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나는 방금 전의 졸음 따위는 없었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요즘은 마이카의 홍차로 잠에서 깨어났었지만, 역시 멜로디가 끓여주는 홍차는 격이 다르다는 것이 루시아나의 생각이었다.
잠옷에서 실내복으로 갈아입게 한 후, 멜로디는 루시아나에게 아침을 차려주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몸단장을 하고 교복으로 갈아입게 했다.
"아침 먹기 전에 실내복으로 갈아입는 거 번거로운 느낌이 들어."
교복을 입으면서 루시아나가 투덜거렸다. 루시아나는 잠옷 차림으로 아침을 먹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멜로디뿐만 아니라 셀레나의 지도를 받은 마이카도 그런 법이라며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본가에서는 어떠셨나요?"
"아니, 뭐, 옷을 갈아입기는 했지만 ......"
"그렇겠지요. 귀족 영애가 잠옷 차림으로 사람들 앞에 나올 리가 없잖아요. 이 기숙사도 지금은 저와 아가씨뿐이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류크가 있었으니까요."
아무리 하인이라 해도 남자의 앞에서 잠옷 차림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메이드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알고는 있지만 귀찮은걸."
"...... 아가씨한테도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옷을 갈아입으며 투덜거리는 루시아나에게, 멜로디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루시아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멜로디의 말을 들었다.
"필요하다니 뭐를?"
"귀족영애를 위한 단기 집중 교육을......."
"옷 갈아입기 끝!"
듣지 말아야 할 말이 들릴 것 같아서, 루시아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멜로디가 말을 마치기 전에 교복 갈아입기가 끝나서 서둘러 가방을 들고 멜로디의 곁에서 떠나려고 했다.
"아, 아가씨!"
루시아나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가방을 들고 부르는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멜로디가 가르쳐 준 화려한 스텝을 구사하며 현관문으로 향했다.
너무 자연스럽고 빠른 발걸음에 잠시 당황했지만, 멜로디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 당황한 기색으로 루시아나를 따라갔다.
"아가씨!"
현관에는 평소보다 20% 더 반짝반짝 빛나는 우아한 루시아나의 모습이 있었다. 의식적으로 몸가짐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뜻 보면 좋은 곳의 아가씨 같기도 하다.
"오호호, 그럼 가볼게요, 멜로디. 저, 공부 열심히 할게요."
"아가씨, [저]라는 표현은 평소에 사용하지 않으셨잖아요!? 무슨 일이세요!?"
"우후후, 자, 나도 마음만 먹으면 귀족 아가씨답게 행동할 수 있는 거야. 그러니 ...... 단기 집중 강좌 같은 건 필요 없어! 다녀올게요~!"
"적어도 마지막까지 귀족영애답게 행동해 주시던가요! 잘 다녀오세요!"
멜로디가 따라잡기 전에, 루시아나는 현관문을 열고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기숙사 방을 빠져나갔다.
현관문이 쾅 닫혔고, 멜로디가 도착해 다시 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루시아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아가씨도 참 ......"
달리기를 한 탓인지 약간 숨을 들썩거리며, 인기척이 사라진 복도를 바라보는 멜로디는 무심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것을 표현하는 듯, 내면의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던 것 같다.
(...... 어서 오세요, 나)
이번 세실리아의 편입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쳤다. 편입에 도움을 준 클라우드뿐만 아니라 주인인 루시아나, 마이카 등의 동료들, 그리고 학교의 선생님과 반 친구들 ...... 다 열거하면 끝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멜로디는 생각한다.
(메이드로 돌아간 이상, 그 일을 열심히 해야겠어!)
미스터리한 편입생 세실리아 맥머든의 역할을 내려놓기로 한 이상, 메이드인 멜로디 웨이브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현관문을 닫고 기숙사 방을 휙 둘러보았다. 그리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멜로디 웨이브, 갑니다!"
그렇게 멜로디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