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장 134화 밤의 연회(2)
    2023년 01월 14일 16시 53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말씀을 들어보니, 그러한 언어의 마법은 크로노 님 이외로서는 실행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세레스...... 이 정도의 일은 이 마왕 이외의 누가 해도 이상하지 않아. 확실히 말하지 ㅡㅡ네 주의가 부족했다."
     "읏............"

     돌아본 마왕의 한탄 섞인 말에, 세레스티아는 까무러칠 듯한 느낌이었다.

     

     실망했다. 그 사실은 그녀를 끝없이 깊은 나락으로 빠트렸다.

     

     그 모습을 바라본 마왕은, 오해를 이해해 줬다는 것처럼 의젓하게 한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지금이라도 졸도할 듯한 세레스티아에게로 걸어간다.

     

     "......세레스, 나는 걱정이야."
     "우읏......!"
     "너는 위협받는 일이 많아. 내 마음도 알아줬으면 해. 편히 두고 볼 수 없다고. 그래서 이번에는 과신과 해이함을 눈치채도록, 일부러 시험해 본 거다."
     "............."

     마왕의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혈색이 돌아오더니, 표정은 그대로지만 발그레한 기운이 떠오른다.

     

     자신의 생각보다도 자기를 걱정해 줬다는 사실에, 견디기 어려운 벅차오름을 느낀다.

     

     "......읏......"

     진지한 얼굴의 크로노를, 인형 같은 얼굴과 넋이 나간 눈동자가 된 세레스티아가 멍하니 올려다본다.

     

     서로를 확인하는 것처럼, 잠시 시선을 교차한다.

     

     "알아준 거지?"

     "......제가......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자비를......"

     어쩔 수 없이 쾌락과 환희에 의한 반성을 하게 된 세레스티아가, 한층 깊게 고개를 조아린다.

     

     뺨을 어루만지는 마왕의 손이 결코 떨어지지 말라고 빌면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용서하지. 당연하잖아. 전에 말했던 대로다. 일련탁생. 이후로도 잘 부탁해. ......그리고 모브, 너도."
     "저, 저도요? 저는 단순한 대역인데요......"

     불의를 찔린 모브.

     

     자신은 세레스티아의 시종에 불과하며, 변신으로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을뿐이다.

     

     말단에 불과한 자신은 그렇게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너는 대역이기 전에 [크로노스]의 일원이다. 대신할 것이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지. ......슬픈데, 왕도의 아지트에서 즐겁고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 것은, 나뿐이었던 걸까?"
     "읏.......!!"

     예상도 못한 크로노의 말을 듣자, 가슴에 스며드는 감정 때문에 말문이 막히고 만다.

     

     "둘 다 대신할 것이 없는 존재다. 만일 너희들이 고민하고 있다면 흔쾌히 상담에 응할 테고, 곤란하다면 아낌없이 손을 빌려줄 거야. 언제든 말해."

     다시 돌아서는 작은 등 너머로, 마왕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역시......."

     감탄에서 흘러나오는 세레스티아의 목소리.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개개인의 성질과 실력도 간파하고 있기 때문에, 세레스티아 일행에게 부족한 조각의 존재도 눈치채고 있다.

     

     ".....당신의 실력을, 조금이라도 의심하고 만 저를 용서해 주세요...... 부디......"

     

     뜨거운 격정의 도가니에 빠진 모브가, 메이드복이 더러워지는 것도 상관 않고 절을 한다.

     

     "으...............음."

     깊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왕의 힘에 의문을 품었다는 중죄를 범한 모브에게도 정말 간단히 자비를 선사한다.

     

     "에....... 그런데 아스라 말인데."
     "물론, 저희의 일은 전혀 말하지 않았습니다."
     "............"

     이 정도의 애정을 받은 몸으로서, 이 이상의 추태는 보일 수 없다며 세레스티아가 평탄하지만 씩씩하게 대답했다.

     

     "......자세히 들어볼까."
     "알겠사옵니다."

     그리고 세레스티아는 라이트 왕국 최고의 지모를 발휘하여, 마왕이 짜려는 일련의 흐름을 설명했다.

     

     "ㅡㅡ라고 저는 추측한 것입니다. ......어떠한가요."

     "......후우, 이런이런."
     "읏......."

     자신으로서는 완벽했던 통찰이었지만, 크로노는 작은 몸으로 창가에 손을 대더니 깊은 한숨을 쉬었다.

     

     연이어 실수하게 된다면, 세레스티아는 더 이상 자신을 추스를 수 없을 것이다.

     

     마왕의 이어지는 말까지의 찰나는, 긴장된 그녀에게 몇 분처럼 길게 느껴졌다.

     

     "이제 네게는 숨길 수 없겠네. 전부 들켜버렸는걸."
     "그럼......."

     크나큰 안도감에 의해, 가슴속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는 세레스티아.

     

     "네가 말한 대로다. 그걸로 가자."
     "그걸로 가자......?"

     "아니 신경 쓰지 마. 단어의 선택을 잘못했을 뿐이니까."

     가끔씩 얼굴에 나오는 덜렁함.

     

     "그런가요. 알겠사옵니다."
     "..............."

     이것도 세레스티아와 모브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는다.

     

     "참고로 말인데, 저 아이는?"

     

     마왕이 조금 전부터 신경 쓰던 바깥의 아이에게 시선을 주며, 물어본다.

     

     "......저자는, 소덴 가문 당주의 동생인 브렌 군이에요."

     창문에서 보이는 나무그늘에서 열심히 대검을 휘두르는 브렌.

     

     평소대로 정말 어설픈 팔놀림이었지만, 크로노는......

     

     "......훗, 좋아. 그 같은 검사한테는, 부디 나의 검을 쓰게 하고 싶어."

     자연스레 미소를 짓는 크로노와 마찬가지로, 세레스티아 또한 흐뭇하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렵다.

     

     특히, 이미 사망한 부모를 생각하면......

     

     "......크로노 님."
     "응? 왜?"

     위엄은 사라지고, 부드럽게 대답하는 크로노.

     

     지금부터 주인에게 부탁할 것은, 그 아스타조차도 어려운 것.

     

     아니, 요구의 내용으로 생각한다면, 크로노 쪽이 달성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조차도 포기했던 불가능을 가능으로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세상의 섭리조차 비틀어버릴 수 있는 이 주인밖에 없다.

     

     "외람된 내용이지만, 하나 부탁이 있사온데......"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2년 전의 참혹한 광경.

     

     강력한 마물 같은 왕국의 위협을 베어내며 오랜 기간 검성을 맡았던 [검귀] 소드가, 제대로 겨루지도 못하고 패했던 검기.

    728x90

    '판타지 > 옛 마왕의 이야기를!'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장 134화 밤의 연회(4)  (0) 2023.01.16
    7장 134화 밤의 연회(3)  (0) 2023.01.16
    7장 134화 밤의 연회(1)  (0) 2023.01.14
    7장 133화 군도(3)  (0) 2023.01.14
    7장 133화 군도(2)  (0) 2023.01.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