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8장 153화 어둠 속에서 나타난 자들(2)
    2023년 02월 19일 18시 39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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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다이가 보검 그레이를 손에 들고 마물의 군세를 격파했던 시대.

     

     그 후 현재의 소덴 가문의 뒤편에 위치한 숲에 지어진 교회는, 당연하게도 지금은 황폐해져 있다.

     

     골조는 있지만 장식도 벽도 대부분 무너졌고, 잔해도 약간만 찾아볼 수 있다.

     

     유일하게 제대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교회를 상징하는 종이 있었던 가장 안쪽.

     

     심야. 그곳에 작은 누군가가 찾아왔다.

     

     "............"

     검을 한 손에 들고 경계하면서 걸어가는 리리아.

     

     "...........읏!?"

     교회터 앞까지 도착한 즈음에, 수풀이 내는 것보다 부자연스러운 소리를 듣고는 그쪽으로 재빠르게 커틀러스를 들었다.

     

     "츠ㅡㅡㅡㅡ"
     "미스트!!"

     튀어나와서 달려오는 커다란 마수에 잠시 놀랐지만, 아는 모습에 즉시 검을 거둔다.

     

     안개의 괴물 미스트.

     

     가장 따르고 있었던 만큼, 리리아와의 재회에 기쁨을 드러내며 신나 하고 있다.

     

     "얼굴을 못 본 것은 잠시였는데, 꽤나 오랜만에 느껴지네, 리리아."
     "카게하, 크로노 님은?"

     리리아가 부리를 어루만지고 있는 미스트의 뒤에서, 카게하도 걸어온다.

     

     "그건 몰라. 여기로 모이도록, 미스트와 나의 지시서에 쓰여있었다. 그것뿐이다. 그래서 가게에서 빨리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

     노출이 많은 [쿠노이치] 특유의 복장인 카게하가, 품에서 2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가게? ......무엇의?"

     "식당이다. 주군께서 고안하신 [갈릭 라이스 토핑 스테이크]가 큰 인기라서."
     ".......흐음~ 그러셔."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가슴을 드러내며 자랑하는 친구가 못마땅해서, 리리아는 언짢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보다도 리리아. 꼭 리리아한테 듣고 싶은 일이 있었다."
     "싫어."
     "멋대로 단정 짓지 마. 잘 들어? 아무래도 최근 주군께선 뭔가 불만이 있는 모양인지, 그것을 내게 발산하고 계신 모양이다."
     "뭐어?"
     "의외지? 하지만 사실상, 주군은 내게는 엄히 명령하는 일이 매우 많아."

     곤란하다는 이유는 처음부터 없었고 자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듯 자랑하는 카게하였지만, 조금 전의 주인은 그런 불평불만을 품은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항상 평상시 그대로라는 인상이었다.

     

     "짐작되는 바가 없다면 상관없지만? 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림자인 나는 단지 묵묵히 참을뿐이지."
     "..........."
     "그리고 주군은 화풀이까지도 씩씩해. 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말해 은혜로운 말씀들이다."

     분명하게 환희에 차서 배려를 거절하는 카게하에게, 리리아는 약간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역시 주인의 특별한 사람이라고 자랑하는 것이었던 친구에게,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보낸다.

     

     "ㅡㅡㅡㅡ읏!?"

     갑자기 안개의 날개를 분출시킨 미스트가 자세를 낮추며 전투태세에 돌입하나.

     

     "미스트? 왜 그래?"
     ".......리리아. 비상사태다. 긴장해."

     이미 단도를 뽑아 든 카게하도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그 시선은 왼쪽의 수풀에 집중되어 있다.

     

     점점 짙어지는 그 형체는, 미스트를 보아도 전혀 경계하지 않고 수풀을 헤쳐 나오고 있었다.

     

     "읏..........."
     "ㅡㅡ지금 바로 여기에서 떠나라. 모른 체 해주마."

     낮게 깔린 저음과, 압도되는 안광.

     

     미스트가 곁에 있음에도 크게 느껴지는 거체와, 두터운 손에 잡힌 검은 미늘창.

     

     "아, 아스라......."

     긴장감 때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리리아가 작게 오니의 이름을 부른다.

     

     이 마을에서....... 아니 이 일대에서 틀림없이 이인자를 양보하지 않을 강자.

     

     무적이라고 생각되는 미스트조차 가볍게 쓰러트릴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읏ㅡㅡ!"

     그림자가 끊어질만한 속도로 달려 나간 카게하.

     

     미늘창을 땅에 꽂으며, 자세도 안 잡고 자기들을 노려보던 아스라에게 달려든다.

     

     허튼짓을 하기 전에 목을 베어버리면 인간족은 죽는다.

     

     순식간에 오니와의 거리를 좁혀든 다음ㅡㅡ

     

     "ㅡㅡ읏!?"

     땅을 부수면서 차오른 미늘창의 손잡이가, 순식간에 위기를 느끼고 몸을 젖힌 카게하의 턱밑에서 공기를 가른다.

     

     "큿......!!"
     "카게하!"

     긴급한 이탈을 위해 후방에 물러난 카게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길고 중후한 미늘창을 교묘하게 회전시킨다.

     

     미늘창의 질량을 드러내는 것처럼 공기가 떨리는데, 스친다면 사람의 살점 따윈 가볍게 폭발할 것이다.

     

     "......앞서 말했던 대로, 한 번은 봐줬다. 다음은 죽인다."

     손잡이로 땅을 두드리며, 다시금 부동의 자세로 눈길만을 향하는 아스라.

     

     으르렁거리는 미스트의 부리를 작은 팔로 애써 감싸며 제지하는 리리아.

     

     카게하의 속도를 손쉽게 간파하며, 폭력적인 완력을 지녔다. 소우마 일행의 과장된 말투는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말았다.

     

     "두려움을 탓하지는 않으마. 하지만 안 오겠다면 빨리 꺼져라."

     "............."

     명백한 죽음이라 할지라도, 그 어떠한 공포라 할지라도 일행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약간의 의문은 들었지만, 오니로서는 약자에게 이 이상 배려할 생각은 없었다.

     

     "......기회는 줬다. 그럼 스러져라."

     검은 미늘창을 어깨에 멘다.

     

     그리고 먼저 이형의 짐승에게, 맹렬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딛는다.

     

     "............"

     하지만 불과 두 걸음만에 다리를 멈췄다.

     

     오니의 걸음을 멈춘 것은, 미스트도 카게하도 리리아도 아니었다.

     

     그뿐인가 두 사람과 한 마리의 시선도 오니와 같은 방향으로 향해있었다.

     

     "ㅡㅡ안녕하세요, 좋은 밤이네요."

     어째서 여기에, 이 자가.

     

     누구도 그 의문과 함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리리아는 물론이거니와, 카게하와 아스라조차 한눈에 알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외모.

     

     "브렌 군을 구출해 주신 감사를 아직 못했네요. 고마워요, 아스라 씨."
     ".........."

     처음으로 경계심을 지닌 아스라의 곤두선 눈썹이, 찔끔 반응한다.

     

     그 이름은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대국인 라이트 왕국 제1왕녀, 세레스티아 라이트.

     

     흑의 마왕과 대립하는 [빛의 여신]으로 불리는 여성이, 시종 같은 메이드를 데리고 나타났다.

     

     하지만,

     

     "하지만 이런 좋은 밤에 무기라니 풍류가 없지 않을까요?"

     평소의 미소가 아니라, 감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 눈동자도 매우 싸늘해서, 생기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인형 같았고, 그렇기 때문에 그 미모는 완성되어 있었다.

     

     "......왕녀님, 여기에 무슨 일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스라의 적대심을 산 모양인 세레스티아와 이 오니를 부딪히게 하자는 뜻을 굳힌 리리아가 입을 열었다.

     

     "저는 단지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 와야만 해서 왔답니다. 그게 다예요."
     "............."

     이 매우 위험한 균형으로 이루어진 긴장의 자리에서도 변함없는 세레스티다.

     

     가늠할 수 없는 기운을 느끼고, 드디어 메고 있던 오니가 미늘창을 내린다.

     

     그 창끝이, 여전히 무표정인 세레스티아에게로 향한다.

     

     그 모습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서, 당연하게도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아스라한테서는 보라색 마력이 일어났고......

     

     ".........."
    "..........."

     드디어 정적이 깨질 때가 왔다.

     

     

     

     

     

     

     

     

     

     ㅡㅡ다 모였네,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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