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화 돌아온 멜로디의 일상(1)
    2024년 06월 08일 00시 43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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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시간.

     멜로디의 눈꺼풀이 천천히 열린다.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열었다.



     평소와 같은 기상 시간.

     계절상으로는 이미 가을이 되었고,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창 너머는 아직 어두컴컴하다. 세실리아로 분장한 2주 동안 같은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그때는 루시아나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에 날이 갈수록 이 어두운 풍경이 우울하게 느껴졌지만, 오늘 아침은 정말 기분 좋다.



     앞으로 떠오를 햇살이 기다려진다. 멜로디는 맑은 기분으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후후후, 오늘부터 본격적인 메이드 복귀. 힘내자!)



     시야 저편에서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을 바라보며, 멜로디는 빙긋이 웃었다.



    ◆◆◆



     오늘, 9월 28일.

     마력에 중독되었다는 설정의 세실리아가 레긴버스 백작 클라우드의 배웅을 받으며 왕도를 떠난 다음날이다. 즉, 방학이 끝나고 루시아나가 정상적으로 수업을 하는 날이다.



    "맑은 물이여 지금 여기에 [파레디아카]"



     마법으로 생성한 물을 통에 담아 얼굴을 씻고서, 멜로디는 옷장에서 메이드복을 꺼냈다. 8월부터 사용하고 있는 반팔 메이드복이다.



     옷을 갈아입은 멜로디는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다. 아직 해가 다 뜨지 않은 탓인지, 멜로디의 노출된 양팔에 찬 공기가 살짝 스며든다. 메이드복에는 보호의 마법이 걸려 있어 춥지는 않았지만, 공기의 변화는 느낄 수 있다.



    "...... 이제 여름옷도 끝인가 봐."



     며칠 후면 10월에 접어든다. 낮에는 아직 따스하지만 해가 뜨지 않는 시간에는 계절의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된 것 같다. 물론 자신만이 아니라 루시아나의 드레스도 손질해야 할 것이다.



    "후후후."



     즐겁게 웃는 멜로디. 단 2주 동안 메이드 일을 떠나 있었을 뿐인데, 메이드로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기쁘고 즐거울 줄이야.



     떨어져 보니 알겠다. 메이드라는 직업의 고마움을.



    (설득해 준 아가씨에게 감사해야겠어)



     분명 루시아나가 몸을 사리지 않고 멜로디를 설득하지 않았더라면, 멜로디는 지금도 컨디션 난조를 핑계로 대며 세실리아를 계속 연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왜냐면 편입생 세실리아로서 루시아나를 호위하겠다고 제안한 것은 멜로디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편입을 위해 렉트의 형인 라이작 플로드 자작에게 소개를 받고, 재상 보좌관인 클라우드 레긴버스 백작의 후원을 받아 왕립학교 편입에 성공했지만, 편입한 지 일주일 남짓 만에 메이드 재료 부족으로 몸이 망가지다니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다. .



     멜로디 자신도 메이드 일을 좋아한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설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 상태에 이상이 생길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당사자인 멜로디조차도 '그런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의 이유로 스스로 시작한 일을 내팽개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때 루시아나가 설득해서 그만두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일을 즐기는 자신은 없었을 것이다. 루시아나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가씨, 저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아가씨를 모실게요! 메이드로서!)



     준비를 완전히 마친 멜로디는, 창문을 닫고 의기양양하게 방을 나갔다.





    ◆◆◆





    "아가씨, 좋은 아침이에요."



    "음............. 조금만 더어."



    "거기선 적어도 '5분만 더' 정도는 해 주세요."



     아직 졸린 듯한 루시아나를 어떻게든 깨우고, 멜로디는 모닝 티를 내밀었다. 아직 눈꺼풀도 제대로 뜨지 않은 상태였지만 습관 때문인지 눈을 감은 채로 우아한 몸짓으로 홍차를 한 모금 마시는 루시아나였다.



     따뜻한 홍차가 루시아나의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리자, 그녀의 입에서 황홀한 숨결이 흘러나왔다.



    "후우. 아침에 일어나서 멜로디의 홍차를 마시면 아침이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어."



    "눈이 뜨였나요, 아가씨."



    "응. 좋은 아침이야,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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