 귀신같은 검기로 토벌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악마의 피의 영향은 남아있었다.

     

     전투가 끝났음에도 악마의 피에 과도하게 침식된 니다이는, 미리 자기가 만들 수 있는 최고강도의 결계마술을 성에 부여하고서 마지막 이성을 짜내어 그 안에 자신과 보검 그레이를 봉인했다.

     

     전 여왕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어린 왕녀의 통곡이 울렸으며, 백성들은 너무나도 무참한 구세주의 최후를 한탄했다.

     

     그리고 여왕은, 니다이를 쓰러트려서 영혼을 해방시킬 수 있는 자가 나타날 때까지, 구경거리가 되지 않도록 성에 접근하기를 금지했다.

     

     타지에서의 방문자한테는 국민들이 모두 나서서 사악한 악령이 나타났다고 둘러대며 철저하게 피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전승은 혼탁해지고, 오랜 시간을 지나 니다이는 나라를 멸망시킨 악령으로 그 이름을 떨치게 된다.

     

    소덴 가문이 아무리 주장해도, 누구도 믿지 않을 정도로.

     

     그러니 하다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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