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82화 한담 [귀환]
    2022년 07월 25일 11시 14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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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kakuyomu.jp/works/1177354054890293039/episodes/1177354054894046195

     

     

     

     안개의 날개가 펄럭이며 금강벽의 중간 부분에 내려선다.

     

     그 거체에서 3명이 가볍게 뛰어내렸다.

     

     "수고했어. 나중에 밥 줄테니 쉬면서 기다리렴."

     조종당했을 때와는 다르게, 매우 온순한 미스트에게 리리아가 말을 걸었다.

     

     "자, 레루가. 염원하던 주인의 거성으로 귀환한 참이지만, 이몸은 그다지 내부를 몰라. 그래서 말인데, 네가 안내해줬으면 한다면, 가능할까?"

     "싫어. 도우산한테 말해."

     아직도 경계심을 가진 카게하한테 등을 돌리고, 라루가가 대문의 안쪽으로 향한다.

     

     "......후우, 곤란하구만. 아무리 명예로운 문지기라는 해도, 기르는 애완동물한테 불과하다니."

     "나 때는 더 심했어. 처음이 저러면, 그나마 나은 편이야."

     

     귀엽게 생각했는지 미스트를 쓰다듬으면서 말하는 리리아.

     

     "흠......"

     어깨를 으쓱거린 카게하도, 순순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미스트한테 흥미를 갖고 말없이 쓰다듬었다.

     

     그렇게 만족하자 대문 속으로 들어갔다.

     

     대문 안에는, 두번째라고 해야 할 놀라운 광경이 있었다.

     

     별천지.

     

     광택있는 검은 벽과 천장은 이상할 정도로 평평했고, 쓸데없는 장식이 없는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무심코 숨을 삼키게 되는 그 현관의 중심에는, 똬리를 튼 화려한 색깔의 큰 뱀.

     

     곧장 흐느적거리기 시작한 레루가를 태우고, 독특한 존재감으로 그곳에 있었다.

     

     "도우산이란 이 뱀을 말하는 거였구나. 후쿠로우 쪽은 안 보이지만....... 이런 종은 모르겠어. 아마 고유종이겠지."
     "응. .......레루가, 그 아이의 먹이는ㅡㅡ"

     

     카게하와 함께 걸어가던 리리아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뭘 먹는지 물어보았다.

     

     물어보려 했지만...... 뭔가가 리리아의 손이 탁 쳐냈다.

     

     "......."

     뱀의 꼬리가.









     "......손찌검하지 마라. 난 선배라고."

     

     

     

     

     

     

     

     말했다.

     

     "도우산, 시끄러."
     "시끄럽다니!? 할 말은 해야 하지 않겄어!? 크로노 님의 사제라고! 얕보이면 끝장난다고!"

     

     목을 굽히면서 당연하다는 것처럼 레루가와 대화하는 도우산.

     

     "내 눈이 닿는 범위에서 후배의 건방진 짓은 못봐준다고. ......니가 얕보이고 있다고! 알고 있는 거냐!?"

     "레루가는 [케르베루스]니까 괜찮아."
     "마왕성 경비팀 [캐르베'로'스]라고! 이제 좀 기억해! 몇 번을 가르친 거냐! 미치겠구만!"

     

     뱀의 교육을 받는 레루가였지만, 익숙한 일인지 모른 체 하고서 낮잠을 잔다.

     

     어안이 벙벙한 리리아와 카게하.

     

     "당신, 말할 수 있어.....?"

     "......보면 모르겠냐. 무슨 말 하는 건지......"

     불합리함을 느끼는 리리아였지만, 크로노의 애완동물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면 다시 정신을 차린다.

     

     "그래서 도우산은 뭐를ㅡㅡ"

     "존댓말."

     ""......""

     

     말하고 싶은 바는 알겠지만, 아무리 최고참이라 해도 뱀은 뱀.

     

     존댓말을 쓰라고 해도 순순히 따를 수는 없다.

     

     "......레루가하고는 평범하게 말하던 모양이던데?"

     "크로노 님이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했으니까. 그리고..... 레루가는 말을 해도 안 들어먹어. 묘한 녀석이라고."

     

     아무래도 레루가한테 존댓말을 쓰게 하려고 노력은 했던 모양이다.

     

     "뭐 나는 같은 경비팀의 선배로서 이 녀석을 돌봐줘야 한다고. 니들은 내 후배. 존댓말은 상식. 좀 지켜라, 멍청아."

     "...... 당신 논리로 말한다면, 난 당신들을 돌보라고 크로노 님의 부탁을 받았어."
     "음? 뭐, 뭐라고......?"

     윗사람인 것처럼 조금 거들먹거리던 뱀의 꼬리가, 땅에 철퍼덕 떨어진다.

     

     "거기다 난 이 주인의 거성의 지휘권도 받아놓았어. 확실히 말하자면, 현재 주인의 부재중에는 내가 최고위야. 네 상사가 되지."

     "......거짓말이지....."

     

     딱할 정도로 풀이 죽는 도우산.

     

     역시, 크로노의 이름이 나오면 아무런 저항도 못하는 모양이다.

     

     "......켁, 기분 나빠."

     다시 또아리를 틀고는 언짢아하며 잠을 청하려 하는 도우산.

     

     "도우산......배고파."
     "앙? 그거 큰일이구만. 미리 좀 말하지."

     막 생각난 듯 꼬르륵 소리를 내는 레루가한테, 잠을 청하려 했던 도우산이 신음하기 시작한다.

     

     "그럼 갔다 온다. 바보 히사히데가 돌아오면 먹이 가지러 갔다고 전해."

     "고기, 기다릴게."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까! 야채도 먹으라고!"

     

     설교한 다음, 두꺼운 용암색 비늘로 기어가던 도우산.

     

     "......? 뭐야, 이 녀석은. 신입인가~?"

     "ㅡㅡ"

     

     예의 바르게 앉아있는 미스트를 노려보던 도우산을 보고, 리리아가 잠시 고민한 다음 입을 열었다.

     

     "......잠깐, 나도 갈게."
     "리리아?"

     

     카게하의 의외롭다는 부름 이전에, 도우산이 곧장 대답한다.

     

     "안심해. 난 크로노 님의 첫째 부하라고? 내 영역에서 너희들 몫도 사냥하고 올 테니 가만히 있으셔."
     "아냐. 근처의 숲에 있는 식용 산나물을 확인하고 싶어서 그래. 크로노 님이 돌아오셨을 때 내놓을까 해서."

     카게하는 작게 "흠, 그런 일이었나......" 라고 중얼거렸고, 도우산도 크로노를 위해서라면......

     

     "......뭐 좋아. 방비는 이 녀석과 그 아가씨면 충분할 테니...... 자 가자. 떨어지지 말라고."



     ………

     

     ……

     

     …




     서쪽 숲.

     

     금강벽을 에워싼 동서남북은 제각각 전혀 다른 환경이 되어있지만, 이 서쪽의 숲은 버섯과 과일, 나무 열매 등이 많은 지역이다.

     

     히사히데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다른 숲보다 훨씬 식량 확보가 쉬운 이 숲에 도우산과 리리아가 찾아왔다.

     

     "......당신, 동쪽의 주인 아냐?"

     "맞아. 잘 아는구만. 하지만 내쪽은 먹을 게 적은 데다 군데군데 독가스도 나온다고. 크로노 님이 말한 거니까 확실해. 네가 버틸 수 있을지 몰라서 여기로 데리고 온 거라고."
     "우리들, 마을에서 동쪽이 안전하다고 들어서 동쪽을 통해 금강벽에 왔는데......"

     

     리리아를 태운 도우산이, 뱀의 몸으로 재주껏 한숨을 짓는다.

     

     "멍청한, 너 그럼 안 된다고...... 독이 없었다고 해도, 그건 우연이었다고, 히사히데가 너희들 마력을 보고 크로노 님의 관계자라고 말해서 놓아준 거였다고. 평소였다면 너희들 인간 따위 한입거리였다고."

     "......"

     "인간들은 동쪽이 마물의 수가 적으니 그렇게 적당히 말했겠지. 사실 크로노 님의 지인이라면 서쪽. 평범한 녀석들이라면 제일 안전한 쪽은 남쪽이라고."

     

     레루가가 있으니, 만일 도우산을 만나도 괜찮았을 거다...... 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었다.

     

     "독에 관해서도 그래. 크로노 님이 안 듣는다고 말해도 따라하면 큰일 나. 그분은 특별하고, 독에도 종류가 산더미 마냥 있으니까. 내 걸로도 너라면 한순간에 녹여버릴 거라고? 크하하하하!"

     

     아직도 말을 계속하는 수다쟁이 뱀의 중후한 비늘이 감촉은, 자신과 레루가......어쩌면 카게하라 해도 상처 내지 못할 듯한 강도를 가진 듯했다.

     

     적어도 리리아로서는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힘을 가진 모양이다.

     

     "......!?"

     이쪽으로 급속히 접근하는 몇몇 기척에, 리리아는 도우산에서 뛰어내려서 메이드복을 부풀리면서 커틀러스를 뽑아 들었다.

     

     "......포위되었어."

     풀숲을 헤치면서 순식간에 리리아 일행을 둘러싸는 그림자.

     

     올바른 명칭은 모르겠지만, 녹색의 늑대들.

     

     정면의 두 마리는 이를 드러내며 위협하고 있다.

     

     주의를 끄는 그 늑대 이외에는,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덤벼들 틈을 노리고 있다.

     

     "......"

     1대1, 아니면 1대 3......4 정도라면 질 생각은 안 들지만, 무리로 움직이는 이 늑대들은 열을 넘는다.

     

     도우산이 절반을 감당해주지 않는 한은 부상도 어쩔 수 없다...... 라고 리리아가 생각하고 있자,

     

     "ㅡㅡ아~ 안돼 안돼."

     도우산이 나무라는 목소리를 내며, 전방의 보스 같은 늑대의 앞에 나선다.

     

     "이 녀석들은 맛없다고. 난 통째로 삼키니까 모르겠지만, 레루가는 싫다고 말했었지. 먹을만한 게 아냐."
     "윽......뜨거."

     도우산의 비늘이 진짜 용암인 것처럼 어두운 반짝임을 냄과 동시에,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옷이 불타버릴 듯한 열기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러니 기세 좋게 온 참에 미안하지만, 내가 배고프지 않은 사이―――――빨랑 꺼져."

     

     독니에서 떨어진 점액이, 그 열로 지면을 녹인다.

     

     그 큰뱀의 눈은, 왕자의 풍격으로 늑대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리리아조차, 도우산의 열과 맹렬한 살기에 버티지 못해 신음했다.

     

     압도당한 늑대들은, 경험한 적 없는 미지의 압력에 자존심도 잊고 도망쳐버렸다.

     

    "......뭐야 진짜로 도망친 거냐고~ 이러니까 서쪽 것들은 근성 없다고 하지.......뭐 말한 건 나지만............. 오오?"

     

     실망을 드러내던 도우산의 오른쪽 대각선에서, 가느다란 나무들을 밀쳐내며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난다.

     

     "......"

     이마에서 땀을 흘리는 리리아가, 점점 위를 바라본다.

     

     조금 전의 늑대 따윈 걸어가는 과정에서 쉽게 짓밟아버릴 코끼리로 착각할만한...... 멧돼지.

     

     "......"

     "뭐야, 좋은 게 있구만. 앗싸! 그럼 바로 이 녀석을 졸라 죽여서 피를 배고.....아, 너냐......"
     "뭐......?"

     거대한 짐승에 눈길을 빼앗겼던 리리아가, 도우산의 말에 제정신을 되찾는다.

     

     그리고 도우산의 시선 끝으로 자신도 눈길을 향하자......

     

     "......히사히데?"

     

     멧돼지 옆의 나무에는, 어느 틈엔가 흰 올빼미가 앉아있었다.

     

     아무 일 없다는 것처럼 털을 고르고 있다.

     

     "무, 무슨 뜻? 이 멧돼지 마물은 동료야?"
     "아니. 이 녀석은 지금, 히사이세의 마안으로 정신지배당하는 중이라고."

     그 말에 자세히 보니, 확실히 눈앞의 멧돼지의 눈은 공허해서 꿈속에 사로잡힌 듯한 상태였다.

     

     "이 녀석 정도라면 저 정도의 마안으로 충분하겠지. 아마 레루가한테서 사정을 듣고 바로 날아왔나 본데."

     마안의 능력이 그 외에도 있는 것 같다는 말투다.

     

     "!"

     "무, 무슨 말이야!? 말 안 해도 화재에는 신경 쓰고 있다고!"

     

     날아온 히사히데가 머리를 콕콕 쪼아 대자, 도우산이 그렇게 말한다.

     

     아무래도 히사히데는 말할 줄 모르는 상식적인 올빼미인 모양이다.

     

     흉악한 마안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알았으니, 빨리 이거 옮겨! 인간들은 요리하지 않으면 못 먹는다고! 위장이 약하다고! 시간 없다고 멍청아!"

     ".....!"

     

     그러자 열심히 불만을 표현한 히사히데가 멧돼지의 등에 발톱을 콱 박아 넣더니...... 날아올랐다.

     

     "흥, 성가시기는. 빨랑 가. ......자, 우리는 야채를 확보해서 가자고. 밸런스 좋게 먹지 않으면 안 돼. 크로노 님은 절임으로 야채를 먹는다고 하지만, 난 못 만드니까."

     "......으, 응."

     날아가는 멧돼지라는 기묘한 광경을 바라보면서, 어영부영 대답한다.

     

     "앗!"

     "뭐, 뭐야?"

     놀라서 집어넣으려던 커틀러스를 다시 뽑아 들면서, 도우산이 낸 목소리에 반응한다.

     

     "......그만 중요한 점을 말하는 거 잊고 있었다."
     "......그건 빨리 말해. 중요한 일이라면 절대 잊지 마. 크로노 님의 주택 문제라면 더더욱."

     "미안 미안."

     커틀러스를 되돌리면서 약간 짜증 내는 리리아한테, 도우산이 돌아보더니 목을 굽힌다.

     

     "내가 말할 수 있다는 건 크로노 님한테는 비밀이라고. 절대 말하지 마. 그 계집한테도 그렇게 말해둬."
     "뭐?"
     "처음 만났을 때 쫄아서 말도 내지 못했다고 알게 되면, 이 도우산의 수치니까. .....알았지? 엄수하라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말하고서는, 입을 떠억 벌리는 리리아를 놓아두고 기어간다.

     

     "......하아. ......잠깐만, 이곳 주위에도 버섯은 많이 있어."

     "뭐라고? ......인간의 음식은 잘 모르겠구만. 이끼는 못 먹는데, 새싹은 먹어. 나무는 못 먹는데, 버섯은 먹어.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순순히 돌아오는 도우산의 모습에, 조금 안심한다.

     

     "넌 안내하는 것만 하면 돼. 내가 채집할 테니까."

     "그러셔. 야채도 입수하라고. 야채에는 [비타민]이 있다고 [비타민]이."

     물론 크로노의 영향이 컸겠지만, 비교적 대하기 쉬워 보이는 뱀이었다.

     

     "......"

     

     한눈에 그 강대함을 간파하고 몰래 뒤따라왔던 카게하도 조용히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

     

     도우산도 히사히데도 매우 강력하지만, 크로노의 아군에게 피해를 끼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너, 바보냐. 바구니가 없잖아. 어떻게 들고 돌아갈 건데? 내가 한 마디 안 해주면 안 되겠구만. 이거 이제부터가 큰일이겠어."

     "뱀은 조용히 해. 봉지는 제대로 있어."

     "다, 다 알고 있었다고!"

     

     크로노가 없는 크로노 저택은, 그의 상상 이상으로 시끌벅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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