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장 125화 에필로그 "비하인드"(3)2022년 12월 30일 10시 58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저는 철들기도 전부터 모셔왔습니다!! 자유도 없이! 불만도 허락되지 않고! 계속 그 아가씨의 명령대로였습니다!!"
"............."
"괴로운 정도가 아닙니다!! 거부권은 있을 리도 없었고, 휴식도 없고 결론도 허락되지 않고, 자식도 손자도 없단 말입니다!!"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는 싯지의 통곡에, 무슨 일인가 하여 놀라던 손님과 점원들도...... 동정의 마음이 생겨난다.
"제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고는 있습니까!? 알 리가 없지! 말할 수도 없습니다! 도저히 말로는 할 수 없는 일들뿐이었으니까요!!"
자신의 의지도 감정도 관계없이, 마담에게 봉사해 온 싯지.
"이런, 이런 나이가 될 때까지 그 지옥을 견뎌온 제게, 그 결과 뭐가 남았단 말입니까!? 무엇이 남았습니까아아!! .....없습니다!! 아무것도!!"
눈을 돌리는 자가 있을 정도의 장렬한 반생.
"제게는, [나]로서 살아온 시간이 조금도 없었으니까요!!"
숨 쉴 틈도 없이 이어지던 비통한 외침이 끝난다.
넓은 레스토랑에 메아리치며, 몇 초 동안의 조용함이 남는다.
"하아......하아......콜록, 콜록......"
"............"얼굴을 붉히고는 기침을 하면서 주저앉은 싯지는 조금 늙어 보였다.
"............"
"하아......하아......"
누구도, 싯지를 보는 눈에 동정심이 생겨난다.
레스토랑 안이 연민의 정으로 휩싸인 와중, 남자는 말한다.
"그래서...... 나는 의견을 바꿀 것처럼 보였어?"
"............."격앙으로 눈을 부릅뜨는 싯지와, 흔들림 없는 검은 눈동자가 교차한다.
"......앗, 당신한테는ㅡㅡ"
"혹시 그게 그녀를 죽인 정당한 이유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건 아니지. 그것과 이것은 완전히 별개다. 너는 자기가 저지른 일의 무게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읏......"피도 눈물도 없는가...... 그 싯지의 말은 차단되고, 일방적으로 선고되었다.
"아무리 괴로움에 빠져있었어도, 무관계한 사람을 죽여도 될 리가 없어. 그녀는 네 울분을 푸는 도구가 아니라고."
"......저, 저는......"
"그리고 너, 이게 처음이 아니지? 솜씨가 너무 좋아."일격으로 안면을 불태우는 마도구를 다루고, 저항 없이 기생의 입과 손발을 묶는 솜씨, 강변의 여관을 고른 계획성.
상습범이었다.
"얼마나 많은 미래를 빼앗았어? ......너는 너무나도 죄가 깊고, 잔혹하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명백하게 드러내는 분노. 기생과 창부의 빼앗긴 미래에, 남자의 분노는 조용히 불타오른다.
질 수 없다며, 싯지가 분노에 감싸여 호주머니에서 어떤 마도구를 꺼내 남자에게로 향한다.
"ㅡㅡ큭!?"
곱게 뻗은 갈색 피부의 다리가, 싯지의 십자가형 마도구를 쳐냈다.
"......이것을."
드레스 차림의 미녀가 공중에 날아오른 마도구를 잡아서는 남자에게 공손히 바친다.
"고마워. ......자, 이걸로 이제 널 놓아 보낼 수는 없게 되었다."
"읏......! ..................저, 저는, 여태까지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마담 아가씨의 일에 관여해 왔습니다."증거가 되는 마도구를 흘끗 바라보며 고하는 남자에게, 싯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른 방향에서의 설득을 시도했다.
싯지가 볼 때 남자는 이지적이어서, 이득이 된다면 귀를 기울여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저는 아가씨의 일의 많은 부분을 짊어지고 왕국에 수많은 공헌을 해왔습니다. 아가씨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인맥이 있습니다."
"......그래서?"약간 눈썹이 찌푸리며, 시선을 험악하게 만든 남자에게 신중히 말을 골라서 정답을 찾는다.
"죄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제 목숨은 이미 얼마 안 남았지요...... 부디 잠시의 유예를 주십시오. 반드시 벌은 받겠습니다."
"거절한다."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제안은 거절당했다.
"......안타깝지만, 세상은 비정합니다. 목숨은 평등하지 않은 겁니다. 당신이라면 아실 것입니다."
"......그래. 그건 그 말대로다."슬픔을 내보이며, 와인잔을 드는 남자.
"당신에게 있어 저는 이득이 되는 사람입니다. 당신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지요. 반면 그녀들은 이름 없는 기생인 것입니다."
".............."와인잔을 기울이던 남자의 움직임이, 멎는다.
"......이름도 없는?"
"읏......!?"아뿔싸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레스토랑의 공기가 얼어붙는다.
모두가, 동료라고 생각하는 갈색 피부의 미녀조차도, 사람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그 존재의 분노에 겁먹고 뒷걸음질 친다.
"ㅡㅡ그녀의 이름은, [제시카]다."
업화와도 같은 분노는 그칠 줄을 모르고,
"나이는 열여덟. 앞으로 삼 개월만 있었다면 열아홉이었다. 꿈은, 전부 청산하고 나서 고향으로 돌아가 일반적인 가정을 꾸리는 것. 거기서 가족과 온화한 일생을 보내는 일이었다."
한 명의 기생......제시카에 대해서, 계속 늘어놓는다.
그 사이에 떠오르는 것은 지난날의 기억.
[나는 장래에 식당을 열고 싶어서 돈을 모으고 있어. 너는......]
[......빚인데!? 거 미안하게 됐수다!]
[나는 연기자야! 관객이 바글바글한 무대에 서고 싶어...... 지금은 짬짬이 연습하고 있지만, 반드시 모두가 보게 만들 거야!][나는 그다지 생각해본 적 없지만...... 나도 식당은 괜찮을지도~]
[그거라면 내 가게에서 일하면 되겠네!]며칠 전에 본 광경에, 남자의 몸에는 자연스레 힘이 깃든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부였는데,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해 타계. 그럼에도 어린 시절부터 병약한 동생의 약값과 진료비로 빚을 져서......"
하루......아니, 하룻밤만이었던, 미소로 넘쳤던 담소를 회상한다.
"......동생이 투병 끝에 죽은 뒤에도, 빚을 갚기 위해 기생으로서 힘껏 일해왔다. 앞으로 1년 있으면 상환은 끝날 예정이었다....... 그녀는, 이제부터였다."
"아, 아뇨......저는......"떨리는 목소리로 반박하려 하지만, 이상할 정도의 박력을 내는 남자에 저항할 수 없다.
"당연하지만, 그녀는 살아있었다. 이름도 있고,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과거가 있었다. 누구도 모르는 미래가 있었다. 힘겨운 지금이 있어도, 꿈을 위해 굳세게 살아갔다."
자신의 인생의 시작을 꿈꿨던 소녀의 결말을 생각하면서, 남자는 가슴속 격정에 비해 조용히 말한다.
"그것은 빼앗겨도 될 리가 없어. 용서받을 리가 없어. 네가 빼앗은 것은...... 정말로 존엄한 것이었다."
"..................시, ......싫어, 나는!!"딴판으로 변모한 남자를 놓아두고, 싯지는 이판사판으로 도주했다.
"...... 호텔에 민폐를 끼치지 않게 되었으니 오히려 좋아."
남자는 일어나서, 가까운 테이블에 있던 식기를 손에 들었다.
………
……
…
기이한 노인네를 보는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 않고, 싯지는 마을의 어둠을 헤치며 달려갔다.
가파른 호흡으로 있는 힘껏 다리를 움직이며, 그 남자한테서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히이, 히이......큭!?"
왼쪽 허벅지에 생겨난 격통.
즉시 눈길을 주니, 그곳에는 포크가 살에 박혀있었다.
"ㅡㅡ으윽!?"
화려하게 골목에서 구르는 싯지.
"마지막 만찬은 잘 즐겼나? 이제부터의 자유라는 희망에 한걸음 내딛는 순간, 그것이 예기치 않게 끝나버리고 만다면...... 그녀의 원통함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려나."
정면의 어둠에서, 흑의의 남자가 나타난다.
싸늘한 눈으로, 이마에서 피를 흘리는 싯지를 내려다본다.
"큭......기, 기다려주십시오!! 부디......부디!! 이 상처도 그녀가 몸으로 부딪히지 않았다면 안 났을 겁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제부터!"
"너만이 아니다. 힐데가르트도, 제시카도, 꺾일 것 같으면서도 굳세게 살아왔다. 타인에게 떠넘기고 싶어지는 연약함을 어떻게든 참으면서 살아왔다."부하를 데리고 한 걸음씩 다가오는 사신에게, 일생 중 제일의 용서를 구한다.
"제게 가능한 일이라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 말씀하신 모든 것을 따르겠습니다!! 죗값은 반드시 치르겠습니다!!"
"필요 없어. 나를 두려워해서 하는 청산에 무슨 의미가 있지? 취미로 낚시나 하겠다며 벅차하던 네 청산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엉덩방아를 찧고서 후퇴하는 싯지에게, 남자는 계속 다가간다.
"저, 저만 어째서!! 어째서 그렇지요!? 저 외에도 창부를 죽인 자는 얼마든지 있지 않습까아아아!!"
"안심해, 너만이 아니다. 내 눈에 들어온다면 모든 것을 끝장내지. 약속한다."남자가 아무렇게나 던진 나이프가, 싯지의 어깨에 꽂힌다.
"끄아악!? 아, 아아......그아아아아아아!!"
내몰린 싯지가 나이프를 뽑아서는, 있는 힘껏 위로 들더니..... 남자를 향해 볼품없이 내려쳤다.
"악ㅡㅡ"
하지만, 나이프를 쥔 손을 붙잡히고는 팔꿈치 관절을 억지로 비틀려서, 천천히, 천천히...... 오른쪽 가슴에서 폐로 나이프를 찌르게 한다.
"ㅡㅡ으으."
박힌 나이프에서 손을 떼자 힘없이 무너져서는, 지옥의 고통에 신음하기 시작한다.
"......네 말대로야. 목숨의 가치는 평등하지 않아."
"으, 으으......"웅크려서, 싯지의 눈앞에 쪼그려 앉는다.
"빼앗은 너와 빼앗긴 그녀의 목숨이 같은 가치라고는 할 수 없어."
그리고, 불꽃이 생겨난다......
"으......!?"
싯지의 절망의 눈동자가, 등불 너머로 칠흑의 마신을 바라본다.
"......그것은, 내가 용서 못해."
※ 2022 연말 베스트 후보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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