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라이오넬의 발열2024년 01월 01일 16시 54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에디스는 라이오넬의 아버지를 따라 그랑벨 후작가의 저택 현관을 들어섰고, 시종 대신 라이오넬이 탄 휠체어를 밀면서 우아하게 꾸며진 길고 넓은 복도를 걷고 있었다. 평민으로서 부모님과 함께 지냈던 기간이 길었던지라 아담한 집에 익숙했던 에디스는, 오크리지 백작가에 입양되었을 때에도 그 넓은 대저택의 규모와 호화스러움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화려한 그랑벨 후작가의 저택에 에디스는 압도당했다.
라이오넬의 아버지와 나란히 걷는 에디스가 한동안 휠체어를 밀고 있자, 라이오넬은 1층 복도를 따라 한참을 가다 꺾어지는 방 앞에서 에디스를 돌아보았다.
"에디스, 여기가 네 방이야."
라이오넬의 아버지가 대신 방문을 열자, 그 너머에는 넓고 품격 있는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방 중앙에 은은하게 빛나는 샹들리에 아래에는 유광 마호가니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고, 방 안쪽에는 분위기 있는 앤티크 거울대와 옷장, 그리고 캐노피가 달린 침대가 나란히 놓여 있다. 벽에는 유명한 화가가 그린 것으로 보이는 풍경화가 몇 점 걸려 있었다. 언뜻 보기에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그저 화려하기만 한 것이 아닌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방이었다. 안뜰에 맞닿은 넓은 창문으로는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마치 아름다운 그림 속에 빠져든 듯한 기분으로 현실감 없이 멍하니 방 안을 둘러보고 있는 에디스를, 라이오넬이 조금은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때, 마음에 들었어?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줬으면 해."
에디스는 라이오넬의 말에 당황하여 대답했다.
"저기, 저한테는 너무 아까운 방이라서 놀라서요 ....... 정말 이렇게 멋진 방을 사용해도 될까요?"
라이오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버지와 눈을 마주치고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물론이지. 이 방은 너를 위해 준비했으니까. 부족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해줬으면 해."
"아니요, 저는 이미 충분하니까요."
에디스는 호화로운 가구들이 놓여 있는 너무 넓어 보이는 방을 보며, 오크리지 백작가의 별채에 있던 자신의 방의 몇 배는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모처럼 자신을 위해 마련해 준 이 방을 고맙게 사용하기로 했다.
라이오넬의 아버지가 아들의 말을 이어받아 에디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에디스에게 시녀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
에디스는 이번만큼은 라이오넬의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저는 평민 생활을 오래 했고, 몸가짐을 스스로 할 수 있으니 시녀까지 준비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 편이 저로서는 더 편하거든요. 오크리지 백작 가문에서도 저는 시녀를 두지 않았고요."
라이오넬의 아버지는 아들과 서로 얼굴을 쳐다본 후, 에디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네가 익숙한 방식대로, 편하게 지내는 것이 좋을 테니까."
라이오넬도 다시금 에디스를 돌아보았다.
"...... 다만, 만약 네 마음이 바뀐다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주면 좋겠어. 그러면 언제든 시녀를 붙여줄 테니."
"따스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라이오넬 님."
미소를 짓는 에디스를 보고, 라이오넬은 미소로 대답한 뒤 창문을 통해 안뜰을 바라보았다.
"내 방도 이 안뜰을 바라보고 있는 방이야."
"아들이 휠체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1층이 좀 더 편한 것 같아서. 나중에 다시 한번 저택 내부를 안내하겠지만, 다음에는 아들의 방을 안내하도록 하지."
"네, 부탁드립니다."
에디스의 방에서 멀지 않은 라이오넬의 방은 깊고 광택이 나는 책장에 책상과 의자, 그리고 침대가 나란히 놓여 있는 것 외에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물건이 많지 않은 깔끔한 방이었다. 꼼꼼해 보이는 라이오넬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고 에디스는 생각했다.
라이오넬은 미안한 듯이 얼굴을 가린 채 에디스를 바라보았다.
"에디스, 모처럼 와줬는데 미안하지만, 니는 일단 침대에 돌아가서 쉬어도 될까?"
"물론이에요, 라이오넬 님. 몸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일부러 오크리지 백작가까지 마중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디스는 하인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서 라이오넬의 몸을 일으켜 세워 그의 방에 있는 침대에 눕혔다. 하인의 도움도 필요 없을 정도로 가벼운 라이오넬의 몸에, 에디스의 가슴이 아팠다.
(어라 ......?)
조금은 안색이 좋아진 듯 보였던 라이오넬이었지만, 에디스는 만진 라이오넬의 몸에서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조금 힘들게 숨을 몰아쉬는 그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것을 느낀 에디스는 무심코 입을 열었다.
"라이오넬 님. 조금만 실례할게요, 이마를 만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몸을 눕힌 채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이마에 손을 대자, 에디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어머, 열이 있네요 ......! 죄송해요, 너무 무리하게 했네요."
"아니, 이 정도는 흔한 일이니까 걱정하지 마."
멋쩍게 웃고 있는 라이오넬과 그의 아버지에게 에디스는 물었다.
"제가 어느 정도 집에서 약을 가져왔어요. 괜찮으시다면 라이오넬 님께 드려도 괜찮을까요?"
"그래, 고맙구나."
에디스는 방금 전에 짐을 내려놓았던 자신의 방으로 서둘러 향했다.728x90'연애(판타지) > 의붓언니 대신에, 남은 수명이 1년이라는 후작 자제와 약혼하게 되었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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