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크는 바겐과는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가족을 최대한 다치게 하지 않고,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항상 의식하고 있다.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다. 구할 수 있는 목숨일지라도 버릴 각오를 하고 나아가. 너에게만 말해 두겠는데, 희생을 마다하지 마라. 이건 명령이다."
"............"
지금까지 국가에 소속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와 관련이 있다. 명령을 받으면 들어야만 한다. 동료를 버리고 철수하든, 피해를 입더라도 돌격하든, 목적의 완수를 위해 결행해야만 한다.
그래서 자신의 판단으로 움직일 수 있는 무소속의 용병단을 결성했다.
하지만 이번에 명령을 받았으니, 알트의 책임으로 실행해야만 한다.
"...... 친절하구만."
"빨리 가라. 나쁜 버릇이 도져서 혼자 다 끌어안지 말고."
"그래, 다녀올게. 돌아오는 새벽에는 잘려낸 천사의 목을 보여 줄게."
"...... 불량학생 시절로 돌아간 거냐?"
지크는 악취미한 농담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위풍당당하게 대열을 이끌며 걸어갔다.
기사로부터 천에 싸인 무언가를 건네받으며, 기다리고 있던 넴과 합류하고는 더욱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간다.
"이곳은 마검으로 대응한다. 나와 넴이 하겠다."
"단도 쓸만해요. 주검(呪剣) 때의 일을 생각하면, 마력은 그다지 쓸 수 없으니까요."
"그래, 단은 여기서 버티라고 하자 ...... 아아, 맞다. 이것도 말해 두지. 다른 부대가 당했다면 넌 대기해. 여유가 있으면 내가 가겠지만."
"애쓰시네요 ....... ...... 하지만 우선은 맡은 부분부터 부탁할게요."
기사단은 지크가 이끄는 기사단, 바겐이 이끄는 본대, 그리고 흑의 기사단의 세 부대로 나뉜다.
지크의 기사단에는 [반칙] 넴이 속해 있다.
본대에는 하쿠토와 오스왈드가 있다.
흑의 기사단은 기사들 하나하나의 질이 월등히 높다. 게다가 흑기사에 의해 특수한 수법도 익히고 있다.
여기에 증식하는 골렘이 후방에 배치되어 철저한 교전의 진형을 취하고 있다.
"...... 검을 뽑으세요."
"전원, 검을 뽑아라!!!"
먼저 교전한 것은, 흑의 기사단.
그 집단의 눈에 띈 것은, 칠흑색 털을 가진 말처럼 생긴 지룡이었다. 다섯 마리 중 가장 큰 몸집이며, 가장 빠르게 먹이를 향해 달려간다. 윤기 나는 털 사이로 보이는 육감적인 살결은 탄탄한 근육을 연상케 한다.
땅을 짓밟으며 순식간에 달려드는 마괴룡 다고에 맞서, 릴리아를 필두로 대담하게 검을 뽑아 든다.
새카만 검신은 가늘어 보이지만 매우 견고하며, 기사단원들은 모두 흑기사로부터 검을 다루는 기술을 전수받았다.
"수호의 검은 꺾이면 안 됩니다.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짧은 보폭으로 걸어 나오는 릴리아의 가르침을, 흑기사단이 귀담아들으며 개막의 때를 기다린다.
"결코 초심을 잊지 말 것. 모든 선한 백성의 방패가 되어, 모든 악을 끊어내는 칼날이 되리니."
강철색의 곡검을 들고, 휘두르는 동시에 높이 치솟은 사악한 발굽을 눈앞에 둔다. 강인하고, 구조적으로 돌출되어 있고, 생물학적으로 탁월한 다고의 발굽 내리치기.
강하게 친다. 이것을 이기는 것은 없다.
"ㅡㅡ그것만을 위해, 이 검을 주신 것입니다."
비스듬히 뛰어올라 발굽과 교차하며 검으로 베어 올린다. 사나운 마괴룡의 용혈이 흩뿌려진다. 다고의 왼쪽 눈이 찢어지며, 대전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충실하게 재현된 흑기사의 마력법은, 검의 강도와 무관하게 용의 갑옷을 찢어버렸다.
"ㅡㅡㅡㅡㅡ"
고통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짜증을 내며, 그 자리에 급정거한다.
"포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짓밟기를 하는 다고의 왼쪽 눈이 복구될 즈음에는, 흑의 기사단의 포위가 완료되었다.
눈알을 찢은 상처도 금방 아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