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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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18일 11시 34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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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속 깊숙한 곳에 조용히 자리한 작은 오두막집의 초인종이 울렸다.



    "네, 누구세요?"



    소박한 나무 문이 열리며 오두막집에서 나온 날씬하고 작은 체구의 여성에게, 방문한 청년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여기서 미약을 판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야?"

    "네, 맞습니다."



    눈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여성을, 고귀한 신분으로 보이는 단정한 얼굴에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청년은 가격 흥정을 하려는 듯이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어디에도 있을 법한 소박한 여성으로 보이지만, 소문으로만 듣던 미약은 이 여성이 취급하는 것 같다. 열린 문 너머에서는 확실히 약 냄새가 짙게 풍겨왔다.



    "그럼, 꼭 나에게 팔아줘.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게."



    다소 초췌한 모습의 청년은 다급한 목소리로 여성에게 부탁했다.

    여인은 시야 가장자리로 청년에게서 한 발짝 물러서서 대기하고 있는 시종의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 괜찮아요. 다만, 이 약은 부작용이 심해서 별로 추천하지 않는 편이에요."

    "부작용이라고? ...... 먹으면 수명이 짧아진다거나, 몸에 안 좋아진다거나, 못생겨진다거나, 그런 해악이라도 있어?"

    "아니요, 그런 건 아니지만,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자면......"

    "상대방에게 피해가 없다면 상관없어. 효과는 확실하겠지?"

    "네, 그건 그래요. 반드시 듣는다고 보증해요."

    "그럼 지금 당장 가져와 줘."



    청년의 강한 어조에 눌린 듯, 여인은 일단 오두막집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하얀 가루가 든 작은 병을 들고 돌아왔다. 미약으로 보이는 가루가 들어있는 병을 보고 청년의 눈빛이 반짝인다.

    청년을 앞에 두고서, 여인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 미약은 그다지 ......"



    청년은 여자의 말에 짜증을 감추지 못하고, 금화가 잔뜩 들어있는 가방을 여자에게 억지로 들이밀며 말했다.



    "상대방의 몸에 해롭지 않고 반드시 효과가 있다면, 그 미약을 내게 팔아. 흥정은 필요 없지만, 만약 효과가 없으면 그 돈은 돌려받겠어, 알겠지? 사용법은 뭔데?"



    여자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먼저 당신께서 그 하얀 가루의 반을 드세요.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당신의 연인에게 마시게 하고요. 그 가루는 무미무취이므로 그대로 마셔도 좋고, 어떤 음료에 녹여서 드셔도 상관없어요."

    "마시면 어떻게 돼? 상대방을 제대로 사랑에 빠지게 할 수는 있고?"

    "네. 당신이 상대방을 강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상대는 반드시 당신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이것은 강한 약이라서, 그 효과의 대가로 당신은 평생 그 상대에게 얽매여 더 이상 그 사람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돼요. 그래도 괜찮으세요?"

    "오히려 원하던 바야. 그 브리짓이 내 청혼을 받아들여 준다면 나는 무엇을 바쳐도 상관없어."



    넋이 나간 듯이 중얼거리는 청년에게, 여인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약병을 건네주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더했다.



    "그 약은 한 번 쓰면 효과가 사라지지 않아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부작용도 있고, 당신의 행복을 생각하면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그래, 괜찮아."



    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청년은 작은 병을 소중히 쥐었다.



    (아무리 열심히 사랑을 속삭여도 나를 쳐다보지도 않던 아름답고 고고한 브리짓. 그녀가 나를 사랑해 준다면 나는 다른 것은 필요 없어. 부작용으로 뭔가 말했는데, 브리짓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런 건 알 바 아니야).



    안절부절못하며 작은 병을 들고 돌아가는 청년의 뒷모습을, 여자는 어두운 표정으로 배웅했다.



    ***

    미약을 부탁하러 온 청년의 결혼식에 대한 소문을 들은 여자는, 멀리서 조용히 그들의 결혼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청년의 곁에 껴안고 서 있는 신부는 얼굴 가득 환하고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인 청년은 왠지 모르게 표정이 어두워져 있다.



    (역시 약 같은 걸로 무리하게 하면 안 돼)



    한숨을 내쉬는 여성의 옆으로, 얼마 전 청년의 시종으로 대기하고 있던 남성이 미소를 지으며 나타났다.



    "왜 그래? 왜 뚱한 표정으로."

    "또 당신이군요, 그에게 미약 이야기를 한 건 당신이죠? 도대체 몇 번째인가요?"

    "뭐, 괜찮아. 너도 그 정도 돈이면 한동안은 약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겠지?"



    여자는 옛날 자신이 미치도록 사랑했던 연인의 얼굴을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자신을 조금도 돌아보는 기색이 없는 무뚝뚝한 그를 너무나도 좋아했던 그때의 마음. 그 사람만이라도 곁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제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얼굴로 웃고 있는 지금 눈앞에 있는 연인에게, 필사적으로 미약을 먹였던 먼 옛날을 떠올리며 여자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와 같은 일은, 가급적이면 다른 사람에게 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



    여자는 지금까지 부작용에 대해 설명했던 손님들을 떠올렸다. 다들 한결같이 입을 모아 적어도 자신에게는 그런 부작용은 없을 거라고, 그래도 상관없다고 주장했었다. 사랑은 맹목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자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이 사랑약의 부작용 ...... 그것은 상대에 대한 감정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 약은 서로에 대한 애정의 양을 역전시키는 약이었던 것이다. 그 청년의 표정을 보면, 이 약을 상대 여성에게 먹이기 전에는 상대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남자는 여자의 허리에 손을 돌리며 이마에 키스를 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은 알겠는데...... 적어도 나는 지금 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해."

    "고마워요."



    (그의 말은 적어도 위안이 되니깐)



    여자는 그를 사랑했던 그 시절의 감정을 되살리는 약을 다음번에는 꼭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남자의 가슴에 부드럽게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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