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마파엘이 어떤 분을 떼어놓기 위한 위장 공작을 하고 있습니다. 끝나면 합류할 텐데, 그쪽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아 ......! 그 개체 말이군요. 문제없이 해내도록 하지요!"
기란의 즉답에, 베네딕트는 기분이 좋아진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감사합니다, 백작. 그럼 사랑이 강림할 때 또 뵙지요."
"사, 사랑이 강림할 때 ......"
독특한 인사를 나눈 후, 베네딕트는 드디어 <성역> 건설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인류를 향해 다가오는 천사 인형들은 자신의 키보다 더 큰 마력의 창을 쥐고 조용히 행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구도 이런 적과 대치한 경험이 없어서, 왕국군은 인형들의 행진에 따라 후퇴하였다.
".................. 나갈까."
단 한 명, 천사와 정면으로 싸워본 경험이 있는 알트가 선봉에 서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만큼 급격하게 사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충분히 전달했을 텐데,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병사들은 내심 패배를 예감하고 있었다.
저것들한테 반격할 수 있다고 누가 판단할 수 있겠는가. 알트는 흑검을 뽑아 들고 말에게 향했다.
마력의 규모로 보아도, 그때 쓰러뜨렸던 제3천사 나리타스보다 격이 낮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때의 고생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 본격적인 참전은 불가능하겠지만, 호통 정도는 쳐야 할 것 같다.
"......ㅡㅡㅡㅡ!"
용감하게 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폭발음. 선두의 인형이 전장에 떨어뜨린 창이, 폭발음과 함께 분화구를 만들었다.
알마그렌이나 브레토 같은 용의 일격에 버금가는 위력을, 인형들은 각각 두 개씩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 젠장 ......"
"-ㅡㅡ읏!?"
적당히 던진 창 때문에 날아올랐던 기사들이 차례로 떨어진다.
그 모습이 또 한 번 공포로 다가온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간다. 인형의 성능이 밝혀질수록 사기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인형들은 마력창을 슬며시 옆으로 흔들었다.
"읏 ......!? 오옷ㅡㅡㅡㅡ!"
그 옆으로 베는 것은 무술이 아닌 단순한 동작이었기 때문에, 받아낼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검으로 받아낸 왕국군 기사 ............ 였지만,
"ㅡㅡㅡㅡ큭!"
창은 멈추지 않았고, 몸 전체가 날아갔다.
"하앗ㅡㅡ!? 윽, 크, 크으윽!?"
"음 ......!?"
제각기 창을 받아냈지만, 아홉 명은 기세를 멈추지 못하고 날아갔으며, 그 지점으로 마력창이 던져졌다.
또다시 기계적으로 인간이 죽어갔다.
사람처럼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용처럼 화를 내거나 질리는 일 없이 담담하게 인간을 죽여나가는 천사 인형.
어떻게 쓰러뜨려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무기 앞에서, 손쓸 도리가 없어 전전긍긍해한다.
"...... 누군가 기개 있는 용사는 없는 걸까나~"
넴은 손을 댈 생각이 없다. 골렘과 마법을 양산된 인형에 쓸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지금 당장 성전으로 달려가 베네딕트를 대비해야만 한다. 그때의 선봉은 지크 외에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다.
알트는 논외다.
실력이 미지수인 릴리아나, 돌진하여 성전을 습격할 예정인 [흑기사단]한테 맡길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외에는 .......
"ㅡㅡㅡㅡ"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튀어나온 그림자가, 백광의 대검으로 베었다.
반응 속도도 인간을 뛰어넘는지 <수호의 병사>는 교차시킨 창으로 받아냈다.
"ㅡㅡ!"
하지만 힘껏 휘두른 대검은, 순백의 창과 함께 폭격 인형을 베어 버렸다.
"오오......!"
"해, 해냈어! 역시 용사의 후손이야!"
승기는 역시, 고난을 돌파하는 일기당천의 영걸에게 있다.
칼 한 자루로 베어 버린 하쿠토에게서 한 가닥의 희망을 본다.
"............"
용감하게 서 있는 하쿠토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인형들을 바라보았다.
마비된 손을 감추며, 이 중요한 때 움츠러든 전사들을 향해 외친다.
"여기는 내가 맡겠다!"
자신의 힘을 과신하고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하쿠토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듯한 말투로, 자각하고 있는 듯이 말을 이었다.
"베네딕트가 나타났다! 이제 시간이 없어! 모두 성전으로 돌진해야 할 때가 왔다!"
왼손에도 마력의 대검을 만들어서는, 병사들에게 나아갈 길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