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장 129화 소덴 가문(2)
    2023년 01월 03일 13시 34분 4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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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물론, 방패와 메이스를 장비한 데브도 마찬가지였다.

     

     한숨을 쉬면서, 몸매와 전혀 다른 날렵함으로 말에서 내려왔다.

     

     "뭐 그런 말 말라고. 보수는 준다던데?"

     "길을 열어라."
     "읏......!?"

     소우마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ㅡㅡ우옷!?"

     앞에 있던 데브의 말이 갑자기 뒤에서 생겨난 경이적인 존재에 놀라 날뛴다.

     

     땅을 달리는 준마의 강인한 뒷다리가, 쳐 오른다.

     

     인간의 뼈를 쉽사리 부수고, 두개골을 함몰시키는 말의 발차기.

     

     물론 발굽에는 편자도 박혀있다.

     

     ".........."

     하지만 강철의 발차기는 오니의 손에 의해 어렵지 않게 막히고...... 둔탁한 소리가 울렸음에도 오니는 딱히 아무 말 없이 아연실색하는 소우마 일행의 사이는 유유히 지나갔다......

     

     "......수준이 다른데. 아마, 무왕보다 강해. 어림짐작이지만......"

     "나는....... 그래도 라콘자 할아범보다 강하진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저건 우리로선 손쓸 수 없겠어."

     정도는 달라도, 랜스와 소우마도 위기감에 비지땀이 솟구치고 있다.

     

     "역시 사려 깊은 세레스티아 전하가 고용한 호위네......"
     "라기린 공이라고 했나...... 그것보다 말인데. 나는 저쪽의 공주 전하가 타고 있는 것은 몰랐다. 알고 있었다면 거절했을 거다. 나는 귀찮은 일에 들이대는 성격이 아니라서."

     다크엘프인 라기린에게, 데브가 가시 돋친 어조로 추궁한다.

     

     "......예정보다 늦었기 때문에, 당신과 랜스 군한테도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사실입니다. 성심성의껏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세레스티아 전하의 마차에 만일의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렌드 님과 저의 심정도 헤아려 주시길."

     라기린이 안경을 밀어 올리며, 사과라고는 부를 수 없는 변명을 술술 늘어놓았다.

     

     당연히,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동행하게 된 데브의 짜증은 더욱 치밀어 올라서, 미간에 주름을 새긴다.

     

     "아~ 데브는 몰랐던 건가?"
     "말해두지만, 나도 몰랐거든? 소덴 가문과 친하던 소우마 씨만 알았던 모양이네."
     "세상에......"

     데브 정도는 아니지만, 랜스도 소우마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우연히 여관에서 합류한 자신과, 시급히 불려 나와 영주관으로 향하는 도중에 만난 데브를 붙잡아서 말에 태웠으니까.

     

     "미안하지만, 랜스도 데브도 회의에 참가하도록. 이것은 공주님의 명령이다. 거부는 할 수 없다."
     "뭐, 그렇겠지......"

     렌드의 의미심장한 말에도, 예상하고 있던 데브와 랜스는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한다.

     

     "......오즈왈드,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아직도 마차 안에서 바깥의 험악한 대화를 보고 있던 소년들.

     

     "부끄럽지만...... 저희한테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만 알겠는데요."
     "그래? 그럼 우리도 방에 가서 준비하고, 바로 니다이를 보러 가자."
     "......그럴까요. 기사 분들도 짐을 들고 들어가기 시작했으니, 에리카를 따라 빨리 구경하러 가죠."

     하쿠토와 비슷한 수준의 대답밖에 할 수 없다는 것에, 내심 깊은 상처를 입은 오즈왈드였다.

     

     

     

     

     

     ♢♢♢

     

     

     

     

     

     저택과 다른 별관 1층, 정원의 꽃들이 보이는 한적한 방.

     

     "ㅡㅡ기분은 어때요, 소드."

     침대에서 바깥을 바라보던 갈색 머리의 노인에게, 조용히 입실한 세레스티아가 말을 걸었다.

     

     "고, 공주님, 오셨다면 마중하러ㅡㅡ"

     "그대로 있어도 괜찮아요. 당신이라면 억지로 그렇게 할 테니, 제가 미리 렌드한테 말해둔 거랍니다."
     

     세레스티아의 선선대 [검성], 소드 소덴.

     

     역대 최장기간을 검성으로서 싸워온 전설의 검사다.

     

     장발을 하나로 땋았으며, 병상에 있음에도 아직 탄탄한 근육을 지닌 소덴 류 검술의 달인이다.

     

     "......후의를 받아들여야만 하겠군요. 공주님은 제게 지지 않을 완고한 면이 있으니 말입니다."
     "섭섭하네요. 당신보다 고집 센 자는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만 있잖아요."
     "그중 최고가 공주님이겠지요."

     "......마치 아바마마의 잔소리가 시작된 것 같네요."
     "훗, 현왕이신 폐하와 이 늙은이를 비교해서는 아니 됩니다."

     소덴 가문의 하인들조차 처음으로 보는, 엄격한 소드의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

     

     눈을 의심해서, 눈가를 소매로 닦는 자까지 있다.

     

     "그래서, 그쪽은?"
     "맞아요. ......소개할게요. 당대의 [검성] 리리아 씨와, 하인인 그라스 씨예요."

     세레스티아의 어여쁜 손끝이 리리와 모브를 가리키자, 그들이 순서대로 소드에게 인사한다.

     

     특징적인 거뭇한 메이드복 차림의 리리를 보고, 의심하는 눈초리를 향했지만 이윽고 눈에 들었는지......

     

     "......그라스라는 자는 몰라도................리리아라는 분은 더욱 강해지겠군요."
     "역시 소드네요. 보는 것만으로도 알아차리다니요. 하지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여행 중에도 더욱 성장한 모양이더라고요. 사람을 벤 경험이 없는 게 조금 불안하지만, 그것도 차츰 해결되겠지요."

     품평하는 소드의 눈이, 매처럼 날카롭게 리리아를 찌른다.

     

     리리아도 무심코 숨을 삼킬 정도의 박력이었다.

     

     "사람을 벤다라...... 그 경험은 칭찬받을 일은 아닐지언정, 때로는 재능 이상으로 승패를 가른다. 결정적인 때에는 특히나 더. 그걸 명심해 둬라."
     "어, 아......네."

     어조의 강함보다도 가르치는 마음을 더 느끼고는, 순순히 대답하는 리리아.

     

     "죽을 바에는 죽이라고 기억해도 돼. 결국, 늙어빠진 노구의 농담이지만."
     "............"

     전해 듣던 용맹한 검호로서의 모습이 아닌, 시든 이파리처럼 덧없는 느낌.

     

     병이라고 하니, 오는 도중에 세레스티아 왕녀와의 담화에서는 그리 심하지는 않다고 들었던 만큼, 적당히 대비하고 있던 리리아로서는 예상이 빗나가버렸다.

     

     "리리아 씨. 슬슬 호수로 향할 때예요. 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에리카를 부탁해요."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ㅡㅡ그럼."

     세레스티아에게 인사하고서, 딱히 말을 남기지 않고 떠나가는 리리아.

     

     그 자그마한 등을 바라보다가, 소드는 다시금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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