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을 들은 휴버트의 눈빛이 다소 날카로워졌다. 사랑하는 여인, 셀레나의 모습이 느껴지는 소녀 멜로디에게 상위 귀족 남자가 들러붙었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휴버트 자신도 셀레나를 닮았다는 이유로 멜로디가 신경 쓰인다는 부분도 있었기에, 렉트가 부인해도 레긴버스 백작에 대한 경계심이 커져만 갔다.
"하지만 형님."
"백작 본인에게 대답을 듣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겠지. 그보다 세실리아의 부재를 어떻게 속일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휴즈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휴버트였다.
본인이 말하지 않는 한 이 자리에서 어떤 의견이 나오든 그것은 추측에 불과하며, 솔직히 건설적인 논의라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자신도 멜로디가 신경 쓰이긴 하지만 연애 감정은 아니다. 가끔 멜로디의 몸짓에서 셀레나를 떠올릴 때가 있을 뿐, 멜로디와 어떻게 되고 싶다거나 하는 감정은 아니다.
그것을 비난하면 휴버트도 반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포기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알겠습니다. 영지에서의 위장 방법...... 세실리아가 우리 집에 머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멜로디의 마법으로 대역을 준비할 수는 없을까?"
"제 분신을 만드는 마법은 있지만, 제가 잠들면 분신이 사라지기 때문에 언젠가 다른 분들이 알아챌 가능성이 있어서요."
"그건 확실히 어렵겠군. 멜로디가 영지에 있을 때도 라이언과 루리아는 너보다 더 일찍 일어났었지? 요양하러 온 손님을 방치할 수는 없으니 세실리아가 깨어나기 전에 방에 들어가서 상황을 살피는 정도는 할 거다. 그렇다면 ......"
"비어버린 침대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되면 정말 난리법석이 나겠군."
멜로디는 한숨을 쉬었고 휴버트는 어깨를 움츠렸다. 휴즈는 팔짱을 끼고 신음했고, 마리안나는 뺨에 손을 얹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멤버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가장 편한 건 멜로디가 세실리아로 변장하고 저택에 머무는 거겠지."
"그게 된다면 요양이라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마이카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멜로디는 부끄러운 듯 몸을 움츠렸다.
잠시 생각에 잠긴 휴버트는, 뭔가 답이 떠오른 듯 휴즈에게 시선을 돌렸다.
"뭔가 생각난 게 있어?"
"응, 뭐. 우선, 세실리아에 대해서는 영지에 들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무슨 뜻이지?"
휴버트의 말에 휴즈뿐만 아니라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양을 명목으로 루틀버그령으로 향하고 있는 세실리아를 영지로 들여보내지 말라니 대체 무슨 뜻일까?
"멜로디가 계속 세실리아를 연기하며 저택에서 생활할 거라면 우리 하인들에게 소개해 주면 된다고 봐.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적어도 영민들에게는 세실리아라는 소녀의 존재를 알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루틀버그령은 아주 작은 영지다. 저택을 중심으로 세 개의 마을이 흩어져 있고, 어느 마을이나 해가 지기 전에 왕복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거짓말이든 진실이든 세실리아라는 소녀를 저택에 받아들이면 그 이야기는 마을 전체에 퍼질 것이고, 마을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은 틀림없어."
"작은 마을에서 그런 소문은 오락거리니까요."
폴라가 중얼거렸다. 이 세상은 현대의 일본과 달리 정보 전달 수단이 매우 적다. 그중에서도 마을 아낙네들의 우물 옆 모임은 특히 효과적인 정보 교류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마을의 중심에 위치한 루틀버그 가문의 저택은 당연히 마을 사람들과도 교류가 있다. 세실리아의 존재는 금방 알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